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투수 데뷔전부터 세이브 올린 두산 김택연 “내 뒤에는 투수가 없다는 생각으로 던졌다”[스경X현장]
두산 신인 김택연(19)이 마무리 투수 데뷔전에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김택연은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를 마치고 “이승엽 감독님이 내 뒤에 투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던지라고 하셔서 그런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려 했다”고 말했다.
경기 전 이승엽 두산 감독은 마무리 투수를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한화전에서 9회 스퀴즈번트로 허를 찔린 후 결단을 내린 것이다. 기존 마무리 투수 홍건희 대신 신인 김택연을 낙점했다. 이승엽 감독은 “김택연이 올라가면 두산이 이긴다는 마음으로 좋은 피칭을 준비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이날 김택연은 9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두산은 8회말까지 9-3으로 크게 앞서나가다가 9회초에 3점을 실점해 마무리 투수가 등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역전당할 수 있는 위기일발 상황에 등판한 김택연은 한화 김태연을 상대로 침착하게 시속 130㎞ 슬라이더로 첫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두 번째 시속 149㎞ 직구를 김태연이 파울로 받아쳤고, 한 번의 볼 이후 던진 슬라이더를 김태연이 헛스윙하면서 삼진아웃됐다. 경기는 두산의 9-6 승리로 마무리됐다. 앞선 1·2차전을 한화에 패한 두산은 김택연의 마무리 덕에 스윕패를 면했다.
김택연은 경기 후 “그냥 9회에 나가는 투수라고 생각하고 원래 7·8회에 던지던 대로 던지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며 “감독님께서 내 뒤에는 투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던지라고 하셔서 그런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려 했다”고 말했다.
김택연은 9회초 한화 문현빈이 우중간 3루타로 2점을 더했을 때부터 불펜에서 몸을 풀었다. 등판 직전 한화 이원석이 안타를 치며 문현빈까지 홈인했다. 마무리 투수로 공식 임명된 첫날 소화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택연은 “아직 3점 차니까 큰 거 한 번 맞아도 1점이 남아있다는 생각으로 맞더라도 초구를 과감하게 던지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김택연은 아무래도 부담이 있었을 텐데 기대대로 경기를 잘 마무리해줬다”라고 호평했다.
김택연은 “감독님이 저를 믿고 마무리를 맡겨주신 만큼 책임감을 갖고 던지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라며 “마무리로 올라가면 책임감을 가지고 원래 플레이하던 대로,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택연은 “팀이 3시간 이기고 있다가도 마무리에 따라서 1분만에 질 수도 있기 때문에 좀 더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할 것 같다”라며 “저 때문에 지는 날이 올 수도 있지만 그런 힘든 순간들을 잘 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잠실 |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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