미식과 잘 어울리는 샴페인의 기준은?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최현태 2024. 6. 1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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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도 낮을수록 음식 본연의 맛 헤치지 않고 잘 살려/우아한 산도·섬세한 버블·긴 병숙성도 프리미엄 샴페인의 기본 덕목/잔당 5g이하 샴페인으로 품종 캐릭터·떼루아를 잘 보여주는 샴페인 하우스 롬바흐를 가다
롬바흐 샴페인. 최현태 기자
여기 가마솥에서 종일 끓여 진하게 우려내 사골 곰국이 있습니다. 참지 못하고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국물을 한 수저 떠서 입안으로 밀어 넣자 깊고 그윽한 향과 맛이 비강과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소금간은 필요 없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심심한가 싶다가도 촘촘하게 짜인 밀도 높은 구조감과 감칠맛은 아무런 간을 하지 않아도 마지막 남은 국물 한방울까지 싹 비우게 만들어 버리네요. 이런 진국을 닮은 샴페인도 있습니다. 바로 ‘제로 도사주(Dosage)’ 샴페인입니다. 잔당을 완벽한 ‘제로’로 만든 드라이한 샴페인지만 한모금만 마셔도 잘 우려낸 곰국처럼 깊고도 풍성한 맛과 향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당도가 낮으니 음식의 본연의 맛도 헤치지 않고 잘 살려줍니다. 잔당 없어 어떻게 이런 맛이 가능할까요. 그 해답을 찾아 떼루아와 포도 품종의 특징을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5g이하의 낮은 당도의 샴페인만 고집하는 에페르네의 샴페인 명가 롬바흐(Lombard)로 떠납니다.
롬바흐 하우스 전경. 최현태 기자.
롬바흐 하우스 전경. 최현태 기자.
롬바흐 수출매니저 실방 뒤페르몽(Sylvain Dufermon)과 홍보담당 이자벨 크룬(Isabelle Kroun).  최현태 기자
◆땅속 깊이 18m 셀러에서 무르익는 샴페인
샴페인의 본고장 프랑스 상파뉴의 중심도시 랭스(Reims)에서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면 30분만에 에페르네역에 닿습니다. 에페르네 에서 차로 5분, 걸어서 15분 거리의 샴페인 하우스 롬바흐(Lombard) 들어서자 수출매니저 실방 뒤페르몽(Sylvain Dufermon)과 홍보담당 이자벨 크룬(Isabelle Kroun)이 먼 길 오느라 고생했다며 반가운 얼굴로 맞아줍니다.
지하 까브 입구에서 포즈를 취한 뒤페르몽. 최현태 기자
지하 셀러 가는 길. 최현태 기자
뒤페르몽을 따라 까브(Cave)로 적힌 와인셀러 투어에 나섭니다. 지하 1층으로 내려서자 끝도 없이 펼쳐지는 셀러에서 샴페인이 맛있게 익어갑니다. 보통 샴페인 하우스의 셀러는 지하 1층 구조인데 롬바흐는 한층을 더 내려가네요. “지하 2층 셀러는 땅속 깊이가 무려 18m랍니다. 빛과 진동이 아예 없어 샴페인을 숙성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죠. 셀러의 총 길이는 1.5km에 달해요. 길을 잃어버릴 수 있으니 조심하면서 잘 따라오세요 하하”.
롬바흐 셀러. 최현태 기자
넌빈티지 샴페인의 법정 병숙성 기간은 최소 1년, 빈티지 샴페인은 3년입니다. 하지만 롬바흐는 셀러가 넉넉하기에 넌빈티지도 3년 숙성하고 빈티지 샴페인도 5~6년 숙성하며 길게는 10년까지 숙성합니다. 샴페인은 2차 병발효를 끝낸 효모앙금과 계속 병에서 숙성시키는데 이 기간이 길수록 브리오슈 같은 풍성한 복합미가 더해집니다.
롬바흐 셀러에서 숙성중인 샴페인. 최현태 기자
롬바흐 셀러. 최현태 기자
롬바흐가 일반 샴페인보다 두배 가량 길게 병숙성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샴페인은 병숙성이 끝난 뒤 효모 앙금을 병목으로 모아 제거하는 데고르즈망(Degorgement)을 한 뒤 손실된 와인을 보충하면서 당도를 넣어주는 도사주(Dosage)를 하는데 이때 샴페인의 당도가 결정됩니다. 롬바흐는 도사주때 잔당을 최대 5g으로 제한하며 모든 그랑크뤼 샴페인은 잔당을 ‘제로’로 만들어 버립니다. “당분이 아예 없으며 소비자들이 자칫 밋밋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오래 병숙성하면 당분이 없어도 풍성한 볼륨감과 효모향이 넘치는 맛있는 샴페인이 만들어진답니다. 그래서 포도의 산도가 아주 중요해요. 포도의 산도는 장기숙성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죠.”
발효용 탱크와 오크.   최현태 기자
스틸 탱크. 최현태 기자
롬바흐는 이처럼 신선한 산도를 지키고 어떤 향도 개입할 수 없도록, 이녹스(Inox)로 불리는 스테인리스 스틸탱크에서만 1차 발효를 진행합니다. 지하 셀러에는 벽처럼 보이는 구조물들이 늘어서 있는데 안에는 모두 대형 이녹스가 설치돼 있고 겉을 콘크리트로 발라 산소를 완벽하게 차단합니다. 이녹스 1개에서 샴페인 3만3000병이 생산되는데 이녹스는 모두 14개에 달합니다. 다만, 블랙 레이블을 단 그랑크뤼 샴페인을 위주로 오크통도 사용하는데 1차 발효가 다 끝난 뒤 2차 병발효를 하기전에 안정화시키기 위해 4~6개월 오크통에 넣어 둡니다. 하지만 여러차례 사용한 오크통으로 샴페인에 오크향은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셀러에 보관중이 롬바흐 샴페인 1996 빈티지.  최현태 기자
제로 도사주 롬바흐 떼루아 라인 그랑크뤼.  최현태 기자
롬바흐 시그니처 라인. 최현태 기자
◆미식과 어울리는 샴페인의 기준
롬바흐 샴페인을 마셔보면 기존의 샴페인과 아주 다르다는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로 졸리다가도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쨍하고 생기발랄한 산도, 그리도 아주 드라이한 맛입니다. 롬바흐는 왜 낮은 당도와 제로 도사주, 높은 산도를 고집할까요. 떼루아를 그대로 반영하는 샴페인은 당도가 낮고 산도가 뛰어나야 한다는 철학 때문입니다. “산도는 롬바흐 샴페인 스타일에서 매우 중요해요. 굉장히 신선하고 미네랄 풍부한 떼루아를 그대로 담을 수 있는 와인을 만드는 것이 롬바흐의 철학이랍니다. 갓 수확한 포도는 굉장히 아름다운 산도를 지니고 있는데 롬바흐는 이를 전혀 가리려고 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산도가 있어야 오래 숙성할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뾰족한 산과산을 둥글둥글한 젖산으로 바꾸는 과정인 말로라틱도 하지 않는 답니다.”
상파뉴 주요산지.
 
상파뉴 중심 3곳 생산지.
당도가 낮은 샴페인이 음식과 더 잘 매칭된다는 점도 롬바흐가 낮은 도사주를 추구하는 이유입니다. “실제 가스트로믹하고 파인한 음식과 매칭할 땐 낮은 당도의 샴페인 훨씬 잘 어울립니다. 당도가 높으면 샴페인 자체의 아로마도 감추고 음식의 본연의 맛도 해칠수 있어요. 특히 해산물의 겨우 당도가 낮은 샴페인을 곁들이면 식재료의 미네랄을 아주 잘 보여준답니다.”
롬바흐 샴페인. 최현태 기자
롬바흐는 한해에 무려 300만병을 생산했는데 2008년 아들 토마가 합류하면 생산량을 60만병으로 대폭 줄입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샴페인 품질을 높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특히 모든 밭을 작은 구획인 파셀 단위로 관리하고 잔당도 최대 7g에서 5g으로 낮춰 브뤼를 없애고 엑스트라 브뤼 이하 샴페인만 만듭니다. 샴페인 당도는 브뤼 나뚜르(Brut Nature) 3g <엑스트라 브뤼(Extra Brut) 0∼6g이내 < 브뤼(Brut) 12g이내 <엑스트라 드라이(Extra Dry) 12∼17g <섹(Sec) 17∼32g <드미섹(Demi Sec) 32∼50g <두(Doux) 50g이상 순서로 단맛이 강해집니다.
티에리(왼쪽)와 토마스. 홈페이지
롬바흐 프리미에 크뤼 포도밭. 홈페이지
◆생산량 대폭 줄여 품질 끌어 올려
롬바흐의 역사는 192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농업 엔지니어인 로버트 앙드리유(Robert Andrieu)가 설립한 가족 샴페인 하우스로, 사위 필립 롬바흐(Philippe Lombard)를 거쳐 티에리 롬바흐(Thierry Lombard)), 토마스 롬바흐(Thomas Lombard)로 4대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1950년 로버트 앙드리유의 사위였던 필립 롬바흐는 샴페인 하우스를 인수 한 후 판로를 개척하면서 샴페인 사업을 확장시켰고, 1975년 티에리 롬바흐는 적극적으로 수출을 하며 하우스를 성장시킵니다. 특히 2004년 티에리 롬바흐는 롬바흐 브랜드 그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 몽타뉴 드 랭스(Montagne de Reims) 서쪽에 위치한 상파뉴 하우스 메도(Médot)의 프리메 크뤼 포도밭 5.5ha를 매입했는데 2022년 유기농 인증을 받았습니다. 메도 포도밭은 브리뉴(Vrigny), 파르뉴 레 랭스(Pargny les Reims), 주이 레 렝스(Jouy les Reims), 쿨로메 라 몽타뉴(Coulommes la Montagne)에 위치하고 있으며, 피노 뫼니에 60%, 피노 누아 30%, 샤르도네 10%의 비율로 식재됐습니다. 나머지 포도는 생산자 75명에게 구입하며 면적은 55ha에 달합니다.
롬바흐 연구실. 토양연구. 최현태 기자
 
롬바흐에는 작은 연구실이 하나 딸려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다양한 토양을 담은 유리병이 가득합니다. 상파뉴 지역의 거의 모든 토양을 이곳에 가져다 놓고 어떤 토양이 어떤 맛과 향을 내는지 계속 연구하고 있습니다. “포도를 구입할때도 포도밭의 주인과 토양조건을 함께 분석합니다. 80cm 깊이로 땅을 파서 흙마다 어떤 층으로 이뤄졌는지 연구하는데 토양의 타입에 따라 아로마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죠. 도사주를 적게하거나 아예 안하는 것은 아주 좋은 포도를 매입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최고 품질이 포도라야 도사주를 안하더라도 좋은 풍미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또 포도밭의 아주 작은 픽셀별로 포도즙을 따로 만드는데 이렇게 하면 떼루아를 와인에 잘 표현할 수 있답니다. 발효할때도 굉장히 낮은 온도에서 발효해 과실미와 미네랄을 최대한 강조하는 샴페인을 만듭니다.”
백레이블을 설명하는 뒤페르몽. 최현태 기자
백레이블 포도밭 위치 정보. 최현태 기자
백레이블 포도밭 위치 정보. 최현태 기자
롬바흐의 백레이블은 두겹으로 구성됐는데 한 커플을 벗겨내면 포도밭 그림과 함께 위치, 구체적인 그랑크뤼 포도밭 이름, 토양 설명과 이곳에 자란 포도가 어떤 캐릭터를 지니는지 아주 자세하게 설명이 돼있어 소비자들이 샴페인의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답니다.
롬바흐 샤르도네 수확.
한국을 찾은 뒤페르몽. 최현태 기자
◆포도밭을 한잔에 그대로 담다
롬바흐의 와인은 다양한 떼루아의 포도를 블렌딩 하여 만든 시그니처(Signature), 포도밭의 미네랄 아이덴티티를 표현한 떼루아(Terroir), 와인셀러에 보관된 가장 훌륭한 빈티지로 양조한 빈티지 샴페인인 밀레지엄(Millesime) 등 3개 라인입니다. 롬바흐 샴페인은 비니더스 코리아에서 수입합니다. 수출매니저 실방 뒤페르몽은 최근 한국을 찾아 롬바흐 샴페인을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는 행사도 진행했습니다.
롬바흐 시그니처 엑스트라 브뤼. 최현태 기자
롬바흐 시그니처 엑스트라 브뤼. 최현태 기자
롬바흐 시그니처 엑스트라 브뤼(Lombard Signature Extra Brut)는 피노누아 35%, 샤르도네 35%, 피노뮈니에 30%이며 도사주는 5g/L입니다. 피노누아는 샴페인의 구조감을 담당하며 피노뫼니에는 둥글둥글한 캐릭터를 만들고 샤르도네는 화이트 품종 특유의 과일향을 선사합니다. 레몬 등 시트러스로 시작해, 잘 익은 배, 사과향이 따라오고 흰 꽃 향이 향긋하게 퍼집니다. 잔을 흔들면 브리오슈 등 갓 구운 빵냄새가 미묘하게 느껴지며 생기발랄한 산도와 상쾌한 미네랄이 잘 어우러집니다. 피니시는 긴 여운을 남기며 밸런스가 돋보입니다.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첫 번째 포도즙인 뀌베로만 만들며 온도 조절이 가능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알코올 발효를 진행합니다. 병숙성 기간은 36개월로 풍부한 효모향이 느껴집니다.
롬바흐 시그니처 엑스트라 브뤼 프리미에 크뤼 블랑 드 누아. 최현태 기자
롬바흐 시그니처 엑스트라 브뤼 프리미에 크뤼 블랑 드 누아. 최현태 기자
롬바흐 시그니처 엑스트라 브뤼 프리미에 크뤼 블랑 드 누아(Lombard Signature Extra Brut 1er Cru Blanc de Noir)는 피노누아 50%, 피노뮈니에 50%이며 도사주는 4g/L입니다. 흰복숭아, 사과꽃 향으로 시작해 온도가 오르면서 오랜 효모앙금 숙성에 얻는 견과류, 바닐라, 토스티한향이 피어납니다. 기분좋은 과일향과 우아한 산미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복합미가 뛰어납니다. 피노누아는 몽타뉴 드 랭스에서도 프리미에 크뤼 포도밭인 시뉴 레 로제(Chigny-Les-Roses)와 릴리 라 몽타뉴(Rilly-La-Montagne)의 포도로 빚으며 스틸 탱크에서 발효합니다. 60%는 스틸 숙성, 40% 오크 숙성해 블렌딩한 뒤 병에 담아 2차 발효를 거치며 최소 36개월동안 병숙성합니다.
롬바흐 시그니처 브뤼 나뛰르 그랑크뤼. 최현태 기자
롬바흐 시그니처 브뤼 나뛰르 그랑크뤼. 최현태 기자
롬바흐 시그니처 브뤼 나뛰르 그랑크뤼(Lombard Signature Brut Nature Grand Cru)는 피노누아 50%, 샤르도네 50%이며 도사주는 0g/L입니다. 라임, 사과, 흰복숭아향으로 시작해 잔을 흔들면 신선한 아몬드와 토스트가 따라 옵니다. 부드러운 버블이 혀를 어루만지며 풍부한 바디감와 완벽한 밸런스가 느껴집니다. 여운은 길게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떼루아의 특징을 아주 잘 결합한 샴페인입니다. 빼어난 샤르도네 생산지 꼬뜨 데 블랑(Cote des Blancs)의 백악질 토양이 주는 미네랄과 최고의 피노누아 생산지 몽타뉴 드 랭스(Montage de Reims)의 점토와 석회질이 주는 풍만함을 잘 보여줍니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한 뒤 여과를 하지 않고 75%는 스틸, 25%는 오크통에서 6~8개월 숙성한 뒤 블렌딩해 2차 병발효를 합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상파뉴=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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