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9.39 수상하다' 153㎞ 위압감 없었다…한화, 또 외국인 교체 고민해야 하나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수상하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27)가 부상 복귀 후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산체스는 1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79구 8피안타 2사사구 1탈삼진 6실점(5자책점)에 그치면서 시즌 3패(2승)째를 떠안았다. 팔꿈치 부상 복귀전이었던 지난 7일 대전 NC 다이노스전 3⅔이닝 5피안타 3볼넷 3탈삼진 3실점 투구 내용보다 결과적으로 더 나빴다.
구속은 부상 전과 비교해 차이가 없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3㎞, 평균 구속은 149㎞를 찍었다. 문제는 두산 타선을 압도할 구위가 아니었다. 직구(36개)와 체인지업(25개), 커브(11개), 슬라이더(4개), 싱커(3개) 등을 섞어 가능한 긴 이닝을 버텨보려 했으나 난타를 당했다.
6번 강승호-7번 전민재-8번 박준영-9번 조수행으로 이어지는 하위 타선에 애를 먹었다. 0-0으로 맞선 2회말 1사 후 강승호에게 좌익수 왼쪽 2루타를 얻어맞은 게 시작이었다. 이어 전민재가 좌중간 적시 2루타를 쳐 0-1이 됐고, 박준영이 1루수 앞 내야안타로 출루하면서 1사 1, 3루 위기가 계속됐다. 이어 조수행이 우익수 오른쪽 2타점 적시 3루타를 치면서 0-3까지 벌어졌다.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계속된 1사 3루 위기에서 헨리 라모스를 3루수 땅볼 포구 실책으로 내보냈다. 2사 후에는 양의지에게 중전 적시타를 얻어맞아 0-4가 됐다. 두산 타자들은 산체스의 시속 150㎞를 웃도는 직구를 어렵지 않게 안타로 연결했다.
3회말도 마찬가지. 1사 후 강승호와 전민재를 연달아 볼넷으로 내보내 1, 2루 위기에 놓였다. 이어 박준영에게 좌익수 왼쪽 적시 2루타를 내줘 0-5가 됐다. 1사 2, 3루에서는 조수행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0-6까지 벌어졌다.
산체스는 4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선두타자 허경민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하면서 또 실점 위기로 이어지나 싶었는데, 양의지-김재환-양석환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범타로 돌려세우면서 이닝을 끝냈다. 산체스는 5회말 수비를 앞두고 장시환과 교체됐다.
한화는 산체스가 너무 일찍 무너지지만 않았더라면 두산 상대로 시리즈 스윕도 기대할 만했다. 뒤늦게 터진 한화 타선은 6회 이후 6점을 내면서 두산을 압박했다. 9회초에 9-3으로 앞서다 9-6까지 쫓긴 두산은 결국 마무리투수 김택연까지 낼 수밖에 없었다.
한화는 이미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 한 장을 쓴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펠릭스 페냐를 웨이버 공시하고 새 외국인 투수로 하이메 바리아를 총액 55만 달러(약 7억원)에 영입했다.
한화는 바리아 영입을 추진할 때부터 페냐의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페냐는 올 시즌 9경기에서 3승5패, 37⅓이닝, 평균자책점 6.27로 고전하고 있었다. 산체스는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까지 9경기에서 2승1패, 45⅔이닝, 평균자책점 3.35를 기록하고 있었다. 퀄리티스타트가 2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이닝이터 능력은 떨어졌지만, 어쨌든 최소 실점으로 5이닝까지는 막아줬다. 페냐와 결별 직전 산체스가 다치는 바람에 구단은 잠시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산체스의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계획대로 첫 외국인 교체 카드를 썼다.
하지만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산체스는 시즌 초반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제 겨우 2경기이긴 하나 2패, 7⅔이닝, 평균자책점 9.39로 매우 부진했다. 부상 공백기에 떨어졌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과정이라면 다행이지만, 부진이 더 길어지면 한화 프런트는 한번 더 움직일 시점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한화는 이달 초 김경문 감독을 새로 선임하면서 5강 경쟁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상황이다.
김경문 감독은 산체스가 이날 난타를 당하자 더그아웃에서 선수를 따로 찾아 잠시 대화를 나누며 다독이기도 했다. 산체스는 다음 등판에서는 부상 여파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반전투를 펼칠 수 있을까. 한화는 지난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바리아의 6이닝 1실점 호투를 흡족하게 지켜보며 '이제 됐다'를 외쳤을 텐데, 산체스라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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