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근 겪은 인도 출신 소년… 후생경제학의 권위자가 되기까지[북리뷰]

박동미 기자 2024. 6. 1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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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박탈당한 사람들을 위한 옹호자' '경제학계의 양심'.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1998)을 수상한 아마르티아 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의 회고록이다.

그는 가난하지도, 부도덕하지도 않은 조국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자 경제학 공부에 나섰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세계적 학자들과 교류하며 사상의 폭을 넓혀 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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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아마르티아 센 지음
김승진 옮김│생각의 힘

‘가난하고 박탈당한 사람들을 위한 옹호자’ ‘경제학계의 양심’.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1998)을 수상한 아마르티아 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의 회고록이다. 저자는 자신의 성장과 철학 형성에 영향을 끼친 사건과 사람들을 돌아보고, 동시에 시대에 대한 고찰을 담담하게 책에 담았다. 이는 식민지 인도에서 태어나 유년시절 대기근, 종교 분쟁처럼 강렬한 경험을 접한 저자가 위대한 학자이자 사상가로 길러지는 순전한 여정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저자의 경제학 사상의 기반이자 그 원점을 찾아, 원류를 좇아가는 이야기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저자는 화학과 교수였던 아버지, 타고르의 협력자이자 힌두이즘 학자인 외할아버지 덕에 유명 학자와 사상가들에 둘러싸여 자랐다. 특히, 그는 타고르가 설립한 학교에서 정규 교육을 받았는데, 진보적이며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학풍이 저자의 유년시절 전반을 지배했고, 이때 이성과 자유에 대한 신념 등을 키울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를 후생경제학의 권위자로 만들어낸 것, 즉 경제학을 효용 극대화를 위한 게 아닌, 모두의 ‘좋은 삶’에 기여하는 학문으로 재정립시키게 한 원동력은 저자를 둘러싼 풍요로움이 아니라, 식민 치하 아래에서 조국이 겪는 빈곤과 불평등이었다. 당시 인도는 영국으로부터 경제적 수탈을 당하고 있었고, 벵골 대기근으로 200만∼3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대립은 심화하고 있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저자와 가족들은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이때 저자가 목격한 혼돈과 폭력, 죽음이 그의 평생 연구를 결정짓게 된다.

그는 가난하지도, 부도덕하지도 않은 조국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자 경제학 공부에 나섰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세계적 학자들과 교류하며 사상의 폭을 넓혀 나가게 된다. 즉, 발이 닿는 모든 곳이 그에겐 고향이었고 만난 이들 모두가 스승이었던 셈이다.

저자는 단단한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 그리고 정체성의 다원성을 인정하는 일을 ‘좋은 세상’의 최소한의 조건으로 본다. 이를 인류 보편의 신념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인류의 잦은 ‘접촉’ 또한 강조하며, “서로와의 접촉을 통해 배워나갈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도 말한다. “하나의 국가에서 또 하나의 국가로 이해와 공감이 퍼져가는 과정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저자의 책이 그 무수히 많은 사례 중 하나일지 모른다. 648쪽, 3만3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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