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사랑엔 군백기도 없었다…“BTS는 BTS, 하이브는 하이브” [2024페스타]
잠실 종합운동장 메운 보랏빛 물결
땡볕에도 성황…1년뒤 완전체 기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어떻게 지내? 밥은 잘 먹고? 솔직히 바람 폈다 안 폈다? 선재 업고 튀었다 안 튀었다?”
제대를 넉 달 앞둔 방탄소년단(BTS) 제이홉의 편지가 영상에 흐르자 국적 불문 전 세계 아미(ARMY, BTS 팬덤명)들은 함성을 지르며 웃음꽃을 피웠다.
지난 13일 BTS의 데뷔 11주년을 맞아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 일대에서 열린 ‘2024 페스타’ 현장. 32도에 달하는 뙤약볕에도 이날 잠실은 12시간 가까이 보랏빛 물결이 잦아들지 않았다. ‘페스타’는 매년 BTS 데뷔일인 6월 13일 팬과 함께 즐기는 특별한 ‘생일 파티’다. 올해 ‘페스타’가 더 특별한 것은 그룹에서 가장 먼저 입대한 맏형 진이 돌아와 함께 하는 축제였기 때문이다.
전 세계 아미들의 들뜬 마음은 이날 오전 일찌감치 시작됐다. 행사의 시작은 오전 11시부터였으나 이미 수 시간 전부터 근처 지하철 역부터 행사장 입구까지 긴 줄이 이어지며 입장을 기다리는 팬들로 북적였다.
필리핀에서 온 라넬리(28) 씨는 “2017년부터 BTS를 좋아해 코로나 팬데믹 때 외에는 페스타를 할 때마다 늘 한국에 왔다”며 “올해는 특히 진이 돌아오기에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다”며 설렌 마음을 꺼내놨다.
현장은 전 세계 어떤 관광지보다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넘쳐났다. 일본에서 날아온 중년의 아미들은 금세 소녀가 됐고,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동남아시아와 멕시코, 미국, 영국, 폴란드 등 대륙을 아우르는 아미들이 BTS라는 이름과 함께 같은 마음이 됐다.
무더위는 아미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뜨거워지는 햇빛에 양산을 가장한 우산을 펼쳐드는 아미, 히잡으로 얼굴을 꽁꽁 감싸는 중동 아미, 선글라스를 끼고 ‘태양을 피하는’ 아미가 늘었지만 이들의 얼굴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올해 페스타는 10주년을 맞아 여의도 한강 고수부지 공원을 통째로 꾸몄던 지난해보단 작은 규모로 진행됐다. 진을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군 복무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BTS의 파워는 여전했고, 분위기는 군백기(군대+공백기)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뜨거웠다.
페스타는 아미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그라운드 행사와 전역 하루 만에 팬들과 만나는 진의 ‘허그회’, 팬미팅 격의 공연으로 진행됐다. BTS 멤버들을 모두 만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지만, 아미들은 이미 준비된 자세로 야무지게 행사를 즐겼다.
페스타 현장에선 BTS 곡의 가사 일부를 뽑아보는 ‘뽑아라 방탄’, ‘2024 페스타’ 로고로 업사이클링(새활용) 플라스틱 파츠 만들기, 그림일기를 그려 벽에 붙이는 ‘6월 13일의 아미(ARMY·BTS 팬덤)’ 등의 부스가 마련됐다. 페스타 기념 키링, 티셔츠, 집업 등의 MD(굿즈) 판매 부스는 단연 인기였다.
영국에서 온 릴리는 “BTS 페스타에 맞춰 한국에 왔다”며 “유튜브를 통해 BTS를 알게 된 2018년부터 팬이 돼 힘든 시간을 보낼 때마다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들으며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슈가를 가장 먼저 좋아하기 시작해 이젠 모든 멤버를 좋아한다. 한 명의 멤버를 꼽을 수 없을 만큼 모두 좋다”고 벅차했다.
군 복무 중인 멤버들은 그라운드 중앙에 자리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꾹꾹 눌러 쓴 손편지로 아미를 향한 마음을 전했다. 멤버들의 개성과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편지였다. 막내 정국은 “무대를 진짜 하고 싶고, 빨리 아미들의 함성을 듣고 싶다”며 “여러분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큰가 보다”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지민도 “저는 여기(군대)에서 열심히 잘 지내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진형과 먼저 놀고 있으면, 한 명씩 여러분에게 돌아갈 거다. 얼른 다 같이 만나서 얼싸안고 놀자”고 적었다.
전날 전역한 진을 시작으로 오는 10월 제이홉, 내년 6월 10~11일 RM, 뷔, 지민, 정국 등을 거쳐 가장 늦게 아미와 만날 슈가까지 제대하면 BTS가 완전체가 될 날은 이제 일 년 밖에 남지 않았다. 리더 RM은 “모두 돌아오면 얼마나 더 거세고 아름다울까. 이 시간과 시련을 주시는 건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여러분과 저희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겨우 2막의 출발이다.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잘 버티겠다”는 편지가 나오자 휴대폰에 담아내며 눈물을 흘리는 팬들도 있었다.
BTS와 함께 K-팝이 전 세계에 뿌리내렸지만, 이날 현장에서 만난 아미들은 너나없이 ‘꽃신’을 자처했다. “오직 BTS만이 사랑”이라며 “BTS 이외에 다른 K-팝 그룹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아미들을 적잖게 만났다.
중국에서 유학 와 홍익대에 재학 중인 왕시안(24) 씨는 “BTS를 좋아해 한국에서 공부하게 됐다”며 아직은 서툰 한국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러면서 “뛰어난 외모와 퍼포먼스 실력, 좋은 성격까지 BTS 멤버들 한 명 한 명이 흠이 없다”며 “특히 리더 RM을 가장 좋아하는데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하는데 겸손한 모습을 보면 나도 함께 성장하게 된다”고 했다.
베트남에서 온 지니(26)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BTS를 좋아한 9년 차 아미”라며 “BTS를 좋아해 한국에 오게 됐다. 지난 2월부터 한국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고 다음 주에 베트남으로 돌아가는데 마지막 기간 동안 ‘BTS 페스타’를 보내고 갈 수 있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지니 씨는 특히 “BTS의 노래를 통해 그룹을 좋아하게 됐고, BTS의 음악이 나의 삶을 더 잘 살아나갈 수 있도록 동기부여한다. 특히 ‘봄날’을 좋아한다”며 “특정 멤버가 아닌 모든 멤버의 개성과 캐릭터, 성품을 사랑한다. 지금은 군대 간 멤버들을 기다리고 있다. 너무 그립다”며 웃었다.
일 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올 완전체 활동에 대한 기대도 올해 페스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10년차 방탄소년단 팬인 태국 아미 보(31) 씨는 “BTS를 비롯한 K-팝은 태국의 문화와는 상당히 달라 굉장한 매력을 느끼는데, 특히 BTS는 자신들의 일에 열정적이고, 노래엔 깊은 메시지를 담아 감동과 위로를 준다”며 “BTS는 군대에 가기 전에도 지금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보이그룹이다. 다시 돌아와도 여전히 최고일 것”이라고 말했다.
페스타에서 만난 팬들 역시 현재 K-팝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 간 갈등을 익히 알고 있었다. 보 씨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BTS는 빅히트뮤직의 소속이고, 빅히트는 하이브 산하의 많은 회사 중 하나인 것은 맞다”며 “하지만 우리는 BTS와 하이브를 구별해 보고 있다. 그들의 일로 BTS가 피해를 봐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영국인 아미 릴리도 “BTS 멤버들이 이런 일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란다”며 “우리가 항상 곁에 있을 테니 아무 걱정 없이 음악만 하면 된다”고 했다.
이날 페스타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막 제대한 맏형 진이었다. 진은 추첨을 통해 뽑은 팬 1000명과의 허그회에 이어 저녁 8시부터 실내체육관에서 4000명의 아미와 만나 팬미팅 성격의 공연을 열었다. 진은 “즐거워하는 우리 ‘아미’를 보니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하는 곳이구나’, ‘여기가 내 집이구나’ 하고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떨어져 있던 시간이 무색할 만큼 한결같이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며 “이젠 내가 ‘아미’ 곁을 맴돌며 여러분의 빛이 되겠다”고 말했다.
진의 특급 이벤트는 공연장을 떠나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전날 제대한 진은 현장을 찾은 4000명의 팬들에게 연보랏빛 꽃다발을 선물하는 ‘감동 서사’를 완성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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