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서 ‘미장’으로 짐 싸는 개미들
中·유로주식 줄었지만 美주식 20%↑
외인 국내주식 보유액 800조 넘어
외인·국내투자자 보유격차 역대 두번째
국내투자자들이 보유한 해외주식 규모가 올 들어 빠르게 불어나면서 900억달러(124조원)를 넘어섰다. 해외주식 비중의 90%를 차지하는 미국 주식에만 투자하는 ‘올인’ 열풍이 올해 두드러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내투자자들(국내증권사 통한 거래)의 해외주식 보유액(시가총액)은 907억5101만달러(125조원)로 집계됐다. 지난 2월 800억달러를 넘어선 뒤 3개월여 만에 900억달러대로 늘어났다. 역대 최초로 1000억달러(137조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해외주식 보유액은 예탁원이 통계를 제공하는 2011년 이후 2016년(-0.19%)과 2022년(-28.94%) 두 해를 제외하면 모두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8.80%, 올해는 18.09% 각각 늘어났다.
꾸준한 성장곡선이 가능했던 건 미국주식 투자규모가 급증한 영향이다. 미국주식 보유액은 2011년 4억3499만달러 규모였지만 올해는 815억209만달러로 13년 새 무려 1만8636% 폭증했다. 두 번째로 성장세가 큰 중국주식(4416%)보다 4배 높은 수준이다.
올해 미국주식 보유액은 전년 대비 19.81% 늘었다. 일본 증시가 올 초 역대급으로 비상하며 ‘일학개미’ 열풍이 불었지만 13.31% 늘어나면서 미국주식 증가세보다는 낮았다. 중국(-8.16%), 유로(-13.05%)는 도리어 역성장 했다. 올해 미국주식 ‘사자’ 열풍이 사상 첫 해외주식 보유액 900억달러 돌파를 견인한 셈이다. 올해 미국주식 보유액은 815억209만달러로 전체 해외주식 가운데 89.8%를 차지한다.
해외주식 매수세는 해외투자 문턱이 낮아진 데다 국내증시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올 들어 15.54%, 스탠더드앤푸어스500은 12.69% 올랐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는 1.88%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내 증시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통해 ‘붐업’을 노리고 있지만 여전히 2600~2700선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코스피 3100’ 전망도 제기되지만 지난해 증시를 이끌었던 이차전지 종목과 같은 주도주가 부재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올 들어 시총 2위 SK하이닉스가 48% 성장했지만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이차전지 종목들도 전방산업인 전기차 불황으로 주가가 반토막 났다. 국내 증시가 주춤한 사이 국내투자자들은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를 견인하는 엔비디아 주식을 대거 사들여 무려 119억5943만달러(16조47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2위는 테슬라(107억7293만달러) 3위는 애플(46억7743만 달러)이다.
코로나19 유행기를 기점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해외주식 보유액이 해외채권 보유액 규모도 앞질렀다. 2020년 이전까지는 국내투자자들의 해외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채권 비중이 컸다. 격차가 가장 컸던 2017년에는 해외채권 보유액(277억8512만달러)이 해외주식 보유액(96억 4496만달러)보다 180억달러 이상 많았다. 그러나 2020년부터 매해 주식보유 비중이 채권보유 비중을 넘어섰고, 올해 기준 해외주식 보유액은 해외채권 보유액(325억 2600만달러)보다 582억2501만달러가량 많다.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주식 보유액(시총)도 처음으로 8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내주식을 812조5103억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의 국내주식 보유액은 국내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보유액보다 687조원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과 국내 투자자 간 보유액 차이는 지난 2018년(696조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크다. 이는 밸류업 기대감으로 올해에만 국내주식에 투자한 금액이 역대 최대 규모(19조7132억원)를 기록한 영향으로 보인다.
유동현 기자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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