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XX가 좋다는 거죠” 꽃범호 정확한 비유…KIA 31세 대기만성 스타는 소리 없이 강하다[MD인천]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그만큼 레XX가 좋다는 거죠.”
지금은 사라진 대우가 2000년대 초반 내놓은 차량 ‘레XX’의 광고 카피 문구가 ‘소리 없이 강하다’였다. 그래서 당시 어느 조직에서든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선수들을 보고 ‘레XX’다, ‘레XX가 좋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
KIA에서 레XX의 표본이 주전 1루수 이우성(31)이다. 대기만성 스타이기도 하지만, 2023시즌부터 주전으로 자리잡은 뒤 꾸준히 제 몫을 해주는 선수가 됐다. 전임감독은 이우성이 덩치에 비해 수비와 주루도 잘 한다고 칭찬한 적이 많았다. 공수주에서 두루두루 쓰임새가 높다. 이런 선수는 있을 땐 화려하지 않아도 없으면 표시가 확 나는 스타일이다.
그런 이우성은 지난 12일 인천 SSG 랜더스전서 과감한 3루 도루로 경기흐름을 확 바꿨다. 2-5로 뒤진 6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이로운의 커브를 공략, 우전안타를 날렸다.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좌전안타에 2루에 들어갔고, 김태군 타석, 볼카운트 2B서 3루 도루에 성공했다.
김태군이 번트 헛스윙을 했고, 이우성의 3루 스타트를 감지한 SSG 포수 김민식이 2루에 송구했다. 그러자 이우성은 이우성은 3루에 쓰러지듯 슬라이딩을 했다. 2루에서 공을 받은 유격수 박성한이 3루수 최정에게 송구했으나 이우성이 살았다. 비디오판독센터의 결론 역시 세이프.
사실 완벽한 아웃 타이밍이었다. 최정이 공을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우성이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한 뒤 최정의 태그를 피해 몸을 살짝 옆으로 돌렸다. 매우 유연했다. 그러면서 오른손으로 절묘하게 베이스를 찍었다.
2루로 귀루해도 견제사를 당할 가능성이 컸다. 과감한 3루 스타트와 절묘한 슬라이딩 기술로 도루에 성공했다. 이 도루 하나로 KIA의 기세가 확연히 살았다. 아웃됐다면 1사 1루였지만, 극적으로 세이프 되면서 무사 1,3루가 됐다. 이후 KIA는 4득점하며 6-5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범호 감독은 “그거 죽었으면 점수 못 냈죠”라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매 경기 안타 2개씩 쳐주고, 뭐라고 할 게 없는 선수다. 매일 물어보면 몸도 괜찮다고 나간다고 하고. 그런 마인드가 있는 친구라서, 팀이 너무나도 감사해야 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집중도가 없으면, 살고자 하는 의욕이 없으면 그런 플레이가 안 나온다. 살고자 하는 의욕이 확실히 있었기 때문에 그런 플레이가 나왔다. 그 플레이 하나로 경기를 이겼다”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시즌 초반 나성범 공백 때문에 1루로 포지션을 변경하고도 우익수로 나가는 경기가 많았다. 익숙하지 않은 1루에 적응하기도 쉬운 일은 아닌데 묵묵히 외야 수비까지 병행했다. 1루 수비의 완성도는 날이 갈수록 좋아진다.
타격은 팀에서 가장 꾸준하게 치는 선수다. 실제 시즌 타격 그래프를 보면 거의 일정하다. 5월24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서 4타수 1안타를 치자 타율 0.319까지 떨어지긴 했다. 그러나 다음날 곧바로 3할2푼대를 회복했다. 개막 후 딱 하루를 제외하면 계속 3할2푼 이상의 고타율이다. 또박또박 1~2안타를 적립하는 스타일이다.
63경기서 231타수 75안타 타율 0.325 8홈런 41타점 44득점 OPS 0.866 득점권타율 0.324. 이범호 감독은 “4경기 연속 2안타라고 하더라. 그래서 난 ‘아닌데, 서울에서 계속 못 쳤는데’라고 생각했는데 (기록지를)보면 안 그렇다. 딱 2개씩 쳐놨더라. 그만큼 레XX가 좋다는 거죠”라고 했다.
정말 소리 없이 강한 남자다. 없으면 안 되는 간판타자가 됐다. 선두수성 위기에 처한 KIA에 요란하게 강한 모습을 보여줘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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