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는'②]호평 이끈 장기용·천우희·수현의 도전과 변신

문화영 2024. 6. 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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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용, 제대 후 첫 역할은 '아빠'
분장 시간만 5시간…수현, 과체중 위한 노력

지난 9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 배우 장기용 천우희 수현(왼쪽부터)은 각자의 캐릭터를 완벽 소화하며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JTBC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이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시청률은 3~4%대로 낮지만 국내외 화제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제대 후 첫 복귀작으로 아빠 역할에 도전장을 내민 장기용과 쌍끌이 흥행을 이룬 천우희 그리고 5시간이 넘는 특수분장을 감행한 수현이 작품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었다.

지난 9일 막을 내린 JTBC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극본 주화미, 연출 조현탁, 이하 '히어로는')은 남다른 능력을 지녔지만 아무도 구하지 못했던 남자가 마침내 운명의 여성을 구해내는 판타지 로맨스다. 현대인의 고질병에 걸려 흔치 않은 능력을 잃어버린 초능력 가족과 우연인 듯 운명처럼 얽힌 한 여자의 이야기가 유쾌하고 따뜻한 감동을 선사했다.

배우 장기용(오른쪽)은 '히어로는'을 제대 후 첫 복귀작으로 선택했다. 아울러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아빠 역할에 도전했다. /JTBC

◆장기용, 제대 후 첫 캐릭터는 '중학생 아빠'

장기용은 처음으로 아빠 역할에 도전했다. 앞서 '히어로는'은 장기용의 제대 후 첫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받았다. 그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복귀주를 맡아 예상할 수 없는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설렜다"고 밝혔다.

극 중 장기용은 우울증에 걸려 타임슬립 능력을 잃어버린 '시간 여행자' 복귀주 역을 맡았다. 복귀주는 오직 행복했던 시간으로만 여행 가능하며 과거를 바꿀 수 없기에 혼자 행복을 곱씹는다.

한때 소명감 있는 소방관이었지만 딸 복이나(박소이 분)가 태어난 날 동료가 화재 현장에서 돌아오지 못하게 되며 우울증에 빠진다. 이후 방안에만 틀어막혀 술만 마시고 현실을 비관한다.

중학생이 된 딸에게 사춘기가 찾아오고 부녀 사이는 점점 멀어진다. 복귀주는 가정통신문이 쌓여갈 정도로 학교생활에 신경 쓰지 않고 몇 년째 똑같은 인형을 생일선물로 사줄 만큼 딸에게 관심이 없다.

그러나 도다해(천우희 분)를 만나며 복귀주의 삶은 천천히 변한다. 딸의 학교생활을 살펴보기 위해 학교로 찾아가고 직접 딸을 위한 아침 식사를 만든다. 지난달 2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장기용은 "아빠 역할을 맡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빠라는 캐릭터에 갇히지 않고 복귀주를 잘 표현하기 위해 집중했다"고 말했다.

감정 표현이 서툰 것마저 똑 닮은 붕어빵 부녀 복귀주와 복이나의 변화는 시청자들의 공감 어린 응원을 불러일으켰다. 자신에게 걸려온 복이나의 첫 전화에 비틀거리면서도 딸을 향해 내달리며 절절한 부성애를 표현하는가 하면 딸에게 "걱정 마, 아빠가 혼내줬어!"라며 진심을 전한다.

또 복이나 생일선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가 특별한 신발을 구매하고 7년 전 지키지 못한 약속을 위해 딸과 함께 동물원을 찾는다. 그곳에서 복귀주는 "끝인 것처럼 보여도 항상 그다음이 있어. 이나가 태어난 시간도 끝일 리 없어. 네가 온 시간은 아빠 인생 최고의 선물이야"라고 말한다.

서툴고 부족하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딸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한 복귀주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장기용은 딸을 향한 사랑만큼 복이나를 혼자 둔 죄책감과 무능력한 아빠라는 자괴감에 빠져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부성애를 섬세하게 풀었다.

배우 천우희는 넷플릭스 시리즈 'The 8 Show(더 에이트 쇼)'(왼쪽)와 '히어로는'을 통해 쌍끌이 흥행에 성공했다. /넷플릭스, JTBC

◆ 천우희 vs 천우희, 쌍끌이 흥행 완료

천우희는 넷플릭스 시리즈 'The 8 Show(더 에이트 쇼)'와 '히어로는'으로 쌍끌이 흥행에 성공했다. 그간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천의 얼굴'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그는 두 작품에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연기로 호평받고 있다.

5월 17일 공개된 '더 에이트 쇼'는 공개 직후 넷플릭스 국내 톱10 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했고 5월 4일 첫 방송한 '히어로는'이 2위로 뒤를 이었다. 또 천우희는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5월 3주 차(5월 13일~5월 19일) 화제성 조사에서 출연자 화제성 부문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눈에 띄는 건 작품 속 캐릭터가 '극과 극'이라는 점이다. '더 에이트 쇼'에서 천우희는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광기로 투영한 8층 역을 연기했다. 그러나 '히어로는'에선 천성은 착한 사기꾼 도다해로 변신했다.

도다해는 복씨 집안의 돈을 보고 의도적으로 복귀주에게 접근했지만 진심으로 그의 상처를 이해하고 다가간다. 초능력자임을 알고 겁에 질려 복씨 집안을 떠나려고 시도하지만 화재 트라우마를 밝히고 복귀주와 연대감을 쌓는다.

또 복이나 생일날 미역국을 끓이고 친구들에게 괴롭힘당할까 봐 도와주는 등 복이나를 자신의 딸처럼 지극정성으로 챙긴다. 능청스러운 연기로 복씨 집안 입성에 성공했지만 결국 복씨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진심이자 사랑임을 깨닫는다.

천우희의 연기력은 전 세계적으로 통했다. 넷플릭스 톱10 웹사이트와 OTT 플랫폼 콘텐츠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FlixPatrol(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더 에이트 쇼' '히어로는' 모두 넷플릭스 TV 쇼 부문 글로벌 톱10에 안착했다. 이에 '천우희 vs 천우희' '5월은 천우의 달' 등 숱한 수식어가 나왔다.

종영 후 진행된 일문일답에서 천우희는 '쌍끌이 흥행' 비결로 '완성도'와 '공감'을 꼽았다. 그는 "대본 연출 배우 음악 등 모든 요소들이 조화를 이뤘고 등장인물들의 각각의 서사를 통해 공감할 지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며 "매번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전개 방식도 한 몫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행히 매번 다른 장르, 다른 캐릭터를 동시에 선보였다. 대중에게 여러 재미와 매력을 집약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배우 수현은 100㎏의 거구를 가진 복동희를 연기하기 위해 매번 5시간이 넘는 특수분장을 감행했다. /JTBC, YG엔터테인먼트

◆수현, 100㎏지만 귀엽습니다

수현은 100㎏가 넘는 과체중으로 변신해 작품의 활력을 더했다. 극 중 수현은 복귀주의 누나이자 비행 능력이 있지만 몸이 무거워져 하늘을 날지 못하는 복동희를 맡았다. 그는 한때 잘나가던 모델이었지만 급격히 살이 쪄 초능력을 상실했다.

복동희는 다이어트 선언과 폭식을 반복하고 사귀었던 남자친구들에게 집안 돈을 쏟아붓는 등 철딱서니 없는 행동으로 식구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그러나 높은 자존감과 당당함 그리고 러블리한 매력을 갖고 있어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수현은 뚱뚱한 복동희를 구현하기 위해 촬영마다 5시간 이상의 특수 분장을 감행했다. 지난달 25일 유튜브 채널 'YG STAGE(와이지 스테이지)'에 올라온 '[수현] 복동희 되는 날 100㎏ 특수분장 비하인드' 영상에는 특수분장을 통해 비만 복동희로 탄생한 수현의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 수현은 "아무리 많이 해도 익숙하지 않다. 먹고 수정하고 양치하고 수정하고 메이크업하고 수정하고 의상 입는 것부터 모든 과정이 느리다"며 "특수분장은 약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새벽 내내 준비하고 아침 첫 촬영에 들어간 적도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좋은 점은 과감한 변신을 하는 게 배우로서는 엄청난 무기가 된다"며 "'과체중인데 괜찮겠어요?'라는 말에 오히려 재밌었다. 그런데 분장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고 웃으며 말했다. 실제로 이날 분장은 오전 10시 50분에 시작했지만 오후 4시 30분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갑작스레 찐 살에 주변 남자들이 하나둘 떠나가지만 복동희는 언제나 밝다. 또 다른 사기꾼 그레이스(류아벨 분)가 자신의 남자친구를 뺏어가자 "우리 사이가 흔들린 건 내 탓이야. 내가 나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서, 모든 일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는 거지. 그게 자존감을 줘. 내 인생 칼자루를 내가 쥐는 거야"라고 말한다.

전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에서 감정을 절제하며 서늘한 카리스마를 뿜어낸 수현. 이런 그가 '히어로는'에선 외모부터 행동 성격 말투 눈빛까지 모든 게 상반된 러블리한 인간 복동희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캐릭터 변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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