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원짜리 영화의 가능성[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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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 4'가 흥행하면서 지난달 극장가 사정이 부쩍 좋아졌다.
영화진흥위원회가 12일 발표한 5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영화의 매출액 점유율은 64.2%, 관객 수 점유율은 64.9%로 집계됐다.
역대 5월 한국 영화 매출액과 관객 수 점유율로는 최고 기록이다.
통상적으론 50% 수준이었으니 코로나19 이후 심각한 위기론에 시달리던 한국 영화계에 한 줄기 서광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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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 4’가 흥행하면서 지난달 극장가 사정이 부쩍 좋아졌다. 영화진흥위원회가 12일 발표한 5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영화의 매출액 점유율은 64.2%, 관객 수 점유율은 64.9%로 집계됐다. 역대 5월 한국 영화 매출액과 관객 수 점유율로는 최고 기록이다. 통상적으론 50% 수준이었으니 코로나19 이후 심각한 위기론에 시달리던 한국 영화계에 한 줄기 서광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같은 기록이 순전히 ‘범죄도시 4’에만 기댄 기형적인 흥행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이러다가 한국 영화가 1980년대 ‘영웅본색’ ‘첩혈쌍웅’ 같은 홍콩 누아르 무비나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의 ‘링’ ‘주온’ 같은 일본 공포영화의 길을 걷지 않을까 걱정된다. 4050세대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저우룬파(周潤發), 장궈룽(張國榮)의 홍콩 무비는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다가 이내 자취를 감췄다. 비슷비슷한 아류작들이 판치면서 관객들이 금세 싫증을 느낀 탓이다. 일본 호러물도 유사품이 쏟아지면서 한 단계 도약할 동력을 잃었다. 모두 자기복제에 매몰돼 절호의 찬스를 놓친 케이스다.
한국 영화도 결국 그런 식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영 불안하다. 펼쳐져 있는 환경은 20∼30년 전 그때보다 더 안 좋다. 지금은 넷플릭스, 디즈니+ 같은 막강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경쟁자들이 포진하고 있다. 배우고 감독이고 수십 년간 ‘영화판’을 지키던 베테랑들도 자존심 접고 OTT 시리즈로 가는 판국이다. 엄청난 출연료 앞에서 의리를 지켜달라고 하는 건 무리다.
극장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단독 개봉영화를 올리고, 명작으로 손꼽힌 영화를 다듬어 재개봉한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그러나 일단 하향곡선을 탄 흐름을 멈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몇몇 극장업은 폐업 지경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돈다.
이 와중에 신선한 시도가 눈길을 끈다. 현대자동차가 배우 손석구와 손잡고 만든 단편 영화 ‘밤낚시’다. 12분 59초 분량이다. 요즘 핫한 ‘쇼트폼’의 형태다. 그럼 유튜브에 나올 줄 알았는데 극장에서 상영한단다. 14일부터 CGV 극장에서만 개봉. 입장료는 1000원. 삼겹살 1인분에 2만 원을 넘어선 시대인데 1000원 한 장이라니 솔깃해진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가볼 듯하다.
하지만 1000원짜리라고 함부로 얕보면 곤란하다. 공동제작자인 손석구가 주연까지 맡았고, 연출자는 2013년 칸국제영화제에서 ‘세이프’로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문병곤 감독이다. 전기차에 달린 7개 카메라의 시선으로 구성했다고 하니 발상도 기발하다. 이미 소문이 퍼져서 첫날 서울 지역 상영관은 매진됐다.
이런 시도는 대환영이다. 비록 현대자동차가 많은 젊은 소비자에게 자사 전기차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공동제작에 참여했을 테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한국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당돌하고 과감하며, 파격적인 도전엔 한계가 있을 수 없다. 요즘 평일 영화 입장료가 1만3000원, 주말은 1만5000원인데 연인과 1000원 영화로 분위기 잡고, 나머지 아낀 돈으로 생삼겹살보다 조금 저렴한 냉동삼겹살 1인분씩 먹으면 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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