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와 이걸 믿는 사람이 있다니

2024. 6.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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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공중파 탐사프로그램에 꽤나 유명한 사람이 다시 등장해서 논란이다.

정치인으로 한때는 대선 후보에도 올라 허본좌라고 불리며 황당한 공약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바로 그 사람이다.

이런저런 기행에 그냥 웃음 주는 사람으로 치부했으나 소위 불로유라는 상한 우유를 치료약으로 속이는 행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사기꾼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걸 믿는 사람이 있다니'라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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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구 가톨릭대 의대 외과 교수

며칠 전 공중파 탐사프로그램에 꽤나 유명한 사람이 다시 등장해서 논란이다. 정치인으로 한때는 대선 후보에도 올라 허본좌라고 불리며 황당한 공약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바로 그 사람이다. 이런저런 기행에 그냥 웃음 주는 사람으로 치부했으나 소위 불로유라는 상한 우유를 치료약으로 속이는 행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사기꾼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걸 믿는 사람이 있다니'라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글쎄, 방송을 보면서 느낀 불편한 점은 이병철 회장의 양자라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다니는 허풍선이의 사기 능력보다는 21세기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을 마주한 부끄러움이 더 크기 때문이었다. 상한 우유는 약이 되기는커녕 그저 독이 된다는 것을 노인과 암 환자의 죽음을 통해서 확인해야 하는 일이었을까?

공중보건이라는 거창한 개념이 아니더라도, 상한 음식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상식이라 말하기도 민망하다. 실제로 신선하지 않은 음식이 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학설이 한 때 각광을 받던 때도 있었다. 위암이 대표적인 예이다. 과거 왜 유독 동아시아인에게 위암이 많은지를 설명하던 논리 중 하나는 신선하지 않은 음식의 섭취가 많다는 것이 있었다. 풍요롭지 못한 시절 냉장고 보급률이 낮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근거라는 주장을 펴는 논문도 여럿 있었다.

물론 이 논리는 우리나라에서 냉장고가 널리 보급된 이후에도 위암의 발생률이 높다는 사실에서 설득력은 떨어지지만, 비위생적인 음식의 해로움에 대한 그 시대 의료인의 경각심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난세에 영웅이 등장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사이비가 늘어나고 사기가 판을 치는 일이 더 많아진 것 같다. 그럴듯한 일이면 모르겠지만 터무니없는 사건 사고의 피해자에게 동정보다는 이런 일에 속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꾸짖음을 하는 일도 많아진 것 같다. 물론 이것은 잘못된 반응이다. 사기꾼을 우선 탓해야 한다. 하늘궁에 있는 총재를 따르고 또 전능한 총재의 이름을 적은 자칭 불로유에 치유의 기대를 거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피해는 공평하지 않다. 노인과 암 환자는 더 큰 피해를 본다. 첨단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얼마나 더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집착이 아니다. 오히려 발전의 이면에 대한 성찰과 어떤 일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김정구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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