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1세대 전설’ 정문술 전 KAIST 이사장 별세

미래산업 창업 후 나스닥 상장
“富 대물림 않겠다” 515억 기부

대한민국 반도체 신화를 일궈낸 정문술 KAIST 제12대 이사장(전 미래산업 회장·사진)이 12일 향년 8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938년생으로 1983년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미래산업을 창업한 고인은 한국의 ‘벤처 1세대’를 리드했다는 평가를 업계에서 받았다. 1999년 국내 최초로 미래산업을 나스닥에 상장한 뒤 2001년 “착한 기업을 만들어 달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고인은 2001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총 515억원을 KAIST에 기부해 바이오및뇌공학과와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출범의 계기를 마련했다. KAIST는 고인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교내에 정문술 빌딩과 고인의 부인의 이름을 딴 양분순 빌딩을 건립했다. 당시 개인의 고액기부는 국내 최초였다.

고인은 2013년 기부금 약정식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과 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약속 때문에 기부를 결심했다”며 “이 세상에서 아무도 시도한 적 없는 융합연구로 국민을 먹여 살릴 기술과 인력을 양성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 KAIST 이사장을 역임한 고인은 과학기술에 대한 공로로 과학기술훈장 창조장을 수상했다. 유족은 부인인 양분순 씨와 2남 3녀가 있다. 구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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