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24 본선 진출 자체가 성공’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유로 2024 목표는 무엇일까

김세훈 기자 2024. 6. 1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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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미하일로 무드리크(왼쪽)가 지난 3월 유로 2024년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아이슬랜드를 꺾고 본선진출을 확정한 뒤 동료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AFP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축구가 아니다. 그래도 우리가 성공적으로 경기를 치르면 국민에게 긍정적인 힘을 줄 것이다. 전쟁 전에는 경기 결과만 생각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의 진정한 성품을 보여주려 한다.”

유럽 축구 국가대항전인 202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출전을 앞둔 우크라이나 국가대표팀 세르히 레브로프 감독(50)이 CNN에 한 말이다. 레브로프 감독은 14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같은 책임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런 각오는 유로 대회에서 큰 동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2년 가까이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 CNN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우크라이나게 축구는 전쟁의 압박 아래에서도 희망의 빛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유로 2024 예선에서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에 이어 조 3위에 머물렀다. 이후 3위 간 벌이는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지난 3월 힘겹게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민에게 어려운 시기에도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모습을 보인 대표팀에 감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레브로프 감독은 “전선에서 싸우는 군인들도 축구대표팀이 자랑스럽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회고했다.

우크라이나 축구대표팀. EPA



우크라이나는 오는 17일 루마니아와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 뒤 벨기에와 슬로바키아와 차례로 맞붙는다. 우크라이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22위다. 벨기에는 3위, 슬로바키아 48위, 루마니아 46위다. 4개 팀이 팀당 3경기씩 치른 뒤 조 2위 안에 들면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만일 3위가 되면 6개 조 3위 6개 팀 중 상위 4위에 들어야 조별리그를 통과한다.

레브로프 감독은 우크라이나 국가대표로 75경기(15골)를 소화한 공격수 출신 지도자다. 전쟁 중인 2023년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맡고 미하일로 무드리크(첼시), 올렉산드르 진첸코(아스널) 등을 이끌고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다.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적잖은 경기장이 피해를 입었다. 우크라이나 대표팀은 러시아의 지속적인 폭력 위협 속에 본국에서 경기나 훈련하기 힘들어 유럽 대륙을 돌며 경기를 치르고 있다. 레브로프 감독은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군인들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때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계속 상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팀은 책임감 제고, 동기 부여 등을 위해 전선에서 싸우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읽는다. 경기 전에는 전쟁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 영상을 보기도 한다. 레브로프 감독은 “이런 영상을 보면 운는 선수들이 많다”며 “경기장에 들어서는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유로 2024에 참가하는 목표를 이미 달성했는지 모른다. CNN은 “유로 2024에 참가하는 것만으로 우크라이나는 주요 목표를 달성했다”며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고생하는 나라를 대표하는 강력한 상징이 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대표팀은 24개 출전국 중 유일하게 제대로 된 베이스 캠프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있는 러시아는 유로 2024에 참가하지 못한다. 레브로프 감독은 “세계 곳곳에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쁘다”면서도 “이제는 우리나라의 정신을 다시 보여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승부, 순위 등으로 대회 목표를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우리 선수들이 축구를 하는 목표는 단순히 경기를 이기는 게 아니라 경기 중 열정과 의욕을 보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달초 우크라이나는 하르키우 북동부에서 러시아 대규모 공세가 발발해 1년 만에 가장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국제연합 우크라이나인권모니터링미션(UN HRMMU)은 지난 5월 우크라이나 국민 사망자 수가 4월에 비해 최소 31% 증가했다고 밝혔다. 레브로프 감독은 “물론 가장 큰 꿈은 전쟁을 끝내고 나라를 재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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