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신진우·김시철 두 판사 이야기

전영기 편집인 2024. 6. 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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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졸지에 '제3자 뇌물죄 피고인'으로 추락시킨 수원지방법원 신진우 부장판사(49)의 '이화영 재판'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잊힌 가치를 상기시켰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점에 최태원 SK 회장에게 재산 1조3000억원을 노소영씨에게 떼어주라고 판결했던 서울고등법원 김시철 부장판사(59)의 이혼 재판도 비슷한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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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전영기 편집인)

요즘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졸지에 '제3자 뇌물죄 피고인'으로 추락시킨 수원지방법원 신진우 부장판사(49)의 '이화영 재판'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잊힌 가치를 상기시켰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점에 최태원 SK 회장에게 재산 1조3000억원을 노소영씨에게 떼어주라고 판결했던 서울고등법원 김시철 부장판사(59)의 이혼 재판도 비슷한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거짓은 통하지 않고 자유엔 책임이 따른다는 인간사의 보편적 도덕률이다.

이런 가치는 하루하루가 바쁜 한국인의 일상생활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아 왔다. 어느덧 정직과 책임감은 서로 얘기하기 꺼려 하는 낯선 화제가 되었다. 아마 거짓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여러 번 반복하면 진실처럼 대접받거나, 자유롭게 나쁜 짓을 하더라도 힘이나 돈이 있으면 벌을 받지 않는 일이 자주 일어나다 보니 생긴 사회현상일지 모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짓은 통하지 않고 자유엔 책임이 따른다

신진우 판사와 김시철 판사의 합해서 500쪽 가까운 판결문을 차례로 읽다 보면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처럼 '두 판사 이야기'가 동일 주제로 다른 무대 위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느낌이 확 들어온다.

신진우 판사는 쌍방울의 실소유자 김성태의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하고 이화영의 주장을 배척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이화영의 거짓말 때문이다. 판결문 속의 이화영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말까지 거짓처럼 느껴질 정도로 명료한 증거를 부인하거나 발언 번복을 일삼는다. 신 판사가 장면 장면마다 들이댄 거짓말 판별 기준은 일관성·구체성·상호 부합성 세 가지였다.

예를 들어 이화영은 사인(私人)일 때 김성태 회사의 법인카드를 사용하다 공인(公人·경기도 부지사)이 된 후에도 계속해서 그 회사 다른 사람 명의의 카드를 받아 썼다. 이화영은 뇌물죄가 성립하는 차명 카드 사용을 끝까지 부인한다. 그러나 공인일 때든 사인일 때든 문제의 두 종류 카드 명세를 비교하면 백화점 쇼핑, 미용실 이용, 가전제품 등 구입 물품과 그 시점·장소에 따른 사용 패턴이 완전히 동일함을 알 수 있다.

신 판사는 이런 명료한 증거들을 하나하나 살펴가면서 이화영 진술의 신빙성에 의심을 갖게 되었다. 이화영의 변호인 측이 주장하듯 처음부터 김성태를 믿고, 이화영을 배척한 게 아니었다. 반면 김성태의 진술은 바뀌는 게 없고 시간·위치·정황 등 디테일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진다. 서술의 구체성과 이해관계가 다른 증인들 얘기와의 일치성(상호 부합성)이 김성태 발언을 채택한 신 판사의 판단 근거였다.

이재명과 최태원도 '보편적 도덕률' 아래 있어

김시철 판사도 거짓말에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최태원 회장이 동거인 김희영씨의 이혼 과정에 개입했는지와 관련해 최 회장의 충돌하는 두 종류 발언에 주목했다. 최 회장은 2013년 노소영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가 계획하고 시킨 것"이라는 취지를 밝힌 반면 2018년 재판정에선 "(김희영의 이혼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김 판사는 2013년 편지가 맞다면 2018년 법정 발언은 틀린 것이고, 이는 노소영과의 이혼이 '상호 관계의 파탄'이 아니라 '남편 쪽 일방의 책임'이었음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사안 사안마다 어느 쪽 주장에 신빙성이 있느냐를 세밀하게 따져나가다 최종적으로 "(최 회장은)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공동체의 규칙을 어긴 책임을 크게 물었다. 이화영 재판에선 '경기 부지사'의 공적 권한이 큰 만큼, 이혼 재판에선 한 남자의 자유로운 선택이 주변 가족에 미친 고통과 사회 도덕적 가치를 훼손한 바가 큰 만큼 각각 그에 비례하는 큰 대가를 두 판사가 치르게 한 것이다.

전영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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