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보증 한도 ‘공시가 126%’ 유지…감정가로 집값 산정 허용
무자본 갭투자·깡통전세
위험성 여전히 높다 판단
빌라 기피 현상 속 타협안
공시가격에 이의 제기 땐
지정 법인 통해 평가 가능
정부가 전세보증금을 ‘공시가격의 126% 이내’로 제한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임대보증(전세보증) 가입요건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다만 보증 가입을 위한 집값 산정 시 공시가격과 함께 HUG가 인정하는 감정평가액도 예외적으로 활용한다.
빌라 기피 현상이 심해지고 빌라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몰리는 상황에서 나온 일종의 ‘타협안’이다.
국토교통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의 ‘민생토론회 후속 규제개선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임대사업자(임대인)가 의무가입해야 하는 ‘임대보증금 반환보증’과 임차인이 자율적으로 가입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모두에 적용된다.
이 보증이 있어야 전세대출이 나오기 때문에, 빌라·오피스텔 전세시장에서는 보증 가입이 가능한 전세보증금 상한선이 사실상의 시세처럼 굳어졌다.
현재 HUG는 주택 가격을 산정할 때 ‘공시가격의 140%’를 우선 적용한다. 보증 가입을 허용하는 전세가율은 90%로 책정돼 있다. 이에 전세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140×90%) 이내인 경우에만 HUG 보증이 나온다.
이전에는 집값과 전셋값이 동일한 경우(전세가율 100%)에도 보증이 발급되고 집값도 공시가격의 150%까지 인정됐다. 하지만 낮은 보증 문턱이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지난해 5월 이 기준을 강화했다.
그러나 빌라 주인들은 기존보다 전셋값을 대폭 낮춰야 하는 ‘역전세’ 상황에 직면했다. 역전세가 발생하니 새 임차인을 들여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을 내주는 순환이 어려워졌다. 이는 세입자들이 빌라 전세를 기피하고 아파트 전세로 눈을 돌리는 ‘빌라 포비아’ 현상이 발생한 배경이다.
김연희 전국임대인연합회 부회장은 “정부에서 공시가격의 150%를 인정해준다고 해서 그것에 맞춰 전세금을 받았던 건데 갑자기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며 126%로 내린 것”이라며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행정으로 임대인은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봤고 빌라 전세시장은 쑥대밭이 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빌라 주인들이 폐지·완화를 요구해온 이른바 ‘126%룰’을 유지키로 한 것은 무자본 갭투자나 깡통전세 위험이 여전히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신 집주인이 시세에 비해 공시가격이 너무 낮다는 이의를 제기하고, HUG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공시가격 대신 감정평가액을 사용해 주택 가격을 산정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세금 부과를 위해 정부가 1년에 한 번 매기는 공시가격과 달리, 감정가격은 실거래가 반영이 상대적으로 잘되기 때문에 보증 한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감정가격은 HUG가 의뢰한 감정평가법인에서 받은 평가가격만 허용된다. 부동산 상승기 빌라 시세를 부풀리는 데 감정평가가 악용돼왔음을 고려한 조치다.
국토부는 감정평가법인 5~6곳을 선정해 늦어도 7월부터 이의신청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빌라 역전세 문제가 얼마나 완화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노후 빌라보다는 역세권 신축 빌라 위주로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 문턱이 낮아질 것”이라며 “비아파트 월세 가속화와 아파트로의 임차 쏠림이 일부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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