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안으로 비가 와요”… 아이가 본 아름다운 세상[시인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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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가 사랑 속에서 자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모든 인간이 아이가 사랑 속에서 자라길 바랄 거라고,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게 아니라면, 아이가 사랑 속에서 자라는 일을 바라보며 잠시라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믿는다.
안미옥의 '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창비)는 이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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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가 사랑 속에서 자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모든 인간이 아이가 사랑 속에서 자라길 바랄 거라고, 그렇게 믿고 있다.
물론 아동학대에 관한 뉴스를 자주 듣게 되는 끔찍한 시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게 아니라면, 아이가 사랑 속에서 자라는 일을 바라보며 잠시라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믿는다. 설령 본인의 유년이 충분한 사랑 속에서 빛나지 않았을지라도 말이다. 돌봄을 받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를 안심하게 한다. 그렇지 않은가.
안미옥의 ‘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창비)는 이상한 책이다. 울 정도로 슬픈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자꾸 글썽이게 된다. 기쁨으로 넘쳐나는 내용이 들어있는 것도 아닌데 무방비로 미소를 짓게 된다. 책에는 한 시인이 아기를 처음 낳고, 기르며, 아이를 통해 새롭게 바라본 소소한 일상의 풍경이 담겨있다. 작가가 보는 세계는 ‘나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아기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를 통해 확장된다. 세상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이 없는 ‘나무’의 눈은 곳곳에서 ‘시’를 발굴(!)해내는 눈이다. 작가의 글 사이사이에 ‘나무의 말’이라는 챕터가 수록되어 있는데, 신선해서 눈이 다 환해지는 나무의 질문, 대답, 이야기가 담겨있어 이 챕터를 읽는 재미도 크다.
‘나무’는 꿈이 변한다. 백두산이 되고 싶다고 하더니, 공룡 테리지노사우루스가 되고 싶다거나 어느 날은 별안간 당근이 되고 싶단다. 작가는 지금껏 ‘가능’에 대해 인색하게 굴어온 자신을 돌아본다. “되고 싶다는 생각에 앞서 늘 현실을 먼저 생각”하는 어른에 비해, 한계나 편견이 없는 아이의 드넓은 세상에 감탄한다.
책을 읽으며 내가 자꾸 눈물짓는 연유를 생각해 보았다. 사랑으로 충만한 아이를 보면,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기만 하면 나도 모르게 어딘가 치유 받는 것 같다. 상처가 난 줄도 몰랐던 마음의 후미진 곳이 살금살금 아물 때 감동이 밀려온다.
비 오는 날, 우비를 입고 걸어가던 나무가 한 말을 들어보라.
“엄마, 신발 안으로 비가 와요.”
이 작은 시인과 그의 이야기를 듣고 촘촘히 기록하는 조금 큰 시인, 둘이 나란히 걸어갈 시간을 그려보면 충만해진다. 아주 사랑스러운 책을 읽었다.
박연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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