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휴진' 거사 앞두고 의료계 갈등 폭발…단일대오 '흔들'
분만·아동병원, 휴진 불참…의협회장·전공의대표 또 충돌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의 의대증원과 의료개혁에 반발해 의사들이 다음주 전면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의료계가 내분에 휩싸이며 몸살을 앓고 있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이 4개월째로 접어드는 등 의료계 구성원들의 누적된 피로와 갈등이 의사들 휴진을 앞두고 폭발하는 양상이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의 무기한 휴진 예고에 관련 병원 노동자들이 휴진 철회를 촉구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김영태 서울대병원장도 교수들의 휴진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강남·신촌·용인 세브란스병원 세 군데 간호사 등 노동자들로 구성된 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은 전날(13일) "명분없는 집단행동을 철회하고 현장을 지켜달라"며 "집단행동으로 인한 진료 연기나 예약취소 업무는 일체 거부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극단적 가정이나 교수들이 모두 동시에 집단휴진에 돌입하면 1만7000여명의 진료예약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500여명의 수술이 연기되며 3000여명의 재원환자는 불안한 상태에 놓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로 구성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서울지부도 대자보를 붙여 "계획을 철회하라. 어떤 정당성과 명분이 있는가"라며 따져 물었고 분당서울대병원 노동조합도 "교수들이 직접 진료 예약 변경을 하라"는 대자보를 붙였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도 "진료·수술 연기·취소 업무는 의사들이 직접 담당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지라"고 지적했다. 당장 하루 외래 환자만 9000명 정도인 서울대병원의 교수들은 17일 예약 환자들에게 휴진 사실과 새 일정을 공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의대 교수·개원의 등과 단일대오로 굳건히 뭉쳐 18일 전면 휴진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알리겠다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발표에 전공의 대표는 2시간여만에 반박하는 등 의사사회 내부 갈등도 진행 중이다. 속속 18일 휴진에 불참한다는 병원 단체의 발표도 잇따르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현택 회장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냐"면서 "임현택 회장은 이제 말이 아닌 일을 해야 하지 않을지. 여전히 전공의와 학생만 앞세우고 있지 않나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단일 대화 창구? 통일된 요구안? 임현택 회장과 합의한 적 없다"면서 "범의료계 대책 위원회? 안 간다. 협의회의 요구안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 등 총 7가지 사안을 요구하고, 정부가 불응하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와 관련해 임현택 의협 회장은 같은 날 밤 의료계 인사들과의 '단톡방'을 통해 박 위원장 글을 다룬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의협이 전공의 문제 신경 끄고 손 뗄까요? 그거 바란다면 의협도 더 이상 개입하고 싶지 않다"는 불쾌한 심정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임 회장은 "원하지 않으면 의협은 정부와의 대화, 투쟁 전부 대전협에 맡기고 손 떼고 싶다. 집행부하고 의협 전공의 문제 전면 불개입 진지하게 논의하겠다. 원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푸는 게 맞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오전 서울 양재 더케이호텔에서 진행 중인 '2024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한 임 회장은 "(의협은) 의료계 전 직역을 망라해 너나 할 것 없이 한마음 한뜻을 이루고 있다"며 "18일 오후 2시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 함께 해달라"며 단일대오 형성을 거듭 호소했다.
그러나 분만·소아 진료 등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병원들도 참여가 힘들다는 분위기다. 찾아오는 환자 특성상 응급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병원들이다. 대한분만병의원협회와 대한아동병원협회는 큰 폭의 의대증원이 우려되나 각각 협회 차원에서 휴진 동참을 권하지 않기로 했다.
이를 두고 임현택 회장은 최용재 아동병원협회장 입장이 담긴 언론보도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폐렴끼'라는 병을 만든 사람들이다. 멀쩡한 애를 입원시키면 인센티브를 주기도 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에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필수의료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한 교수는 뉴스1에 "의사들의 자존감을 떨어지게 하는 큰 이유는 임현택 의협 회장의 페이스북 저격, 강경한 발언 등"이라며 "의정갈등도, 내부갈등도 참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대학병원 뇌전증 전문 교수들로 구성된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도 이날 "뇌전증은 치료 중단시 신체 손상과 사망의 위험이 수십 배 높아지는 뇌 질환으로 약물 투여 중단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며 "협의체 차원에서 의협의 단체 휴진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협의체는 "의사들은 잘못이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지 말고, 차라리 삭발하고 단식을 하면서 과거 민주화 투쟁과 같이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정부에 대항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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