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진정한 힘은 작품 그 자체"…'언두 이펙트'展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하이트컬렉션은 29일까지 기획전 '언두 이펙트'(Undo Effect)를 개최한다.
권현빈, 김하나, 송민지, 안지산, 엄태정, 염지혜, 이은우, 이희준, 장서영, 전국광, 조한나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예술의 실천 방식으로써 연출이나 작품 외적인 효과들과 그로 인한 스펙터클에 치중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며, 예술작품의 진정한 힘은 작품 그 자체에서 발산함을 강조한다.
권현빈(33)은 주로 하늘과 구름, 풍경과 같은 자연을 오래 관조하고 그 심상을 조각으로써 표현하고 있다. 대리석과 스티로폼이라는 양극단의 성질을 가진 재료를 두루 사용하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을 관찰하면서 이에 대한 심상을 조각의 형상으로 물질화하고 있다.
김하나(38)는 추상을 통해서 회화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다. 지각되는 공간과 물리적 조건에 집중해 작업에 접근하고, 회화의 물질적 조건인 캔버스, 프레임, 물감, 색, 질감, 광택을 섬세하게 다룬다. 그는 얇다는 점에서 취약성을 갖지만 따뜻함에 기능을 둔 폴리에스터 담요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자신과 담요 사이에서 회화적 실천의 합의점을 찾는다.
송민지(27)는 자신의 의지 밖에서 일어나는 재료의 우연적 변화를 재료의 의지로 인정하고 존중한다. 재료와 싸우기도, 따르기도 하면서 자신과 재료의 의지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일종의 의사소통을 추구한다. 현재 그의 추상회화는 재료와의 반복적인 대화 과정이자 이를 통해 도달한 자연스러운 합의점의 결과물이다.
캔버스에 물감을 두껍게 올려 매체의 물성을 강조하는 그림을 그리는 안지산(45)은 '폭풍이 온다' 시리즈를 통해 조금씩 다가오는 폭풍에 대한 예감 또는 이미 폭풍으로 들어간 상황을 전제하면서 구름이나 돌산을 동원해 그림 속 인물이 처한 불안을 묘사한다.
한국현대미술에서 1세대 조각가이자 추상조각의 선구자로 통하는 엄태정(86)은 197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일관되게 금속조각에 매진하고 있다. 활동 초반부터 조각의 핵심 개념을 '물질'과 '공간'에 두고 철, 청동, 구리, 알루미늄 등을 주재료로 다양한 조형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개인의 정체성으로 시작해서 환경 파괴, 바이러스, 사이보그, 이주와 망명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염지혜(42)는 이를 단채널 영상을 매체로 인간 존재가 개인적, 문명적, 환경적인 차원에서 겪는 변화에 관심을 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이은우(42)는 주변의 사물을 작업 소재로 가져오면서 재료나 기하학적 형태와 같은 사물의 외형과 물질 자체에 집중한다. 조각, 입체, 설치, 디자인이나 공예적인 방식의 작업을 해오면서 사물이 담고 있는 관념적인 의미보다 그 외피에 대해 탐구한다.
이희준(36)의 회화는 주변 풍경의 디자인적 미감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비례와 균형, 색채를 민감하게 살피고 그것으로부터 회화의 소재를 찾는 그는 수집한 풍경을 확대, 편집하는 과정을 통해 수직과 수평의 색면을 가진 추상적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장서영(41)은 영상, 텍스트,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지만, 주로 영상 설치 작업에 집중해서 신체와 시간 사이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탐구했다. '오르페우스 후굴 시퀀스'(2023)는 서구 신화 속 오르페우스부터 시작된 뒤돌아 보면 안 된다는 오래된 금기와 앞과 뒤를 동시에 볼 수 없는 인간의 눈이 지닌 한계를 엮은 영상 작업이다.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조한나(27)는 열살에 할머니 '춘자'로부터 신부 수업으로 배웠다가 십오 년째 취미가 된 뜨개질에서 시작한 자전적 다큐멘터리 '퀸의 뜨개질'을 선보인다.
조한나는 그저 사소하고 여성스러운 것으로 폄하되는 뜨개질을 향한 편견을 역이용해 한국 사회 속에서 정상이라고 간주하는 것들을 향한 일종의 반란을 꾀한다. 무료 관람.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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