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설 맞나?"…LG 세모녀 소송 변호사가 사위 변호도 맡았다

윤관·구연경 부부, 각자 소송에 같은 변호사 선임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2억원 대여금 소송 맡아 의문
일부선 "윤관 대표, 사실상 배후설 인정" 얘기도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창훈 기자 = LG그룹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을 다시 나눠달라는 내용인 일명 LG 세 모녀 상속재산 소송 변호를 맡은 이정민 변호사가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사진)의 대여금 반환 소송까지 맡아 눈길을 끈다.

세 모녀 소송 당사자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윤관 대표는 서로 부부 사이다. 부부가 각자의 다른 사건을 한 변호사에게 맡긴 것으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세 모녀 상속재산 소송은 고 구본무 선대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와 구 선대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차녀인 구연수 씨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을 더 나눠달라고 제기한 소송이다.

원래 이 소송은 서류상 원고는 세 모녀 3명으로 알려졌지만, 구연경 대표의 남편인 윤관 대표가 실질적으로 배후에서 이들에게 소송을 부추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소송과 별도로 윤관 대표는 최근 2억원의 빌린 돈을 갚지 않아 대여금 반환 소송에 휘말렸는데, 이 소송의 변호인으로도 다름아닌 세 모녀 소송 변호를 맡은 이정민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처럼 부부가 서로 다른 소송에 똑같은 변호사를 동시 선임한 것은 세 모녀 소송이 윤관 대표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변호사 선임은 그동안 세간에 떠돌던 '윤관 대표가 LG 세 모녀 상속 소송과 연관돼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을 일정 부분 입증한다는 평이다. 정황 상 윤 대표가 세 모녀 상속 소송에 깊이 관여해 있기 때문에 세 모녀 소송 변호사를 자신의 민감한 개인 대여금 소송에도 기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부장판사에서 퇴임한 지 얼마 안된 무게감 있는 변호사를 상속재산 소송과 대여금 소송에 동시 선임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법조계에선 흔치 않은 일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관 대표가 제소 당한 2억원 대여금 반환 소송에서 이정민 변호사(법무법인 율우 대표 변호사)와 노하영 변호사(법무법인 율우)가 변호를 맡고 있다.

이 소송은 옛 삼부토건 오너 3세인 조창연 전 블루런벤처스 고문이 지난해 11월 윤관 대표가 자신에게 2억원을 빌려갔는데 갚지 않았다며 2억원 대여금을 돌려달라고 낸 소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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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세 모녀 소송과 윤관 대표 대여금 소송, 동일 변호사가 맡아

주목할 점은 이 변호사가 LG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세 모녀 상속재산 소송도 함께 맡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여금 반환 소송 당사자인 윤관 대표와 세 모녀 소송의 당사자 중 한 명인 구연경 대표는 부부다.

결과적으로 남편의 대여금 소송과 아내의 상속재산 소송을 모두 이정민 변호사가 담당하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LG 상속 소송의 세 모녀 측 변호인으로 합류했다. 이후 올해 2월에는 윤 대표의 대여금 소송에도 관여하고 있다.

고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 부인인 김영식 여사와 장녀 구연경 대표, 차녀 구연수 씨는 2023년 2월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상속 회복 청구 소송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 LG그룹은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광모 회장이 구 선대회장의 LG 지분 8.76%를 상속받았다. 또 구연경 대표는 2.01%, 구연수 씨는 0.51%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세 모녀는 이 같은 상속 비율에 문제가 있으므로 상속재산을 다시 나눠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장자 승계를 철칙으로 삼는 LG그룹 오너 일가의 가풍으로 볼 때 이 소송은 극히 이례적이다.

구 회장 측은 이와 관련 절차상 문제가 없고, 이미 4년 전 상속에 세 모녀가 모두 합의를 해 제척기간 3년도 지났다는 입장이다. 2018년 11월 상속 절차가 완료됐는데, 세 모녀 측이 2023년 2월에서야 소송을 했다는 것이다.

민법 999조에 따르면 상속 회복 청구권은 상속권 침해를 인지한 날로부터 3년, 상속권 침해 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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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변호사 선임, 윤관 대표가 세 모녀 소송과 연관됐을 가능성 보여줘

당시 재계에선 LG 일가 세 모녀가 장자 승계 원칙을 부정하고, 경영권 분쟁으로 비춰질 수 있는 상속 소송을 무리하게 제기한 배경이 무엇인지 주목했다. LG 오너 일가의 전례들을 보면 장자 승계 원칙을 부정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구연경 대표의 남편인 윤관 대표가 세 모녀를 부추겨 이 소송의 실질적 배후자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이 의혹은 어디까지나 의혹에 그쳤을 뿐 세 모녀 소송과 윤관 대표 사이에 명확한 연결고리는 포착되지 않았다. 그러나 세 모녀 소송의 변호사가 윤 대표의 대여금 반환 소송까지 변호하며, 세 모녀 소송의 윤 대표 배후설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세 모녀 상속 소송과 윤관 대표가 아무 연관이 없다면, 굳이 윤 대표가 이정민 변호사에게 자신의 대여금 소송 변호를 맡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수임료가 최소 1억원대인 부장판사 출신의 이 변호사가 단돈 2억원짜리 대여금 반환 소송을 맡는다는 것은 여러 의문이 남는다.

사법연수원 25기인 이 변호사는 1999년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 법원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서울서부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을 거친 인물로, 2022년 3월 법무법인 율우에 합류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몸값이 높기로 소문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를 단돈 2억원 규모의 대여금 반환 소송 변호사로 선임한다는 것은 좀처럼 벌어지기 힘든 장면"이라며 "이 변호사가 세 모녀 소송을 변호하는 데다 윤관 대표와도 특별한 관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선임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윤관 대표, 세 모녀 소송 재판부와 동문인 변호사 선임

특히 윤 대표가 이정민 변호사를 자신의 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하면서 세 모녀 소송과 윤 대표 연관설 의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윤 대표가 이 변호사에게 굳이 단돈 2억원 규모의 개인 송사를 맡긴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변호사는 세 모녀 상속 소송 관련 변호인 중 인지도가 높은 인물로 꼽힌다.

이 변호사는 특히 LG 상속 소송 재판장인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 구광현 부장판사와 성보고, 서울대 법대 동문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가 구 부장판사의 성보고 2년 선배다.

이를 놓고 일부에선 법원 예규에 따라 재판부 재배당 사유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었다.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제14조에 따르면 재판장은 자신 또는 재판부 소속 법관의 개인적인 연고 관계가 있는 변호사 선임으로 공정성에 오해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서면으로 재배당을 요구할 수 있다.

윤 대표가 이 변호사를 자신의 개인 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하며 세 모녀 소송 연관설은 물론 재배당 사유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표는 이 변호사에게 자신의 대여금 소송을 맡겼다.

일부에선 윤 대표가 본인 스스로 세 모녀 상속 소송과 연관돼 있다는 점을 더이상 숨기지 않으려 한다는 분석도 들린다. 윤 대표가 이제 공개적으로 자신이 세 모녀 상속 소송의 배후임을 드러내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윤관 대표가 부인인 구연경 대표 측 세모녀 소송 변호인을 자신의 변호인으로 동시 선임하면 배후설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모를 리 없다"며 "세모녀 소송이나 자신의 대여금 반환 소송이 뭔가 긴밀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이런 정황을 가장 잘 아는 이 변호사에게 두 사건을 모두 맡긴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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