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별로 없는 시라카와, 선발 잔류 ‘합격투’···그것도 1위 KIA 상대로
SSG의 시라카와 케이쇼(23)는 지난 1일 키움전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가졌다. 5이닝 3피안타 4볼넷 무실점으로 승리했다.
닷새를 쉬고 다시 나선 7일 롯데전에서는 1.1이닝 만에 7피안타 3볼넷 8실점(7자책)으로 물러났다. 극과 극의 피칭이었다.
시라카와는 선발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가 부상당하자 그를 대체하기 위해 SSG에 입단한 투수다. 그런데 첫 2경기에서 너무 다른 투구 내용을 보였다. 많은 관중 앞에서 던지고, 5일 간격으로 로테이션을 꼬박꼬박 지켜가며 등판하는 것이 낯설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라카와는 일본 독립리그에서 뛴 투수다. 이에 SSG는 시라카와를 불펜으로 이동시키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숭용 SSG 감독은 지난 11일 “독립리그에서는 열흘 간격으로 등판했다고 한다. 체력적인 부분도 힘들 것이고, 많은 관중 앞에서 던질 때 긴장하는 것도 극복해야 한다. 같이 있는 동안에는 본인에게 맞는 것을 찾아줄 필요가 있다. 목요일 등판을 보고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보직 이동을 고민했다.
13일 KIA전에 선발 등판한 시라카와는 호투했다. 5이닝을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막고 SSG의 7-1 승리를 이끌어 2승째를 거뒀다.
지난 7일 롯데전에서 49개밖에 던지지 않은 변수는 있지만 이후 마찬가지로 닷새 쉬고 등판한 이날 KIA전에서 91개를 던져 비교적 호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8㎞에 최저 110㎞의 커브를 던졌다. 사실상 직구(57개)와 커브(21개)만으로 5이닝을 던지면서 전날 경기 후반 대폭발했던 KIA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3회초 1사후 볼넷과 안타로 1·2루에 주자를 보낸 시라카와는 1번 박찬호를 3루 땅볼로 잡은 뒤 2사 1·3루에서 이창진에게 2루타를 허용해 유일하게 실점했다. 2사 2·3루에서 3번 김도영을 맞았으나 직구만 4개를 던져 유격수 땅볼로 이닝을 끝냈다. 최근 KIA에서 가장 강한 타선을 침묵시켰다.
시라카와는 경기 뒤 “롯데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문화도 들었고 긴장감이 너무 커서 (지난 경기에서는) 무브먼트가 떨어진게 아닌가 생각한다. 경직돼있었던 것 같다”며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마운드에 서면 안될 것 같다. 오늘도 그 생각만 하면서 던졌다”고 말했다.
SSG는 올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신설한 대체선수 영입 제도를 통해 시라카와를 영입했다. 엘리아스가 복귀할 때까지, 6주 동안만 시라카와와 계약했다. 진단에 따르면 엘리아스는 전반기 막바지인 7월초 돌아올 수 있어 시라카와는 6주 동안, 총 6~7차례 등판할 계획으로 입단했다. 이미 3차례 등판했으나 3~4차례 등판만 남은 셈이다.
일단 시라카와는 ‘선발 잔류’로 가는 분위기다. 엘리아스가 올 때까지, 대체 기간만 염두에 둔 이상 최악의 투구를 하지 않은 이상 불펜으로 기용할 이유는 없다. 이숭용 감독은 “시라카와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지난 경기 부진이 좋은 약이 된 것 같다. 잘 준비했다. 긴장하지 않고 본인의 장점을 잘 보여준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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