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연금 투자운용, 전체 포트폴리오로 평가하라
몇 년 전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가입자와의 상담에서 있었던 일이다. 5개 펀드로 나눠 가입하고 있는 데 최근 1년 수익률이 3개는 플러스를 기록한 반면 2개는 마이너스 상황이었다. 다행히 전체적으로는 약간의 플러스였다. 그런데 이 가입자는 마이너스를 기록한 펀드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하면서 플러스를 기록한 펀드로의 교체를 요구했다. 또 다른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는 자신의 투자 수익률에 대해 ‘만족한다’고 해서 확인해보니 가입 이후 누적 수익률이 20%였다. 문제는 가입 기간이 10년이 넘었다. 단순히 연간 수익률로 따지면 연 2%에 불과했다.
연금 자산운용은 은퇴할 때까지 장기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이다. 연금을 통해 마련하려는 필요 노후 자금의 목표를 세우고 국민연금으로 마련될 수 있는 자금을 뺀 나머지 자금을 퇴직연금이나 연금저축 등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것으로 부족할 경우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바탕으로 한 주택연금을 고려하거나 기타 다른 자산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은퇴 설계를 한 다음 퇴직연금이나 연금저축의 운용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때 연금 운용의 목표 수익률은 가입자의 나이와 은퇴까지 남은 기간, 연금 준비 상태, 투자 경험과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작년 말 기준 최근 5년 간 퇴직연금의 장기 성과를 보면 정기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형은 연평균 2.12%, 펀드와 같은 실적배당형은 연 4.18%로 나타났다. 만일 이들을 5대5로 자산 배분했다면 연 3.15% 수준이 될 것이다.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C형)의 벤치마크로 임금상승률을 삼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확정급여형(DB형)의 수익률이 임금상승률 수준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최근 5년간 임금상승률은 평균 3.36%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2022년말 기준 최근 5년간 수익률이 4.53%였다.
연금 자산운용은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행 이후 정기적인 평가와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마치 우주선이 달에 갈 때 끊임없이 궤도 수정을 해야 마침내 달에 도착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주식 등 자산가격의 변동 뿐만 아니라 연금 가입자의 재무적 비재무적 상황과 운용 목표의 변동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연금 운용의 평가는 크게 두 가지 과정에서 이뤄져야 한다.
1단계는 가입자가 세운 목표를 얼마나 달성하고 있는가를 평가한다. 은퇴설계 과정에서 계산한 필요 자금을 기준으로 얼마나 마련했고 얼마나 부족한 상태인가를 파악한다. 지금까지의 성과와 자산배분으로 남은 기간동안 부족 자금 채울 수 있는 지 계산한다. 이때 애초 세웠던 목표수익률과도 비교해야 한다. 만일 자금을 채울 수 없거나 목표수익률과 차이가 크다면 추가 적립을 하거나 투자 전략 등을 조정해야 한다.
2단계는 현재 투자하고 있는 펀드 등의 투자 상품이 적절한 가 평가해야 한다. 투자 상품의 적정성은 적어도 1년에 2번 이상 진단할 필요가 있다.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 뿐만 아니라 변동성 등이 애초 기대했던 것과 큰 차이가 없는 지 살펴본다. 아울러 펀드 매니저나 운용사의 주요한 변동사항은 없는 지 체크한다. 가입자 입장에서 쉽게 확인 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는 설정액의 변동이다. 짧은 기간 동안 설정액이 지나치게 크게 줄거나 증가했다면 그 이유를 확인하고 교체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연금운용의 투자 성과 평가를 할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단기적인 성과가 아닌 장기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평가해야 한다. 투자 성과를 평가할 때 중요한 기준은 현재까지 달성한 성과가 단순한 행운(Luck)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실력(Skill)에 의한 것인가를 판명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얼마든지 운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장기적으로는 운 만으로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둘째, 개별 상품의 수익률에만 집착하기보다는 전체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평가한다. 어떤 상품이 지금 수익률이 좋다고 해서 계속 수익률이 좋은 것도 아니고 지금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고 해서 계속 마이너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여러 유형의 펀드 등으로 나눠 투자했다면 개별 상품이 아닌 전체 포트폴리오의 성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성격이 다른 상품으로 해야 하는 데 특정 기간 성과가 서로 다르다면 오히려 잘 구성한 포트폴리오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포트폴리오 성과에 초점을 둔다면 자칫 단기적인 시장 변화에 휘둘리는 것도 피할 수 있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경영학(연금금융) 박사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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