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낯설고 무섭지만… 언젠가 우린 친구가 될 거야[어린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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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2022)에 이런 장면이 있다.
해준(박해일 분)이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라고 한 말을 서래(탕웨이 분)가 멋대로 '사랑한다'고 해석하는.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고, 우리의 세계가 다시 만날 때까지 인내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이다.
어린이들에게 함께 노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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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네 집에 다리가 왔다│강인송 글│소복이 그림노란상상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2022)에 이런 장면이 있다. 해준(박해일 분)이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라고 한 말을 서래(탕웨이 분)가 멋대로 ‘사랑한다’고 해석하는. “내가 언제 사랑한다고 했어요?” 해준은 정색하지만 누가 봐도 서래 말이 맞다. 사람을 붕괴시킬 정도의 힘이 사랑이 아니면 어디서 온다고.
‘기리네 집에 다리가 왔다’는 ‘기다리다’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어느 날, 주인공 ‘나’(하리)의 단짝 ‘기리’가 반려견을 들인다. ‘나’는 기리와 같은 마음으로 기뻐할 수 없다. ‘나’에게 기리네 반려견은 ‘강아지’보다는 ‘개’에 가깝다. 낯설고, 무섭다.
이것저것 핑계를 대며 기리네에 가지 않는 ‘나’의 집에 기리가 강아지를 데려온다. ‘나’는 기리를 위해 강아지와 가까워지려 하지만 실패한다. 그제야 두 어린이는 깨닫는다. 아무리 친밀한 사이에도 좁힐 수 없는 간격이 있다는 것을.
‘나’는 멀어지는 친구를 힘껏 부른다. “기리야!”라고. 그리고 묻는다. “강아지 이름이 뭐야?”
“다리!” 기리가 대답한다. 이로써 ‘나’에게 ‘강아지’는 ‘다리’가 됐다. 이번에는 기리가 먼저 말한다. “우리 다리는 기다리는 거 잘해!” 연달아 외친다. “나도 잘 기다려!”
기리가 말한 ‘기다리다’는 “손!” “앉아!” “기다려!”처럼 단순한 행위를 요구하는 어휘가 아니다.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고, 우리의 세계가 다시 만날 때까지 인내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이다. 다르다는 이유로 편을 가르는 이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어린이들의 진짜 우정과 사랑이다.
전작에서 다친 박새를 돌보는 어린이(소곤소곤 회장), 토끼장을 넓히는 어린이(나는 마음대로 나지)를 쓴 강인송 작가의 작은 이들을 향한 시선과 소복이 작가의 소박하면서도 재치 있는 그림체가 ‘환상의 짝꿍’이 되어 독자 마음을 움직인다.
기다리는 걸 잘하는 우리 기리와 다리는 언제쯤 하리와 놀 수 있을까? 부디 그날이 너무 멀지 않기를. 어린이들에게 함께 노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없으니 말이다. 48쪽, 1만4000원.
김다노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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