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부럽다···땅부자에 세금도 내는 ‘600살 석송령’[주말N]
지난 12일 오후 소백산 자락에 있는 경북 예천군 감천면 석평마을.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거대한 고목이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영험해 보이기까지 한 이 고목의 이름은 석송령. 천연기념물 제294호다.
수령이 600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석송령은 높이 10m, 직경 4.2m로 어른 3명이 팔을 뻗어야 겨우 안을 수 있을 만큼 크다. 위로 자라지 않고 우산을 펼쳐놓은 것처럼 옆으로 자라서 사방으로 퍼진 가지가 만들어내는 나무 그늘만 면적이 1000㎡(약 300평)에 달한다.
이 나무는 지난달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6월 여행가는 달! 숨은 여행지 4’에 선정됐다. 마을주민 이모씨(70대)는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증조할아버지도 이 나무 밑에서 뛰어놀았다”며 “마을 600년 역사의 산증인이자 수호신”이라고 말했다.
예천군은 보호를 위해 관람을 제한해 오던 석송령을 지난 4월부터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전면 개방하고 있다. 개방 기간은 매주 주말인 토·일요일로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1회 입장 인원은 매회 30명으로 제한한다.
홍수 때 심어진 소나무…땅부자 되다
주민 사이에서는 600여년 전 홍수가 났을 때 마을 앞 냇가로 떠내려온 소나무를 주민들이 건져 지금 위치에 심었다고 전해진다.
나무의 수령과 크기보다 더 관심이 쏠리는 것은 석송령이 매년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나무가 토지와 건물 등을 가지고 있는 ‘건물주’다. 석송령이 1999년에 납부한 종합토지세 등 세금은 6200원이다. 이후 공시지가가 올라 지난해에는 16만원의 세금을 냈다.
나무가 건물주가 된 사연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7년 당시 석평마을 주민 이수목씨는 재산은 넉넉했으나 슬하에 자식이 없었다고 한다. 이씨는 주민들에게 그늘과 비를 잠시 피할 자리를 내주는 소나무에 재산을 남기기로 했다.
나무의 이름은 석평마을의 석(石)과 영혼이 있는 소나무라는 의미에서 송(松)·영(靈)을 이름자로 해 석송령이라고 지었다. 그렇게 이 소나무가 상속받은 땅은 대지 3937㎡, 전답이 5087㎡다.
예천군 관계자는 “당시에는 나무도 법인처럼 등기를 할 수 있었다”며 “예천군 금원마을의 ‘황목근’, 충북의 ‘정이품송’ 등도 등기를 해 재산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건물주…장학사업까지 하는 소나무
석송령이 소유한 땅에는 보건진료소·마을회관·노인회관·공동화장실 등 건물도 몇 채 세워져 있다. 매년 임대료 등으로 벌어들인 돈은 세금을 내고 남는 돈은 금융기관에 예치해 장학사업 등에 사용한다. 마을에서는 석송령보존회를 만들어 석송령 이름으로 장학금을 조성해 학생을 후원하고 있다. 소나무가 사람 못지않게 부자인 셈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이런 미담을 전해 듣고 하사금 500만원을 보내줬다고 한다.
예천군 관계자는 “주말동안 진행되는 개방행사에 1000여명이 몰리기도 했다”며 “이달 말까지 예천을 방문해 석송령 나무 둥치를 껴안고 사진을 찍어보는 추억을 만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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