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미국 단편소설의 대가’가 된 이유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2024. 6. 14.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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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기자들이 직접 선정한 이 주의 신간. 출판사 보도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기자들이 꽂힌 한 문장.

레이먼드 카버의 말

레이먼드 카버 지음, 마셜 브루스 젠트리 외 엮음, 고영범 옮김, 마음산책 펴냄

“제가 아는 한, 최선의 예술은 실제의 삶에 근거해요.”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에게 인장이 있다면 ‘지독한 리얼리즘’일 것이다. 등장인물의 사소한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그를 둘러싼 사건을 미시적으로 해부하는 카버의 스타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법이 되었다. ‘미국 단편소설의 대가’로 불리는 만큼 이미 카버의 삶과 작품을 다룬 기록이 셀 수 없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새삼 그의 ‘말’을 되짚어야 하는 이유는, ‘쓰는 사람’이 가져야 할 태도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정직하고 간결한 문장을 사용할 것’ ‘분량에 상관없이 매일 꾸준히 쓸 것’ ‘가난한 사람과 블루칼라 계급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것’ 등 카버가 지키고자 한 원칙은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오늘날에도 마땅히 유효한 조언이다.

 

옛 그림으로 본 조선(전 3권)

최열 지음, 혜화1117 펴냄

“할 수 있는 한 온갖 발품을 팔며 그림들을 보러 다녔다.”

‘옛 그림으로 본’ 시리즈가 마침표를 찍었다. 〈옛 그림으로 본 서울〉과 〈옛 그림으로 본 제주〉에 이어 〈옛 그림으로 본 조선〉이라는 제목 아래 금강산과 강원도, 경기·충청·전라·경상도를 각각 한 권으로 묶었다. 한국 미술사 연구에 몰두해온 최열 미술사학자의 30여 년 ‘노정의 총집성’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으리만치 규모가 방대하다. 이번에 출간된 책 세 권에 실린 그림만 약 1000점이다. 옛 그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살피고 작품을 통해 지나간 시대를 살폈다. 앞의 두 권을 찾아 읽고 ‘내가 사는 지역에 관한 그림은 언제 볼 수 있느냐’고 꾸준히 물어준 독자들에게 보내는 저자의 답변이기도 하다.

 

인간은 의례를 갈망한다

디미트리스 지갈라타스 지음, 김미선 옮김, 민음사 펴냄

처음에는 기괴하거나 부질없어 보일지 모르는 것이 사실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닐 수 있다.”

인간은 의례를 회피하는 편 아니었던가. 갈망한다는 제목에 손이 간 건 그 때문이다. 의례는 수천 년 동안 존속했다. 나무로 된 물건을 두드려 행운이 계속되기를 비는 ‘나무 두드리기’부터 소리 내어 기도하기, 신년 하례와 대통령 취임식 등 사적·공적 영역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종교적 맥락이 아니더라도 ‘의미와 중요성이 깊이 주입된, 인간 활동을 통틀어 가장 특별한 것 중 하나’라는 게 저자의 해석이다. 인류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저자가 뇌과학 방법론을 통해 의례의 기능적 효과를 설명한다. 여러 나라 사례를 통해 의례가 어떻게 사람들을 묶는 강력한 접착제가 되는지 설명하고 연결망이 느슨해진 시대, 의례의 재발견 과정에서 연대의 실마리를 탐구한다.

 

챗GPT 사용설명서 버전업 2024

송준용 지음, 여의도책방 펴냄

“책을 펼치셨다면, 당장 챗GPT도 실행해보세요.”

지난 5월13일, 미국 오픈AI는 GPT-4o(지피티 포오) 모델을 발표했다. 이 진화된 LLM(대량언어모델)에 기반해서 챗지피티의 기능 역시 대폭 강화되었다. 솔직히 이 기술은 너무 급격히 발전하고 있어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불과 두세 달 전에 구입한 관련 해설서들이 삽시간에 낡은 책으로 전락해버린다. 그러나 업무(특히 사무직이나 전문직) 자동화 등으로 노동 세계와 일상생활을 엄청나게 변화시킬 잠재력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없다. 이 책은 정부 기관과 기업 교육 부문에서 손꼽는 챗지피티 강사인 저자가 GPT-3.5 시대에 썼던 전작을 GPT-4와 GPT-4o로 향상되거나 부가된 기능을 반영해서 업그레이드한 해설서다. 세상의 빠른 변화에 불평만 해서 무엇하랴. 일단 따라가보는 수밖에 없다.

 

우리 곁의 민화

엄재권 지음, 아트북스 펴냄

“옛것 없는 새것은 없다”

민화는 낯설다. 미술에 대한 관심은 주로 서양 회화에 쏠린다. 낯선 것에는 마음이 가기 어렵다. 민화 전시에는 좀처럼 사람이 몰리지 않는다. 이 책은 민화와 현대인의 거리를 좁히려 한다. 민화 작가이자 한국민화협회 명예회장을 지낸 저자가 옛 그림을 재해석해 직접 그리고, 여기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민화에는 반복되는 주제와 구도가 있다. 선조들이 왜 그리도 많은 풀과 벌레, 개구리를 그렸는지, 해와 달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설했다. 공통되게 드러나는 바는 소망이다. 풍요로운 삶, 무병장수 등 우리 조상들이 바라던 바가 그림에 실렸다. 이 땅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염원을 발견하며 뜻밖의 공감에 이른다. 장마다 실린 색색의 그림 덕에 눈도 즐겁다.

 

지구를 지키는 괴짜 브랜드

FFC 지음, 천그루숲 펴냄

“무엇을 되돌리고 되찾아야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파타고니아, 트래쉬버스터즈, 더피커, 노플라스틱선데이, 다시입다연구소, 라이트브라더스, 댄스위드비, 베이크, 마르쉐@, 민팃. 이 중에 당신이 아는 브랜드는 몇 개나 될까? 지구를 살리는 일은 한 명 한 명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환경에 진심인’ 브랜드의 존재 역시 매우 효과적이다. 더 많은 사람에게 환경 문제를 알리고 대안을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ESG, 리유즈, 제로웨이스트, 업사이클링, 슬로 패션, 탄소중립, 에코 커뮤니티, 소셜 캠페인, 친환경 농부시장, 리사이클링 테크 키워드를 관통하는 10개 브랜드를 인터뷰했다. 각 장마다 해당 키워드에 대한 개념 설명도 친절히 덧붙였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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