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외 당대표는 좀” “그럼 비대위 때는?”…‘한동훈 등판’에 가열된 ‘당권 신경전’

나경원·윤상현·안철수, 韓에 견제구…“이재명도 원내 있으니 의회 통해 막아내야”
親韓 장동혁 “당 어려울 때 모신 비대위원장도 원외…그땐 괜찮고 지금은 안 되나”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국민의힘에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당권 도전이 유력해지면서 나경원·윤상현·안철수 의원 등 경쟁자들의 견제가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해 '원외 당대표 한계론'을 꺼내드는 모양새다. 이에 한 전 위원장 측은 "당이 어려울 때 비대위원장으로 모신 분들은 다 원외 인사였다"며 "그때는 괜찮고 지금은 안 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맞대응에 나섰다.

친한(親한동훈)계 핵심인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1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동훈 위원장을 우리 당이 어려웠을 때 비대위원장으로 모셨을 때도 (그는) 원외 인사였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보도로 거론되는 한 전 위원장의 내주 출마선언 가능성에 대해선 "제가 아는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당권주자로 꼽히는 나경원 의원은 지난 1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옛날에 원외 당 대표를 모시고 원내대표를 해봤지 않느냐"라며 "원외 당 대표의 장점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원내에 있다. 의회 독재가 투쟁의 핵심이니까 의회를 통해서 막아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나 의원은 '해당 발언이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누구를 겨냥한 게 아니라 리더십에 관한 답변"이라며 "좋은 리더십의 대표가 우리와 함께해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 사랑을 다시 받는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해당 발언이 최근 '헌법 84조' 논쟁 등을 통해 한 전 위원장에게 세워온 대립각의 연장선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또 다른 잠재적 당권 주자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해 "총선 패배에 책임지고 사퇴한 분도 다시 나오겠다고 한다. 그러면 (비대위원장에서) 뭐 하러 사퇴했나"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장동혁 대변인이 "한 전 위원장이 출마하는 것이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식 궤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은 지난 11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한 전 위원장의 출마와 관련해 "보수주의의 본질은 '책임'"이라며 "이에 근거해서 봤을 때 지금은 '한동훈의 시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와 권력에 대한 충분한 '준비'다. 그 준비 과정이 짧을수록 본인한테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고배를 마셨던 안철수 의원도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나와 한 전 위원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 질타를 쏟아냈다. 그는 한 전 위원장이 SNS를 통해 이재명 대표에 공세를 집중시키는 부분을 두고 "국민을 위해 민생을 어떻게 살릴지 미래 비전을 말씀하셔야지, 무조건 야당만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황우여 위원장을 필두로 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당대표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현행 '단일 지도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당 안팎에선 한 전 위원장의 당 대표 도전에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던 집단지도체제나 2인지도체제 도입이 무산되면서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분위기가 더욱 커질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