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남기고 싶지 않았다”…스무 살 이호성이 성장한다[스경x현장]
프로 2년 차 신예 이호성(20·삼성)은 13일 대구 LG전에 선발 등판해 5.1이닝 3안타 2사사구 3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5-2로 앞선 6회초 1사에서 김현수에게 볼넷을 내주지 않았더라면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도 노려볼 법했다.
결과적으로 아웃 카운트 2개를 남겨 놓고 주자를 내보냈고, 구원 투수 김대우와 교체됐다. 대구 구장을 찾은 홈팬들은 마운드를 내려가는 어린 투수의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강팀 LG를 상대로 충분히 좋은 투구를 했다.
이호성은 이날 슬라이더 36개, 직구 26개, 커브 11개, 체인지업 8개 등 총 81구를 던졌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6㎞를 찍었다. 투구 수 관리도 비교적 잘 됐다. 그런데 투구를 마친 이호성은 상대 선발 투수의 투구 수를 확인하곤 흠칫 놀랐다.
이날 LG의 선발 투수는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였다. 켈리는 박병호(1점), 강민호(1점), 이재현(2점)에게 홈런을 맞는 등 6실점 했다. 그런데 8이닝을 막았다. 이호성보다 2.2이닝을 더 던졌는데 투구 수는 96개에 불과했다.
피홈런 탓에 대량 실점하긴 했지만, 켈리가 끝까지 던져준 덕분에 LG는 불펜 소모 없이 경기를 마쳤다. 경기 뒤 이호성은 “마운드에서 내려와 상대 투수의 투구 수에 놀랐다. 나보다 실점은 많이 했지만 긴 이닝을 소화했다”며 “선발 투수는 긴 이닝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호성은 이날 승리로 시즌 2승(4패)째를 거뒀다. 지난달 1일 잠실 두산전 이후 43일 만에 다시 승리 투수가 됐다.
시련의 연속이었다.
이호성은 시즌 첫 승리를 한 두산전 이후 매번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강판당했다. 지난달 19일 대구 한화전에선 2.1이닝 8안타(4홈런) 5볼넷 2삼진 10실점으로 크게 무너지기도 했다. 어렵게 잡은 선발 기회를 놓칠 위기였다.
이호성은 “강한 팀을 상대로 후회 없이 던지고 싶었다. 왠지 오늘은 내 공을 던지면 후회할 것 같았다”며 “안타를 맞더라도 볼넷을 주지 말고 공격적으로 투구하고자 노력했다. (강)민호 형의 좋은 리드와 야수들의 수비 도움으로 후회 없이 던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한편 삼성은 이호성의 호투에 힘입어 LG와 주중 3연전을 싹쓸이하며 4연승을 달렸다. 삼성은 선두 KIA를 1경기, 2위 LG를 0.5경기 차로 추격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선발 이호성 선수가 잘 던져주며 팀이 리드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강팀을 상대로 쉽지 않은 경기였는데 주중 3연전을 모두 승리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대구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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