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맞춤형 나라, 그 끔찍한 상상[이용식의 시론]

2024. 6. 1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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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주필
李 대권 맞춤형으로 당헌 개정
사사오입개헌 3선개헌 닮은꼴
국회는 사법리스크 방탄 장치
대통령 당선 땐 무소불위 권력
다음 총선까지 1년 맘대로 입법
나치 독재는 집권 5개월에 완성

이재명은 2021년 11월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나가겠다”고 외쳤다. 꿈은 이뤄졌다. 대선 패배에도 물러서긴커녕,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대표 당선, 비명횡사 공천, 친위세력의 당·국회 요직 장악을 통해 1인 중심 정당을 만들어냈다. 탁월한 정치력이다.

이제 대권 가도의 걸림돌을 제거할 차례다. 대선 1년 전 대표 사퇴 조항에 예외를 두는 당헌 개정에 나섰다.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라는 표현은 법규라고 하기도 민망할 만큼 모호한데, 그나마 인정 여부를 대표가 위원장인 당무위원회에 위임했다. 부정부패에 연루돼 기소된 당직자 직무를 정지하는 조항은 아예 폐지하기로 했다. 이 대표의 지방선거 공천권을 지키고, 자격 시비를 원천 봉쇄하려는 맞춤형 개정이다. 1987년 민주화 투쟁의 산물인 현행 헌법은 ‘임기 연장 등을 위한 개정은 당시 대통령에 대해선 효력이 없다’고 규정했다(제128조). 개헌이 현 권력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민주당 당헌 개정은 이와 정반대이고, 이승만·박정희 집권 연장용이었던 사사오입 개헌, 3선 개헌과 닮았다.

국회 상황을 보면 더 선명해진다. 이재명은 7개 사건, 11개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받는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출마할 수 없다. 사법 리스크가 가중되는 가운데, 법사위원회는 이재명 변호인단이라고 할 정도의 친위대로 채워졌다. 이재명 수사와 재판을 가로막는 법안을 쏟아내고, 검사와 판사에 대해선 탄핵소추를 통해 직무를 정지시키겠다고 한다. 정통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방송을 친야 세력 수중에 놓을 법안도,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을 제한할 입법도 준비 중이다. 청문회·국정조사·탄핵소추는 언제든 동원 가능한 3종 공격 무기다. 이렇게 이재명 맞춤형 국회의 막도 올랐다.

지금 이재명은 차기 대선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린다. 2027년 3월 당선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통령 거부권 장애물이 사라진다. 개헌을 제외하고 무슨 법률이든 창작할 수 있다. 검찰 인사권을 행사하고 사법부 구성에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중형을 선고받은 측근들 사면은 기본이고, 수사 지휘권을 활용하면 자신에 대한 공소 취하도 가능하다. 나치 독일도 선거와 입법을 통해 성립됐다. 1933년 아돌프 히틀러가 총리가 된 뒤 ‘수권법’을 통과시키고, 언론과 비(非)나치 단체들을 굴복시켰다. 히틀러가 독일 민주주의를 완전히 박살 내는 데 5개월도 걸리지 않았다.(폴 존슨 ‘모던타임스Ⅰ’ 533쪽) 이재명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1년 이상 압도적 여대야소 국회가 유지된다.

대통령이라는 최종 고지에 올라서면 달라질까. 어려울 것이다. 친위그룹과 강성 지지층이 용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 없는 기호지세(騎虎之勢) 신세다. 이재명 맞춤형 민주당과 국회가 국가 차원에서 작동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대의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린다. 오랜 의회 정치의 산물인 국회 선진화법은 이미 무력화했다. 둘째, 정당민주주의는 강성 소수의 먹잇감이 된다. 인민민주주의로 흐를 수도 있다. 셋째,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는 위협받고, 적반하장은 판친다.

넷째, 공인 의식과 도덕성 마비를 부른다. 법인카드 유용에서부터 위증 및 위증 강요, 대북 송금 의혹까지, 한 가지만으로도 정계 은퇴를 해야 할 정도인데, 버티면 대통령도 된다. 가수 김호중이 억울하다는 얘기까지 회자된다. 다섯째, 지역감정이 악화한다. 김대중·노무현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노력했지만, 이재명은 호남 정서를 자극하고, 과거보다 더한 싹쓸이를 했다.

“선거에서 이기면 좋지만 늘 이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패배하더라도 다음에 대한 희망을 남기는 패배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의나 원칙을 지키면서 임해야 한다. 특히, 명분을 버리면 안 된다. 대의도 원칙도 명분도 다 버리고 선거에 임하면 이기기도 어렵고, 패배 후의 희망까지 잃게 된다.”

노무현이 한결같이 강조했던 말이다(‘문재인의 운명’ 367쪽). 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정치인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명언이자 예언이다. 총선은 정권을 심판하는 회고적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대선은 대의명분과 비전이 중요한 전망적 선거다. 이재명 맞춤형 나라에 대한 상상이 필요한 이유다.

이용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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