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위험한 풍선 ‘반사 게임’ 중 [The 5]

송경화 기자 2024. 6. 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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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북한으로 물건을 반출할 때 통일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보냈으니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이라며 막기도 했고요.

2020년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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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이브: The 5] 정부가 ‘삐라 풍선’ 막을 방법은 다양
지난 5월29일 강원 철원군 철원읍 사요리의 모내기가 끝난 논에 북한의 대남 풍선이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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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10일 북한이 남쪽으로 4차 ‘오물 풍선’을 날려 보냈습니다. 지난달 28일부터 북한은 한국의 탈북민단체가 살포하는 ‘삐라’(대북 전단)에 맞대응한다며 오물 풍선을 내려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9일에는 한국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하며 강경하게 대응했는데요. 삐라가 뭐길래 북한은 오물 풍선 수천개를 살포한 걸까요? 한국 정부는 탈북민단체의 적대적 행동을 지켜만 봐도 되는 걸까요? 남북 간 긴장 관계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국방부를 취재해온 권혁철 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The 1] 북한은 남쪽 ‘삐라 풍선’에 대응해 오물 풍선을 보냈다고 주장합니다. 정말 그런가요?

권혁철 기자: 남북이 지금 일종의 ‘반사 게임’ 같은 걸 하는 건데요. 북한의 논리는 탈북민단체들이 삐라를 보내니 우린 오물로 앙갚음한다는 거, 당한 만큼 갚겠다는 겁니다. 이에 한국은 북에서 오물을 보냈으니 우리도 확성기 방송을 틀고 대응하겠다는 거고요. 그러자 북한은 또다시 오물 풍선을 내려보내고, 서로 왔다 갔다 하는 중이죠.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남북은 정부 차원에서 삐라를 주고 받아왔어요. 전쟁 당시엔 군사 작전에 따라 비행기로 뿌렸고, 이후엔 바람을 이용해 풍선으로 보냈던 거고요. 2004년 6월 남북군사회담에서 적대적 행위를 하지 말자고 합의해 공식적으로 (삐라 살포가) 중단되기도 했어요. 그 뒤 20년 동안 정부 차원의 삐라 살포는 간헐적으로만 있었죠. 근데 이제 일부 탈북민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보내고 있는 거예요. 북한 체제의 문제점을 북에 남은 사람에게 알리겠다는 취지인데요. 그런 행위로 인해 남북 관계 전체가 뒤흔들리고 국민 삶의 안정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건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The 2] 한국은 확성기 방송을 2시간만 했어요. 북한은 3차, 4차 풍선 살포 땐 거름을 뺐고요. 서로 선을 지키는 걸까요?

권혁철 기자: 상대가 하는 걸 봐서 하겠다는 거예요. 지금 서로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대응) 하는데, 굳이 한꺼번에 자신의 패를 다 까진 않는 거죠. 양쪽 다 조절을 하는 겁니다. 만약 한국에서 풍선 때문에 누가 다치거나 하면 문제가 심각해지는데 아직 그 정도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진 않았잖아요. 그 상황에서 한국이 세게 대응하는 것도 좀 그렇다는 거고요. 대응은 비례성이거든요. 어차피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니니까요.

지난 10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 남북한 초소가 마주 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The 3] 한국 정부는 왜 삐라 풍선을 적극적으로 안 막나요? 지난해 9월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때문일까요?

권혁철 기자: 헌재 결정의 취지는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막는 게 문제라는 게 아니에요. 날리는 걸 처벌하는 게 과도하다는 거죠. ‘대북 전단 살포=표현의 자유’라고 판단하지 않았어요. 결국 경찰이 삐라를 막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에요.

과거 대북 전단 금지법이 없었을 때도 정부가 삐라 살포를 막은 적이 있어요. 풍선에 가스를 넣는 걸 두고 고압가스 안전 관리법 위반으로 막았어요. 북한으로 물건을 반출할 때 통일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보냈으니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이라며 막기도 했고요. 막으려고만 하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는 거죠.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부는 막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The 4] 이러다 더 큰 일이 벌어지면 어떡하려고 그러는 걸까요?

권혁철 기자: 실제 전례들이 있어요. 2014년 10월 탈북민단체가 풍선을 날리니까 북한이 풍선을 쐈어요. 이에 한국군은 북한 초소에 기관총을 쏘고, 초비상이었죠. 2015년엔 북한의 목함 지뢰로 한국군 두 명이 크게 다치니까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 북한은 확성기에 대포를 쐈고요. 2020년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도 있었어요. 북한이 연락소를 폭파한 건 어처구니가 없는 행위인데, 빌미를 제공한 건 남쪽 탈북민단체들이었어요. 삐라나 확성기를 이용한 심리전이 일순간에 무력 충돌로 번질 수 있는 걸 보여주는 사례들이죠.

지금 남북이 휴전선에서 기관총을 장전해 서로의 초소 방향으로 조준하고 있거든요. 총이 가끔 실수로 발사되는 경우가 몇 년에 한 번씩 있는데, 상대방 입장에서는 날아온 총알이 실수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럴 때 상대를 향해 총을 쏠 수 있어요. 포탄이 서로 오갈 수도 있고요.

[The 5] 긴장이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권혁철 기자: 당분간 남북 관계는 풀리지 않을 것 같아요. 서로가 가진 불신과 위협이 줄어야 하는데, 지금은 서로 위협만 하고 있으니까요. 소통 채널도 없으니 일이 벌어지면 우당탕 번질 가능성도 커요. 위태위태한 거죠.

분단 이후 남과 북은 알게 모르게 서로를 비추는 거울 같은 관계를 유지해왔는데요. 상대 탓만 할 게 아니죠. 위협 감소는 상호적이어야 하니까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정부가 탈북민단체의 삐라 살포를 제어해주는 거예요. 일부의 돌출적 신념이 남북 관계 전체를 좌우하지 않게 적극적으로 관리할 책임이 정부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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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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