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하이재킹’[편파적인 씨네리뷰]

이다원 기자 2024. 6. 14. 07: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 ‘하이재킹’ 공식포스터, 사진제공|키다리스튜디오



■편파적인 한줄평 : 스릴만 탑승을 못했습니다.

스릴만 탑승을 못했다. ‘비행기 납치’란 사건 시작 이후 리얼타임으로 진행돼 속도감이 중요한 장르건만, 어쩐지 달리질 못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탓에 안타고니스트를 내세워 만드는 ‘납치물’만의 강한 극성도 살리질 못한다. 장르와 실화 사이 갈팡질팡하며 긴장감 없이 착륙해버린, 영화 ‘하이재킹’(감독 김성한)이다.

‘하이재킹’은 1971년 대한민국 상공, 여객기가 공중 납치되면서 월북의 기로에 선 부기장 ‘태인’(하정우)과 납치범 용대(여진구), 그리고 기내에서 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김성한 감독의 데뷔작으로 하정우, 여진구, 성동일, 채수빈 등이 뭉쳐 1971년의 실화를 재현한다.

영화 ‘하이재킹’ 한장면, 사진제공|키다리스튜디오



리얼하지 못한 리얼타임물이다. 이야기를 극한으로 몰아야하는 안타고니스트 ‘용대’의 캐릭터성이 제대로 살지 못한 탓이다. 50여명 넘는 기내 승객들을 위협하거나 조종석을 점거해 목숨줄을 쥐고 좌지우지하는 인물 치고는 아우라가 매우 약하다. 비행기가 납치당하는 순간까지도 ‘다 같이 때려잡지, 왜 그냥 둬?’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관객은 ‘용대’라는 캐릭터에 설득되질 못한다. 게다가 ‘납치범’에게 ‘남북분단 이후 정치이념 희생자’란 연민 어린 전사까지 주니 힘없는 신파처럼 비친다. 그의 납북 의도를 이해시키려는 장치지만 오작동된다.

‘하이재킹’이란 이야기 속 납치범의 색이 희미해지니 극성이 강렬해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때문에 클라이막스를 지나 결말로 치달아도 카타르시스가 터지기 힘들고, 인물들의 분투와 승리가 크게 와닿지 않는다. 감동 실화지만 아쉬운 뒷맛만 남는 이유다.

공중납치된 상황을 리얼타임으로 가야하니 이야기의 구조를 짜기 어려워했을 제작진의 고심도 묻어난다. 납치된 사람들이 두려워하다가 반격을 꾀하는 구조를 반복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배우들도 연기적 리듬에 강약을 주지 못한다.

특히 ‘용대’로 분한 여진구는 파격적인 변신에 도전했지만 결과물은 다소 아쉽다. ‘악역’은 아직 버거운 것일까. 표정이나 연기가 들떠있고, 대사마저도 간혹 어색하게 들린다. 제옷을 찾아입지 못한 듯 하다.

장점은 시대물이 주는 안정감이다. 별다른 정보 없이도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엔 어려움이 없다. 지금과 다른 1970년대 문화가 주는 잔재미도 느낄 수 있다. 오는 21일 개봉.

■고구마지수 : 2.5개

■수면제지수 : 3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