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 오스틴 잠재운 잠수함 투수의 118km 커브...삼성 양현, 2차 드래프트 이적 후 '첫 홀드'
[스포탈코리아] 원 포인트 릴리프의 정석이었다. 삼성 라이온즈 우완 언더스로 양현(32)이 이틀 연속 좋은 피칭으로 팀 승리를 도왔다.
양현은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7회 구원 등판해 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3위 삼성(37승 29패 1무)은 6-3 승리로 주중 3연전 스윕을 달성하며 2위 LG(38승 29패 2무)를 0.5경기 차로 턱밑까지 추격했다. 1위 KIA 타이거즈(38승 28패 1무)도 1경기 차에 불과해 주말 결과에 따라 선두 등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원태인과 백정현이 부상으로 빠진 삼성은 전날(12일) 이승민에 이어 대체 선발 이호성을 투입하며 불펜 총동원을 예고했다.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으나 삼성은 이호성의 호투(5⅓이닝 2실점)와 박병호, 강민호, 이재현의 릴레이 홈런포를 앞세워 6회까지 5-2로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스윕패 위기에 몰린 LG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7회 들어 사사구 3개와 김현수의 희생플라이를 곁들여 한 점을 따라오는 등 거센 추격이 이어졌다.
양현은 삼성이 5-3으로 앞선 7회 초 2사 1, 2루 위기에서 네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왔다. 상대는 LG 4번 오스틴으로 직전 타석까지 주중 3연전 타율 0.385(13타수 5안타) 2홈런 4타점 4득점을 기록하며 물오른 타격감을 뽐내고 있었다. 다만 지난해 언더투수 상대 타율 0.218(55타수 12안타)로 약점을 보여 삼성은 6회 김대우, 7회 양현을 연달아 오스틴 타석에서 투입하며 대응했다.
홈런 한 방이면 역전까지 가능한 승부처에서 오스틴이 먼저 움직였다. 오스틴은 양현의 초구 바깥쪽 119km/h 커브를 공략하며 좌익수 왼쪽으로 좋은 타구를 보냈다. 동점주자까지 홈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2루타 코스였으나 간발의 차이로 라인 바깥에 떨어지면서 파울에 머물렀다.
위기를 넘긴 양현은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웠다. 비슷한 코스로 연속해서 커브를 던지며 스윙을 유도했고 이 선택이 통했다. 오스틴이 2구째 118km/h 커브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서 높이 떠오른 공을 3루수 김영웅이 파울 지역에서 잡아내며 7회가 마무리됐다. 양현은 전날 중견수 뜬공에 이어 두 경기 연속 오스틴을 범타 처리하며 맡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후 삼성은 김태훈(⅓이닝)과 이승현(1⅔이닝)이 남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6-3 승리를 지켜냈다. 양현은 삼성 소속으로 첫 홀드를 기록하며 활짝 웃었다. 특히 지난해 2타수 2안타(1홈런)로 약했던 천적 오스틴을 이번 시리즈에서 2타수 무안타로 제압하며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2011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양현은 키움 히어로즈를 거쳐 지난해 11월 2024 KBO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으로 이적했다. 키움 시절 2019년(29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1.99)과 2020년(58경기 8승 3패 2세이브 13홀드 평균자책점 3.30)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양현은 최근 2시즌 연속 5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부침을 겪었다. 삼성은 우규민이 KT로 떠나며 발생한 언더스로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현의 반등에 기대를 걸고 영입을 결정했다.
삼성 유니폼을 입은 양현은 시즌 초반 5경기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그러나 4월 14일 NC 다이노스전(⅔이닝 3실점), 18일 두산전(0이닝 2실점) 등 점차 무너지는 빈도가 잦아졌다. 결국 4월 21일 1군에서 말소돼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하던 양현은 5월 25일 퓨처스 리그에서 등판하며 복귀를 알렸다. 이후 4경기에서 2승 1홀드를 챙기며 컨디션 점검을 마친 뒤, 지난 9일 원태인과 최하늘을 대신해 대략 7주 만에 1군으로 돌아왔다. 양현은 LG를 상대로 1군 복귀전을 치르면서 2경기 1⅓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삼성 불펜의 새로운 옵션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은 최근 필승조였던 김재윤, 임창민이 흔들리며 불펜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또한 김대우를 제외하면 언더스로가 마땅치 않아 다양성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존재했다. 다행히 희소성을 지닌 양현을 필두로 불펜의 여러 선수가 시리즈 내내 안정감을 찾으면서 한결 여유를 갖게 됐다.
신희재 <쓰다> 객원기자
사진=뉴스1,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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