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에 '한국형 전자조달' 시스템 구축…소니아 벤 살렘 국장

김지선 2024. 6. 1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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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 표창…"K-전자조달 정착·확산에 기여"
튀니지 공공조달상위위원회(HAICOP) 소속 소니아 벤 살렘 국장 [코이카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지선 기자 =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는 단순한 시스템 이전을 넘어 지역에서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했습니다. 이는 'K-전자조달'이 튀니지에 정착하는 원동력이 됐죠."

아프리카 대륙 최북단 국가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 위치한 한국대사관에서는 지난 6일(현지시간) 특별한 시상식이 거행됐다.

한국형 전자조달시스템 'K-전자조달'을 현지에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그 성과를 중동·북아프리카(MENA)로 확산하는 데 기여한 '조력자'가 대통령 표창을 받게 된 것.

영예의 주인공은 튀니지 공공조달 상위위원회(HAICOP) 소니아 벤 살렘 국장.

공공조달 상위위원회는 지난 2015년 정부 파트너십 지역 대상, 2022년 대한민국 조달청장 표창을 받았지만 개인 자격으로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니아 국장은 14일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 기관의 목표를 이뤘다는 점에서 제 자신이 무척 자랑스럽고, 결과물이 조국에게도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받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모국인 튀니지에 K-전자조달이 연착륙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현지화 전략을 꼽았다.

소니아 국장은 "시스템 설계는 한국 기업이 맡되, 기자재 조달과 소프트웨어 개발은 로컬 업체 주도로 이뤄졌다"며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한 유지보수가 가능했던 점이 주효했다"고 소개했다.

변호사로서 총리실 소속 공공조달 상위위원회 감사관으로 일하던 그와 코이카의 인연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튀니지는 재스민혁명 이후 부정부패 척결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공 조달 분야 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었다.

튀니지 정부는 아프리카 최초로 '나라장터'를 모델로 한 튀니지공공조달시스템(TUNEPS)을 도입하겠다며 코이카에 도움을 요청했고, 소니아 국장이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게 된 것이다.

그는 "코이카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생산성을 제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공행정 혁신으로 신뢰할만한 거버넌스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었다"며 "튀니지는 1차 사업(2011∼2013년)때 시범 구축한 시스템을 발판으로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등 국제기구로부터 지속적 지원을 얻어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지난 6일(현지 시간) 대통령 표창을 받은 소니아 벤 살렘 국장 [코이카 제공]

과거 이른바 '하드카피' 방식으로 이뤄지던 튀니지의 공공조달은 TUNEPS 채택 이후 180도 달라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자동화, 비대면화가 기본인 데다 거래 추적이 가능해지면서 투명성을 담보한 것은 물론 시간과 비용이 단축돼 효율성도 확보됐다.

지난 2015년 당시 연간 178건에 불과했던 전자조달 입찰 건수는 2021년 1만8천507건으로 100배 이상 증가했고, 2022년 기준 공공기관 1천441곳이 TUNEPS를 이용 중이다.

2018년 총리령으로 모든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사용을 의무화하면서 TUNEPS는 그야말로 날개를 달았다.

특히 국가 주도로 조달된 방역물품의 90% 이상을 TUNEPS를 통해 공급, 코로나19 봉쇄 기간에도 물류를 원활하게 처리하는 등 팬데믹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마침 코이카와 함께한 후속 사업(2019∼2024년)을 통해 시스템의 안정성을 향상하고, 지방·중소기업도 동참하도록 접근성을 높이던 차였다.

"기술적 문제 이외에도 기존 방식에 익숙한 이용자들의 저항과 소속 기관 내부의 경직성에 부딪혀 어려울 때도 많았다"고 털어놓은 그는 "이를 해결하는 과정은 늘 도전의 연속이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경험도 선사했다"고 전했다.

이제 튀니지는 요르단, 이집트 등 뒤이어 'K-전자조달'을 수입한 주변국들이 한수 배우러 오는 역내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소니아 국장은 "지난 10여년 간 시스템을 운영·개선해온 연륜을 바탕으로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인접국 선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전통적 공적개발원조(ODA) 관점에서 벗어나 개도국 간 협력을 꾀하는 '남남협력'의 단초"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튀니지에서는 한국-튀니지-요르단·이집트 간 '삼각 협력' 연수도 진행됐다. 신흥공여국이 자신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하고 한국이 자문을 제공하는 형태다.

튀니지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글로벌 공공조달교육원' 건립을 통해 또 한번 도약을 준비 중이다.

공공조달 전문가 인증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민간·공공 부문 종사자뿐 아니라 해외에서 건너온 인재들의 역량까지 키우는 것이 소니아 국장의 당면 목표다.

그는 'K-전자조달'에 대해 "다른 시스템과 완벽하게 연계돼 정보 교환이 가능하면서도 종단간암호화 등 보안에 있어 완결성을 갖췄다"고 평가하고 "우리도 전문가 양성을 통해 한국과 비슷한 수준에 오르도록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우리 손을 잡아준 한국 정부와 코이카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이 같은 노력이 전세계로 퍼져나가길 희망한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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