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집 정리하고 왔는데 악재만 터져"…위례 집주인 '분통'
분당구 0.66% 오를 때 수정구는 0.04% 올라
"강남 가깝지만 접근성 열악…집값 뛸 동력 없어"
경기 성남시에 있는 두 신도시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1기 신도시인 분당과 2기 신도시인 위례신도시 얘기다. '준강남'으로 불리는 위례신도시 집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의료복합타운 조성사업이 무산됐고 위례신사선마저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집값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위례호반써밋에비뉴' 전용면적 98㎡는 지난달 18일 13억3000만원(22층)에 손바뀜됐다. 직전 거래인 4월 13억6500만원(20층)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3500만원 떨어진 셈이다. 같은 날 '위례자이' 전용 101㎡도 16억4500만원(12층)에 팔렸는데, 지난 2월 17억5000만원(13층)에서 석 달 만에 1억500만원 하락했다.
이달 들어서는 '위례센트럴푸르지오' 전용 94㎡가 13억5000만원(1층)에 팔렸다. 지난해 7월 13억원(9층)에 새 주인을 찾은 이후 1년여 만에 거래가 재개됐다. 직전 거래에 비해 가격이 올랐는데, 이전 최고가인 16억1000만원(8층)에 비하면 여전히 20% 가까이 낮은 액수다.
위례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꼽힌다. 야심 차게 추진하던 대형 의료복합타운 조성이 무산되고 교통망 개선 기대를 모았던 위례신사선도 좌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의료복합타운 무산에 위례신사선도 휘청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컨소시엄에 참여 기업들이 포기 의사를 밝혔다"며 위례신사선 사업이 위기에 봉착했다고 밝혔다. 위례신사선은 위례신도시와 강남구 신사역을 연결하는 14.7㎞ 길이의 경전철이다. 총사업비는 1조1597억원이며 2028년 개통을 목표로 했다.
2020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GS건설 컨소시엄은 자잿값 급등과 금리 인상 여파에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시는 올해 하반기 중 재공고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민간 사업자가 참여할 가능성은 작다는 평가다. 시는 민간 사업자를 구하지 못할 경우 재정 투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사업의 장기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4만4004㎡ 규모 병원단지로 추진되던 의료복합타운 조성도 길병원·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서울주택도시공사에 용지 매입 중도금을 내지 못해 무산됐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이 위축되고 의료 공백으로 병원들의 재정 상황이 악화하면서 3000억원 규모 브리지론 조달에 실패한 결과다.
의료복합타운에 이어 위례신사선마저 휘청이자 지역사회에서는 실망감이 번지고 있다. 특히 성남시에 속하는 창곡동 일대에서는 집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분당과 비교하며 박탈감을 호소하는 집주인이 늘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당은 오르는데 위례엔 악재만"…집값 약세 전망
창곡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같은 성남시이기에 분당 집을 정리하고 위례로 온 집주인이 상당수"라며 "많은 집주인들이 '분당은 재건축 이슈로 잘 나가는데 위례는 악재만 연이어 터진다'고 속앓이한다"고 말했다.
위례신도시는 서울시 송파구 장지동, 하남시 학암동,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이 맞물려 있다. 이 가운데 창곡동의 경우 같은 성남시인 분당을 직접적인 집값 비교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분당 집값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분당구 서현동 '시범한양' 전용 101㎡는 지난 8일 14억9000만원(1층)에 팔리며 신고가를 썼다. 정자동 '상록임광보성' 전용 84㎡도 13억6500만원(11층)에 새 주인을 맞아 신고가를 경신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 분당구 집값은 지난달부터 이달 둘째 주까지 0.66% 올랐다. 성남시에서 가장 빠르게 반등한 결과다. 이에 비해 수정구는 하락을 거듭하다 이달 첫 주 반등에 성공하며 0.04% 오르는 데 그쳤다.
일대 개업중개사들은 위례신도시의 집값 약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지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강남과 가깝지만, 교통망이 열악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계속되는 이상 집값이 오르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집값이 급락하지도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개업중개사는 "일찌감치 서울시청에서 시위도 하는 등 위례신사선이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은 예상됐던 문제이기에 실망 매물이 나오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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