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을 거부한다'…거대 야당, 브레이크 없는 입법 질주
'더 세진' 尹 거부권 법안에 '거부권 거부법' 발의
법사위원장·국회의장 확보...초고속 입법 발판 마련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지난 국회에서 폐기된 쟁점 법안들을 13일 대거 당론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과 법제사법위원장을 확보하고 국회의장을 배출한 만큼 이들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 건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18개 상임위 독식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김건희 특검법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포함한 22개 법안을 당론으로 정했다. 지난 국회에서 추진된 법안보다 수위는 더 높아졌다. 김건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함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수사대상에 포함했다. 방송3법은 방송통신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늘리는 내용의 방통위법 개정안을 더해 '언론정상화 4법'으로 명명했다.
이와 함께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코로나 대출 10년 이상 장기분할상환도 소상공인법 개정안을 통해 당론으로 추진키로 했다. 대출 가산금리 산정 체계 합리화 및 은행 이자이익 사회 환원 강화 등을 담은 가계부채 법안 6건, 공공·필수·지역 보건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공공의대설립법과 지역의사양성법, 아동수당 지급을 확대하는 아동수당법과 만 18세까지 정부가 월 10만 원씩 적립하는 아동복지법도 당론 추진 법안에 포함됐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 후 취재진과 만나 당론 추진에 대해 "민주당이 민생·개혁 과제에 대해 22대 국회 초반부터 힘 있게 의욕을 가지고 추진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이라며 "개별 상임위 절차를 거쳐 법안들이 수정·보완되면 본회의 표결 전 다시 한번 더 당론으로 의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비한 '거부권 거부법'도 발의한 상태다. 이날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본인 또는 가족 등 사적 이해관계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거부권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법안에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 73명이 공동발의에 이름을 올렸다.
전 의원은 법안 발의 후 취재진과 만나 "헌법학자들이 말했던 '대통령 거부권에 대한 내재적 한계'를 명시한 것"이라며 "사적 이해관계자인 본인과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특검법 등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사용했는데, 이런 행태가 바로 헌법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난 거부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론 추진 여부에 대해서는 "당내 총론을 모으는 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인 만큼 입법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11곳의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하고 곧바로 단독 가동에 나섰다. 11일과 12일 각각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연 데 이어 이날 국토교통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를 단독으로 열고 간사 선임 및 부처 현안보고를 위한 국무위원 출석 요구의 건 등을 의결했다. 원 구성 최대 쟁점 중 한곳인 운영위원회는 오는 18일 첫 회의를 연다.
정부부처가 협조하지 않을 때를 대비한 국회 기능 실질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청문회, 국정조사, 대정부질문 등에 국무위원이 불출석할 경우 동행명령권을 발동하는 등 법적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의총에서 상임위에 불출석하는 정부 부처들을 언급하며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엔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입법 독주'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관습 헌법에 준하는 국회 관행과 선례를 무시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입법 독주는 반드시 대통령 거부권으로 귀결돼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국민의 큰 근심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단독 원 구성에 반발해 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한 상태다. 여야가 원 구성을 두고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이날 예정됐던 본회의는 무산됐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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