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앱 사용시간 두 달 연속 인스타에 밀렸다
"젊은 사람들은 구글 아니면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검색엔진으로 쓴다. 네이버쇼핑은 쿠팡과 알리, 테무에 치여 미래가 불투명하고, 틱톡을 겨냥해서 내놓은 클립은 시장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그나마 잘나가던 웹툰은 물적분할이 됐고 라인은 일본 손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그 결과가 오늘 네이버 주가다."
6월 10일 네이버 온라인 종목토론실에 한 개인투자자가 올린 게시물 내용이다. 네이버 주가는 올해 초까지 23만 원대를 기록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어 이날 종가 기준 17만700원으로 주저앉았다. 검색, 이커머스 등 사업 분야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약화되며 주가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표 숏폼 클립, 호응 미미
네이버는 앱 사용 빈도에서도 인스타그램에 밀리는 모습이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5월 인스타그램 앱 실행 횟수는 178억5525만 회로 카카오톡(787억6736만 회)에 이은 2위였다. 네이버는 143억9131만 회로 3위, 유튜브는 139억7395만 회로 4위에 올랐다.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11월까지 실행 횟수(131억6934만 회) 5위에 불과했으나 12월 네이버와 유튜브를 제치고 2위로 등극하더니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네이버 부진 원인으로는 '성장동력 부재'가 꼽힌다. 네이버는 한때 '플랫폼 공룡'으로 불리며 뉴스 큐레이션, 검색, 블로그, 이커머스, 웹툰, 간편결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사용자를 빨아들였다. 하지만 근래 들어선 생성형 인공지능(AI)에 기반한 검색엔진, 새벽배송·초저가를 중심으로 한 이커머스, 젊은 층의 지지를 받는 숏폼 서비스 등 새롭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용시간 1, 3, 5위를 차지한 앱은 쇼츠, 릴스 등 숏폼 분야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특징이 있는데, 네이버가 지난해 8월 출시한 숏폼 서비스 클립의 인기는 그에 못 미치고 있다.
네이버의 '공공기관 SNS 노출 종료' 방침이 앱 사용자 누수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풀이된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그동안 네이버는 사용자가 네이버 검색창에 공공기관 공식 홈페이지를 검색할 경우 해당 기관이 운영하는 여러 SNS의 최신 콘텐츠가 함께 노출되도록 해왔다. 그러다 이달 중 이 기능을 중단하기로 하자 시장에선 '위기의식'으로 해석한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6월 11일 "알려진 바와 달리 공공기관 SNS 노출에 변화를 주기로 한 건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서"라며 "(앱 사용 관련) 외부 조사기관 발표를 참고는 하지만 말 그대로 외부 발표라 별도 입장을 갖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국내 사용자 로크인 할 유인 떨어져"
앱 사용량 감소세는 '네카오'로 묶이는 카카오톡에서도 발견된다. 카카오톡 앱은 사용시간 2위, 사용 빈도 1위로 여전히 높은 순위를 기록 중(와이즈앱)이지만 사용시간에선 1위 유튜브와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고, 사용 빈도에선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 등 메신저 기능을 갖춘 다른 앱의 추격을 받고 있다. 이에 카카오톡 앱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전보다 확연히 줄어든 모습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4월 카카오톡 앱의 MAU는 4497만 명으로, 2022년 5월 이후 22개월 만에 처음으로 450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카카오톡 앱 MAU는 지난해 4월 4707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12월부터 유튜브에 1위 자리를 내준 상태다. 지난해 12월엔 유튜브와 격차가 10만 명 수준이었으나 올해 4월엔 54만 명까지 늘었다.전문가들은 "국산 플랫폼 앱은 '규모 경제' 면에서 해외 앱에 밀릴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는데,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혁신마저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플랫폼 초기 성장기엔 네이버, 카카오톡 등 토종 앱이 언어, 편리성 면에서 국내 사용자를 '로크인(lock-in)' 할 수 있는 메리트가 분명 있었다"며 "하지만 이젠 토종 앱의 효용성이 이전처럼 크지 않고 해외에선 새로운 트렌드에 맞는 여러 킬러앱이 등장하고 있어 네이버와 카카오톡 모두 규모 경제에서 계속 뒤처질 일만 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국산 플랫폼 앱이 기술 투자로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물론, 기존에 갈등을 빚은 통신사업자와 손잡고 '플랫폼 인 플랫폼' 형태로 규모 경제를 구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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