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정서? 7월 초 데드라인?' 4개월째 감독 없는 KFA, 팬들에게 할 이야기는 따로 있다
[OSEN=고성환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후보는 12명으로 추려졌다. 한국식 정서를 고려해 국내 감독도 후보에 올랐다. 데드라인은 늦어도 7월 초다. 과연 국민 모두가 이 사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 중요한 건 따로 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 여전히 새로운 감독을 찾고 있다. 어느덧 임시 감독 체제로 4개월을 버텼다.
당연히 계획했던 바는 아니다. KFA는 클린스만 감독과 갈라서자마자 정해성 위원장을 중심으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를 새로 꾸리며 3월 A매치 전에 정식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이 너무나 촉박했고, 국내 지도자를 앉히려던 계획은 거센 반대에 부딪혀 사라졌다.
그러자 KFA는 당시 올림픽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던 황선홍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에게 임시 감독직을 맡기며 시간을 벌었다. 황선홍 감독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태국과 2연전에서 1승 1무를 거두며 임무를 마무리했다.
KFA의 다음 약속은 5월 이내 정식 감독 선임이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제시 마시 감독과 헤수스 카수스 감독과 구체적인 협상 테이블까지 펼쳤고, 둘 중 한 명은 데려올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협상단이 최종적으로 계약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결렬되면서 모두 무산됐다.
사실 어느 정도 자초한 실패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직접적인 협상 권한이 없는 데다가 연봉이나 거주 문제 등 핵심 조건도 확언할 수 없는 반쪽짜리 기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강화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면 협회를 거쳐 이사회에서 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처음 감독과 접촉하는 사람 따로, 실질적인 협상을 진행하는 사람 따로라는 것.
게다가 전력강화위원회는 쥔 패를 너무 많이 공개했다. 정해성 위원장은 공개적으로 5월 중순이 데드라인이라고 선언했고, 구체적인 협상 과정을 언론과 인터뷰에서 풀기도 했다. 협상 테이블 바깥에서부터 불리한 위치를 자처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결과는 대실패였다. 마시 감독은 한국을 거절하며 캐나다 대표팀에 부임했고, 카사스 감독도 이라크 대표팀 잔류를 택했다. 퇴짜를 맞은 KFA는 6월 A매치도 임시 체제로 치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김도훈 감독은 싱가포르와 중국을 상대로 2승을 거두며 역할을 다했다.
이제는 3차 예선을 앞둔 만큼 정말로 정식 감독이 필요한 상황. 김도훈 감독도 중국전을 마친 뒤 "한국 스타일에 맞는 좋은 지도자가 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라며 "임시 감독은 내가 마지막이었으면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전력강화위원회도 정해성 위원장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같은 문제를 되풀이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KBS와 MBC 인터뷰 등을 통해 빠르면 6월 말, 늦어도 7월 초라는 데드라인부터 후보를 12명으로 추렸으며 국내 감독도 포함됐다는 사실까지 모두 공개됐다. 외국인 감독은 한국 정서에 잘 맞지 않는다는 황당한 이야기도 곁들였다.
부지런히 선임 작업에 나서는 건 좋다. 하지만 굳이 왜 우리의 데드라인이 빠듯하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구체적인 진행 과정까지 공개하는지는 의문이다. 정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한 뒤 아예 공개 브리핑을 열면 될 일이다. 만약 언론을 활용해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고 싶다고 해도 그게 더 옳은 방향이다.
중요한 건 축구 팬들이 가장 알고 싶은 건 최종 후보가 11명인지 12명인지가 아니라 근본적인 시스템을 개선했는가이다. 사실 팬들에게 믿음만 줄 수 있다면 진척 과정을 낱낱이 공개할 필요는 없다. 과거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처럼 감독을 데려온 뒤 선임 과정을 투명히 공개해도 충분하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협상을 위해서라도 그게 더 맞는 방향일 수 있다. 지금 어떤 이야기를 먼저 내놔야 하는지 깨달아야 하는 전력강화위원회와 KFA다.
/finekosh@osen.co.kr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