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교수 끝없는 일탈…멈추지 않는 국립대 위상 추락
'2020~2022년 국립대 교원 범죄 수사개시 통보' 1위
교원 대비 범죄수사 비율 6.55%…징계는 '솜방망이'
[더팩트ㅣ대구=김채은 기자] '교원(1221명) 대비 범죄수사 비율 6.55%(80명).'
지역 거점 국립대인 경북대 교수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각종 비위를 저지른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대학의 위상 추락이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발표된 ‘2020~2022년 국립대 교원 범죄 수사개시 통보 상위 10개 대학’ 자료에 따르면 경북대가 1위를 차지했다.
경북대는 교원(1221명) 대비 범죄수사 비율이 6.55%(80명)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대구지법은 교수 채용 과정에서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시험 정보를 유출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 등)로 재판에 넘겨진 음악학과 교수 2명에게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항소하지 않으면 직을 상실하게 된다.
경북대 예술대학 국악학과와 음악학과의 경우 교수 채용 과정에서 채용비리가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 전·현직 교수 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1일 국악학과 교수들은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교수(당시 학과장)는 직을 상실했다.
채용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국악학과 교수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학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처럼 채용비리가 끊이지 않자 경북대 측은 교수 임용 시 공정성 강화를 위해 교학부총장과 교직원 13명으로 구성된 TF팀을 구성하기까지 했다.
◇교수 권위 악용 범죄…형 확정 전 여전히 '현직 교수'
채용비리뿐만 아니라 대학원생 제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범대학 교수도 있다. 이 사건으로 대학원생은 박사과정을 중단해야 했다. 이 교수는 1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감형되면서 여전히 재직 중이다.
졸업에 불이익을 준다고 겁박해 학생 연구원의 인건비를 빼앗은 교수도 있다. 해당 교수는 지난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대학 산학협력단으로부터 받은 학생연구원 22명의 인건비 10억 6000만 원을 타낸 뒤 약 26%인 2억 7800만 원을 학생들에게 현금으로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수는 산학협력단에서 학생에게 인건비가 지급되면 석사는 70만 원, 박사는 140만 원을 제외하고 현금으로 가져오라 지시한 뒤 일부 금액을 제외하곤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2심 재판은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기존 출판된 도서를 그대로 옮기거나 하지도 않은 작업을 한 것처럼 꾸며 한국연구재단과 산학협력단에 제출해 4600만 원을 챙긴 교수가 1심과 2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문제는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2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그전까지 교수직이 유지된다 점이다. 이는 대학 이미지나 학생들이 감내해야 할 불이익이 너무 크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직위해제’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교수의 명예를 이용해 외부 강연 등으로 이익을 취할 기회가 있고 실제 그런 사례도 많기에 각종 비위에 대한 엄한 내부 징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또 교수직은 유지되고 있지만 수업에는 배제돼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우려도 존재한다. 지난해 경북대 교원 현황에 따르면 비전임 교원이 전체 교원의 57.2%(1863)을 차지했다. 비전임 교원은 대학에서 전일제로 근무하지 않으면서 교수활동을 하는 교원을 말한다.
경북대 예술대학 학생 A 씨는 "예술대학의 경우 레슨 수업이 중요한데 교수가 없어 강사로 대체되는 등 불편함이 있다"며 "무엇보다 경북대 교수 10명 중 1명이 범죄 관련 수사를 받는다는 게 너무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솜방망이 처벌…약해지는 경각심
"국립대 교수로서 신뢰를 저버리고 여러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재판에 연루된 경북대 교수에 대해 판사가 한 말이다. 문제는 이처럼 ‘신뢰’를 저버런 교수들이 한두 명이 아니지만 이들에 대한 명확한 징계를 했다는 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같은 식구’라는 인식에 기인한 솜방망이 징계와 숨기려는 문화가 경북대 위상 추락을 멈추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경북대는 사안별 징계 수위에 대한 취재진의 문의에 "징계에 대한 구체적 수위는 개인정보를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고 알려왔다.
정관에도 징계 수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고, 교학부총장을 위원장으로 내부 위원 7명과 외부위원 7명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는 게 전부다. 통상적으로는 국가공무원법이나 교육공무원징계령에 의거해 교직원의 징계를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경북대가 재판에 넘겨진 국악학과 교수를 직위해제하지 않는 등 각종 비위에 대해 솜방망이 대처를 한 것이 사태를 키운 원인"이라며 "교육부에서 경북대를 감사해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북대 관계자는 "각 사례별로 차이는 있지만 사안이 심각한 경우 직위해제 처분을 통해 직무에서 배제하고 있다"며 "각 부서에서 비위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총장이 방지 대책을 향후 국정감사에서 발표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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