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때 봤는데, 같이 늙어가네"…277억 포수 키운 명장, 인고의 14년 박수 보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고등학교 졸업하고 들어왔을 때 그때부터 봤던 친구라서. 그때 19살이었는데, 이제 나이는 잘 모르겠네. 같이 늙어가는 것 같아요(웃음)."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지난 11일 잠실야구장을 찾았다. 지난 2일 한화 제14개 감독으로 부임하고, 김 감독에게 선수로도 감독으로도 친정 구단인 두산 베어스와 첫 맞대결을 펼치는 날이었다. NC 다이노스 사령탑 시절인 2018년 4월 8일 잠실 두산전 이후 2256일 만의 방문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먼저 그라운드에서 홈팀 두산의 훈련을 지휘하던 이승엽 감독과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는 배팅 케이지에서 타격 훈련을 하던 두산 포수 양의지(37)에게 향했다. 양의지는 오랜만에 그라운드에서 재회한 스승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며 반가움을 표현했다.
양의지에게 김 감독은 은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주진흥고를 졸업하고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8라운드 59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양의지는 처음부터 1군에서 빛을 본 선수는 아니었다. 경찰야구단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1군 경험은 2007년에 교체 출전한 3경기가 전부였다.
양의지는 입단 5년째인 2010년 두산 안방을 차지했다. 당시 나이 23살. 경찰청에서 제대하고 돌아온 양의지는 그해 홈런 20개를 치며 공격형 포수로 눈도장을 찍었다. 당시 두산을 이끌던 김 감독의 믿음 아래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김 감독은 NC 사령탑 시절이었던 2017년 상대팀 두산의 훈련을 지켜보다 양의지를 언급하면서 "나는 열심히 하면 기회를 준다. 목동(2010년 넥센 히어로즈전, 4타수 2홈런 3타점)에서였나, 나가더니 그냥 타구를 넘겨버리더라. 그러면서 (양)의지한테 기회가 많이 갔다. 방망이는 저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손 쓰는 기술이 정말 좋다. 정말 가볍게 친다. 자기가 정말 많이 노력한 선수다. 경찰청 때 유승안 감독에게 많이 배우기도 했고, 노력하니까 자기가 기회를 잡은 것"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당시 김 감독의 말을 전해 들은 양의지는 "처음 어릴 때는 그냥 따라다니는, 김경문 감독님께는 완전 꼬맹이였다. 세월이 많이 지나서 보니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이 자리까지 온 거 같다. 안 될 때도 기회를 많이 주셨다. 이기든 지든 네가 나갈 거니까 잘하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늘 감사하다. 처음 팀에 들어왔을 때 김경문 감독님이 계셨고, 김태형 감독님(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배터리 코치로 계셨다. 그리고 강인권 배터리 코치님(현 NC 감독)까지 계셨는데, 다들 내게는 은인이나 다름없다. 정말 많이 챙겨 주셨다"고 했다.
양의지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14년째 리그 최고 포수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2010년 신인왕을 시작으로 탄탄대로가 열렸다. 지난해까지 골든글러브는 모두 9차례 수상했다. 2014, 2015, 2016, 2018, 2019, 2020, 2021, 2022, 2023년까지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개인 통산 최다 수상 2위에 올랐다. 2021년만 지명타자로 받았고, 나머지 8개는 포수로 받았다. 이승엽 감독이 보유한 역대 골든글러브 통산 최다 수상 기록(10차례)까지는 단 한 개를 남겨뒀다. KBO리그 통산 성적은 1775경기, 타율 0.309(5707타수 1762안타), 출루율 0.390, 장타율 0.501, 253홈런, 1065타점이다.
FA로 벌어들인 수익은 277억원에 이른다. 2019년 시즌을 앞두고 처음 FA 자격을 얻었을 때 NC와 4년 총액 125억원에 계약했고, 지난 시즌을 앞두고 2번째 FA 자격을 얻었을 때는 4+2년 총액 152억원을 받고 친정 두산으로 돌아왔다. 2차례 계약 모두 당시 기준 역대 FA 최고액이었다.
김 감독은 30대 후반 나이에도 리그 정상을 지키는 양의지에게 박수를 보내며 "포수가 저렇게 오래 한다는 건 관리를 잘하고,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것이다. 양의지가 다른 팀 선수지만, 양의지의 좋은 점들은 뺏어내라고 하고 싶다. 어느 포지션이나 잘하는 선수들이 있으면 야구 후배들은 그것을 따라 하기도 해봐야 한다. 그러면서 자기한테 맞을 수도 있는 거니까"라고 했다.
양의지에게도 김 감독은 평생 기억할 스승이다. 양의지는 "내가 프로에 와서 첫 감독님이기도 했고, 처음 1군에도 기용해 주시고 예뻐해 주셨다. 대표팀에서도 같이 했던 사이라 특별하다"고 했다.
66살 노장이 돼서 현장으로 돌아온 김 감독이 건강하기만을 바랐다. 양의지는 "항상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감독님이 다시 복귀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다. 복귀하신 것을 가장 먼저 축하드리고 싶었다. 같은 팀에서 또 함께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다시 야구장에서 뵐 수 있어 좋다. 그렇게는 안 됐지만 '감독님 계신 곳으로 가겠다'고 했을 정도로 내겐 정말 특별한 분이다. 다시 복귀하셔서 정말 축하드린다고 하고 싶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양의지는 이제 포수 후배들이 빨리 성장할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때는 타격에 약점을 보였던 장승현을 따로 지도해줬고, 시즌 들어서는 2차드래프트로 올해부터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기연을 살뜰히 챙기고 있다. 김기연은 양의지의 고교 후배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뒤를 이을 포수가 나와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고 있다.
양의지는 "두산은 항상 포수 강팀이니까. 계속 팀을 강하게 만들려면 어린 포수들을 잘 키워야 하고, 거기에 내가 조금이나마 일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후배들을 챙기고 있다"고 했다.
양의지는 올해도 팀의 중심타자로 무게를 잘 잡아주고 있다. 61경기 타율 0.352(233타수 82안타), 8홈런, 53타점, OPS 0.885를 기록하고 있다. 6월 들어 날이 무더워졌는데도 10경기에서 타율 0.426을 기록하며 더 뜨거운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양의지는 "이제 조금 더워진 것 같으니 체력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 한 경기 한 경기 치면서 유지하다 보면 그래도 괜찮은 성적으로 올해도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록을 보기보다는 그냥 재미있게 하고 있다. 주어진 상황에 맞게 열심히 하고 있고, 그냥 즐기면서 하고 있다"며 체력 부담이 큰 포수인 만큼 무더위만 잘 이겨낼 수 있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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