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오물풍선 노림수와 초당적 협력 필요성[기고]

2024. 6. 1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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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우리 민간단체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오물풍선'을 남쪽으로 날려 떨어뜨리고 이에 우리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대응하면서 남북 간 긴장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차단이 주된 목적으로 보이지만, 우리 내부의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향후 무력도발의 빌미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속내를 면밀히 분석하여 합리적 대안을 가지고 신중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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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홍 동국대 행정대학원 교수,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대북전략센터장

북한이 우리 민간단체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오물풍선’을 남쪽으로 날려 떨어뜨리고 이에 우리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대응하면서 남북 간 긴장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김여정은 지난 9일 담화를 통해 “매우 위험한 상황의 전주곡”이라며 “새로운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같은 날 북한군 일부가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했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으로 퇴각한 일도 있었다.

북한의 겁박에 우리가 위축되거나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 원칙을 가지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응해 나가면 된다. 다만, 앞으로의 사태 전개에 따라서는 상당한 수준의 위기 국면도 예상되는 만큼 북한의 전술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북한이 이 시점에 기상천외(奇想天外)하고 치졸한 오물풍선을 들고나온 것은 다목적 포석이라고 봐야 한다. 외형적으로는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차단이 주된 목적으로 보이지만, 우리 내부의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향후 무력도발의 빌미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속내를 면밀히 분석하여 합리적 대안을 가지고 신중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정치권에서 정부 대응과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 야권에서는 “안정적 상황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며 “긴장 해소를 위해 긴급하게 남북 당국 회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여권 내에서도 “대북전단 살포를 비공개적으로 하거나 잠시 중단함으로써 북한 도발의 명분을 주지 않는 게 필요하다”며 북한에 도발 빌미를 제공해선 안 된다는 말이 나온다.

이 같은 의견은 다양한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단계에서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는 옵션들이다. 통일부 역시 ‘전단 살포 자제’를 요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대북 전단 단체들과 만나 긴밀하게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또 바람직하다. 의견 수렴 과정에서 소요되는 갈등 비용보다는 합리적 정책 대안을 도출하는 효과가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존이 걸린 안보 문제는 때로는 좀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백가쟁명 식 의견들이 중구난방으로 표출되고 이것이 내부 갈등으로 비칠 때는 우리의 ‘전략상 손실(strategic damage)’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오물풍선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아직은 불투명하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에 북한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릴 수도 있고, 김여정의 말대로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는 확고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의 추가 행동을 예의주시하면서 최적의 대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내부적으로 한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 여야가 당리와 당략 및 핵심 지지층들의 눈치를 살피는 정략적인 입장을 버리고 이 시점에 국가안보 이익을 위해 무엇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인지를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야당과의 관련 정보 공유와 함께 정부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을 경청함으로써 공통분모를 찾아내야 한다. 야당과 민간 단체들도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데 좀 더 신중함으로써 북한이 노리는 남남갈등 전술을 무력화시켜 나가야 한다.

김호홍 동국대 행정대학원 교수,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대북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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