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쓸어버리자” 장갑차 몰았던 김정은, 위력 높인 신무기 공개했다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4. 6. 1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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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극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초기까지만 해도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중했다. 전차나 장갑차, 자주포 등의 재래식 전력은 김정일 시절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한 2017년부터 북한의 군사력 증강 기조에 변화가 감지됐다.

미국이 아닌 남한을 겨냥한 재래식 군사력 현대화에 힘을 쏟기 시작한 것이다. 핵무력을 통해 미국의 확장억제에 맞설 힘을 확보했으므로, 한반도 유사시 실전에서 이기는데 필요한 전쟁수행능력 강화에 주목했다는 평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국방과학원 전시관을 찾아 대구경 주포 탑재 장갑차를 살피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쳐
◆대구경 주포 차륜형 장갑차 등장

조선중앙TV 영상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국방과학원을 방문했다. 경축행사 직후 김 위원장은 간부들과 함께 전시관을 찾아 다양한 무기들을 살펴봤다.

이때 대구경 주포와 포탑을 결합한 8륜 장갑차가 포착됐다. 지금까지 공개됐던 것과는 다른 형태다.

앞서 지난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북한은 스트라이커를 본뜬 M2020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M1128 MGS처럼 대구경 주포를 탑재한 장갑차도 다수 포착됐다. 공산권에서 오랜 기간 쓰였던 122㎜ D-30 야포를 탑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언뜻 보면 지상전에서 보병을 강력한 화력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군에서도 사실상 실패작으로 평가하는 M1128 MGS를 모방한 점을 들어 효용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M1128 MGS보다 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장과 승무원 공간, 엔진룸 등의 배치가 비효율적이어서 포탄 적재량이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차륜형장갑차를 직접 운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해 8월 북한 매체가 공개한 김 위원장의 군수공장 시찰에선 김 위원장이 포를 싣지 않은 형태의 ‘다용도 전투장갑차’를 운전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신형 차륜형장갑차가 기본적 형태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와 더불어 ‘남조선 괴뢰들을 쓸어버리자’라는 구호 앞에 서 있는 김 위원장의 모습도 공개, 장갑차 제작 목적이 한국군과의 전투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번에 국방과학원 전시관에서 포착된 대구경 주포 탑재 8륜 장갑차는 이탈리아 센타우로, 중국 ZTL-09의 수출형인 ST-1과 비슷하다. ST-1은 수출을 위해 10년 전부터 공개됐던 장비다. 북한이 제3국에서 관련 정보를 입수해서 개발에 참고했을 가능성이 있다.

센타우로와 ST-1은 105㎜ 주포와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를 갖춘 기관총 등을 장착한 포탑을 차량 위에 얹은 형태다.

전통적 형태의 포탑을 올리면 탄약 적재량이 늘어나고 방호력도 향상된다. 무게중심이 높아질 수 있으나, 북한으로선 해결이 가능한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에 등장한 M1128 MSG보다 전투능력도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새로 개발한 장갑차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미군 M1128 MGS처럼 차륜형장갑차에 대구경 화포를 탑재한 형태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서방에선 90~120㎜ 저압포 포탑을 얹은 차륜형장갑차를 운용하는 사례가 있다. 강력한 화력과 빠른 기동력을 갖춰 유엔 평화유지활동이나 반군 소탕 등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이탈리아 센타우로, 프랑스 AMX-10 RC 등이 대표적이며 미국은 스트라이커 장갑차에 105㎜ 저압포를 장착한 M1128 MGS를 제작했다.

국내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타이곤 차륜형장갑차에 90㎜포를 탑재, 수출용으로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은 해외 파병을 하지 않고, 대규모 전면전 위주의 재래식 군사력을 갖춘 국가다. 이를 위해 신형 전차와 자주포도 만들었다. 

그런 북한이 왜 화력과 기동력에 중점을 둔 장갑차를 개발했을까. 대구경 주포를 탑재한 차륜형장갑차는 전차와 동등한 화력을 제공하면서도 무게는 상대적으로 가볍다. 

북한 지역은 도로와 교량 사정이 매우 열악하다. 폭이 3~5m인 도로가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산악지대가 많은 지형 특성상 터널과 교량은 다수 존재하나 대다수가 노후화로 안전상의 문제가 심각하다. 그나마도 교량은 40t 이상의 차량은 통행이 어렵다. 

한반도 유사시 보병간 교전이 발생하면, 강력한 직사화력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전차가 가장 적합하지만, 북한의 열악한 도로·교량 사정으로 전차 투입엔 제약이 따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국방과학원 전시관을 찾아 군 관계자들과 함께 대구경 주포 탑재 장갑차를 살피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쳐
BMP-2 보병전투차나 BTR 장갑차는 기관포 위주다. 화력은 전차 수준이며, 기동력은 궤도형장갑차보다 우수한 대구경 주포 탑재 장갑차는 전차와 장갑차의 중간 형태로서 보병부대를 신속하고 강력하게 지원할 수 있다. 

이는 한미 특수전부대의 후방 침투에도 대응할 전력을 제공한다. 평양으로 연결되는 주요 고속도로 방어와 호송대 호위, 평양을 비롯한 주요 대도시에서의 전투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북한의 의도가 현대전 추세에 부합하는지는 미지수다. 최근에는 궤도형 장갑차 차체에 포탑을 얹는 경전차가 주목받기 때문이다.

M1128 MGS를 쓰던 미국은 M10 경전차를 만들었다. 105㎜ 주포와 궤도형 장갑차를 결합한 38t짜리 경전차로서 M1 전차를 운용하기 어려운 시가지, 정글, 교량 등에서 보병을 지원하는 용도다. 

한국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K-MPF라는 경전차 컨셉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차체는 K-21 보병전투차에서 도하기능 등을 없앤 형태이며, 포탑에는 105㎜ 주포와 기관총을 탑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래 기갑차량에서 필수품으로 여겨지는 능동파괴장치(APS)도 장착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이탈리아산 센타우로 등과 유사한 컨셉의 차륜형장갑차를 만드는 것은 한 세대 이전의 개념을 따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국방과학원 전시관을 찾아 군 관계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뒤쪽에 신형 함포가 보인다. 조선중앙TV 캡쳐
◆함포·자주박격포 등도 만들었나

김 위원장의 국방과학원 방문에선 사다리꼴 모양의 외피를 씌운 함포도 공개됐다. 영상에선 함포 하부에 있는 포탄 장전체계로 추정되는 형상도 드러났다.

북한은 2002년 제2연평해전 이후로 고성능 함포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 해군 참수리고속정과 초계함 등은 명중률과 파괴력, 정확도가 높은 30~40㎜, 76㎜ 함포를 갖췄다.

반면 북한 해군은 지상에서 쓰던 포나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썼던 구식 무기를 함정에 썼다. 화력에서 열세에 직면한 북한으로선 신형 함포의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와 올해 신형 호위함을 공개하면서 두 종류의 새 함포도 선보였다. 다만 이때 공개된 함포는 국방과학원에서 포착된 것과는 달랐다. 

서방 해군에서 널리 쓰이는 이탈리아 오토멜라라 76㎜ 함포와 매우 유사하다. 지난 2021년 국방발전전람호에서도 포착된 바 있다.

이탈리아 함포를 북한이 어떻게 모방했을까. 북한과 군사기술교류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란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란은 이슬람혁명 전 오토멜라라 76㎜ 함포를 탑재한 알반드급 호위함을 도입했다. 이란은 76㎜ 함포를 역설계해서 복제했고, 북한도 이란을 통해 기술을 습득했다.

82㎜ 자주박격포와 그 포탄으로 추정되는 장비도 모습을 드러냈다. 자주박격포는 차체에 박격포를 탑재해서 운용하는 장비다. 한국도 120㎜ 자주박격포를 개발, 사용중이다.

북한이 공개한 자주박격포는 포탑과 궤도를 갖춘 형태다. 북한은 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 걸쳐 장갑차에 82㎜, 120㎜ 등의 박격포를 탑재한 자주박격포를 개발, 기계화부대에 배치해 화력지원용으로 썼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국방과학원 전시관을 찾아 군 관계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김 위원장 후방에 녹색의 궤도차량이 있는데, 82㎜ 자주박격포로 추정된다. 조선중앙TV 캡쳐
이때 만든 자주박격포는 현재 시점에선 노후화한 상태다. 이에 대한 대책을 국방과학원에서 고민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무한궤도 차량 앞부분에 도저(삽날)를 장착한 것으로 보이는 장비도 포착됐다. 크기로 볼 때는 한국군이 쓰는 KM9과 비슷하다. 미국산 M9을 면허생산한 KM9은 민수용 불도저가 하지 못하는 공병작전에 투입된다.

시험사격에 여러 차례 투입됐던 초대형방사포는 로켓탄과 발사차량 모형이 함께 전시됐다. 김 위원장이 최근 사격을 했던 저격용 소총과 각종 전자장비 등도 식별됐다.

북한이 무기 개발의 본거지인 국방과학원을 공개하고 신형 장비들을 보여준 것은 자신들이 그만큼 재래식 전력 강화에도 정책적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한국군 무기 도입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실질적인 전쟁수행능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그에 걸맞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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