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 KTX 예약까지…카드사들 앱에 사활 거는 이유

이하은 2024. 6. 14. 08: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생활밀착형 콘텐츠로 '페이 앱' 이용자 유혹 안간힘
카드 발급·결제 등 모두 '앱'에서…앱 활성화 경쟁

운세, KTX 예매, 유전자 검사까지. 카드 앱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금융 기능을 통합한 '페이 앱'을 출시한 뒤로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건 결과다. 고객 모집부터 결제까지 사실상 카드사의 모든 업무가 앱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

카드 앱의 생활 밀착형 콘텐츠 예시. 왼쪽부터 신한카드 쏠페이 내 기차 예약 화면, KB국민카드 KB페이 내 웹툰 화면, 롯데카드 디지로카 내 고속버스 예매 화면.

유전자 검사, 기차 예매를 카드 앱에서

롯데카드는 다음 달 중 디지로카 앱에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최근 밝혔다. 헬스케어 기업 마크로젠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마크로젠의 '젠톡'을 디지로카 앱에서 제공하기로 했다. 젠톡은 고객이 타액(침)을 담은 키트를 전달하면 탈모, 피부 노화, 불면증 등과 관련된 DNA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앞서 뱅크샐러드가 무료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시작해 큰 호응을 얻었다. 2021년 10월 도입 후 누적 검사자가 27만 명에 달한다. 매일 선착순으로 무료 신청을 받는데 0.03초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이를 포기하고 뱅크샐러드를 통해 증권 계좌를 개설해 검사권을 받는 고객도 많다.

카드 앱이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 자세한 방법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롯데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이제 MOU 단계라 정확한 스펙이 나오지 않았다"며 "고객 기반의 서비스다 보니 카드 고객을 위주로 진행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카드 앱에서만 볼 수 있는 웹툰도 있다. KB국민카드는 최근 KB페이 앱 내 'KB 툰'을 신설했다.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의 감수를 받은 주식 입문 웹툰 '고독한 개미 투자자'와 더불어 '도전 혼술 요리', '할짝 심리학' 등 생활 밀접 콘텐츠를 제공한다.

신한카드는 쏠페이 앱에 기차예매 서비스를 도입했다. 공식 앱에서도 함께 예매할 수 없었던 KTX와 수서고속철도(SRT)의 운행 일정을 한 번에 확인하고 예매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KTX와 SRT 예매는 각각 코레일톡, SRT 앱으로 분리돼 있다.

앱 이용자 모여야 본업 가능해져

카드업계가 앱에 사활을 거는 건 사업 대부분이 앱에 달려있어서다. 카드 발급부터 비대면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카드 모집인 등의 도움 없이 직접 앱·웹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소비자가 많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발급된 카드의 절반 이상이 비대면 발급이라고 추정한다.

실제 카드 모집인 수가 급감했고, 각 카드사의 모집비용도 줄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분기 말 전업카드사 8곳(신한·국민·삼성·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카드)의 카드 모집인 수는 4921명으로 작년 말(5818명)보다 15% 감소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이들 카드사의 모집비용은 8417억원으로 1년 전보다 220억원 줄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전처럼 모집인이 나가서 뛴다고 영업이 되는 게 아니니 앱으로 고객을 불러들일 수밖에 없다"며 "일단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앱 접속 시간을 늘리면 자연스레 카드 발급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략"이라고 말했다.

카드 결제를 위협하는 핀테크의 간편 결제 서비스도 골칫거리다. 간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증가하는 가운데 핀테크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규모는 일 평균 2735건, 8755억원으로 전년 대비 13.4%, 15% 증가했다. 이중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전자금융업자의 비중이 48.9%로 가장 컸다. 카드사 등 금융회사는 25.6%에 그쳤다.

카드사의 간편결제 서비스가 맥을 못 추는 이유로는 카드마다 각 카드사의 앱을 설치해야 하는 점, QR코드를 불러오는 등 결제 시간이 길어지는 점, 가맹점을 찾기 어려운 점 등이 꼽힌다.

카드사마다 앱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효과를 측정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한다. 결국 무리한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결제 프로모션 같은 이벤트는 실적을 확인하기가 쉽지만, 재미 요소를 접목한 생활 밀접 콘텐츠가 어느 정도의 취급액으로 이어지는지를 추적하기는 어렵다"며 "일단 앱에 접속해야 카드 발급이든 결제든 이뤄지니 카드사마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같은 수치가 계산되다 보니 업계 내 경쟁이 심해 극도로 예민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하은 (haeun@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