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아 시즌3 "하드 리셋 아니어도 기대 반 걱정 반"

홍수민 기자 2024. 6. 1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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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와 달리 리셋 당위성 체감 힘들어, 합리적 후속 조치 필요
- 스마일게이트 MMORPG '로스트아크'

스마일게이트가 3년 9개월만에 '로스트아크' 시즌3를 예고했다. 지난 8일 2024 로아온 썸머에서 공개된 이 소식은 아크라시아를 그야말로 활활 타오르게 했다.

아직 모든 정보가 공개되지는 않았어도 시즌3 '심연의 끝을 마주한 자'는 게임을 아예 갈아 엎었던 시즌2 '꿈꾸지 않는 자들의 낙원'에 비하면 훨씬 순한 맛으로 보인다. 콘텐츠 역시 대부분 유지되며, 현재 각인 시스템을 대체하는 아크 패시브, 장신구 연마 정도가 큰 변화로 꼽힌다.

시즌3를 앞두고 설레야 하는 시점인데 걱정과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다. 유저 커뮤니티 역시 "리셋 필요성은 알겠는데 방향성 이게 맞나", "소프트 리셋이라면서 팔찌랑 품질은 하드 리셋 같은데" 등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다.

로스트아크는 이미 시즌2 하드 리셋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거둔 바 있다. 그런데도 왜 유저들은 소프트 리셋인 시즌3를 걱정하는 걸까? 

 

■ 시즌2 하드 리셋 "아프지만 게임이 재밌어졌다"

- 아르고스로 대표되는 시즌2 초반 레이드

시즌2와 시즌3의 근본적인 차이는 콘텐츠다. 로스트아크 개발진은 시즌1에서 시즌2로 전환하면서 콘텐츠 구조 자체를 변경했다. 리버스 루인, 안타레스의 악몽, 주간 레이드 같은 기존 콘텐츠를 과감하게 삭제하고 어비스 던전, 어비스 레이드 위주로 재편했다.

부작용이 많았던 기존 성장 방식 역시 크게 바꿨다. 재련 기반 성장 방식을 메인으로 두되 대미지 인플레이션의 주 원인이었던 스크롤을 신규 시스템 보석으로 대체했다. 스크롤 보상으로 준 티어3 보석은 기존 가치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해 유명무실한 수준이었다.

시즌1에서도 장신구와 어빌리티 스톤은 있었지만, 시즌2 신규 각인 시스템에 장신구 및 어빌리티 스톤이 포함됨에 따라 용도 및 능력치 제공 방식이 달라졌다. 기존 것을 사용할 수 없으니 당연히 새로운 파밍이 요구됐다.

기존 각인들 역시 일부 제거 및 개편 과정을 거쳤다. 카드 배틀에 사용되던 카드는 본격적인 수집 콜렉션으로 스펙업 요소가 됐다. 

성장 시스템 개편 뿐만 아니라 화폐 통폐합, 생활·수집 콘텐츠 리뉴얼도 함께 진행됐다. 개인 항해는 통폐합 끝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대표적인 콘텐츠다. 현재 대도시에 줄줄이 늘어서 있는 시즌2 토큰 교환 상인들은 당시 대수술의 흔적이다. 

- 신규 유저 입장에서는 파푸니카 입장권 따기도 어려웠다

시즌1에서 성장 및 세팅이 완료된 유물 장비, 장신구를 사용하다 시즌2에서 희귀, 영웅 등급 장비, 장신구를 사용하다보니 능력치 역체감이 심했다. 형편 없는 스크롤 보석 교환비에서 알 수 있듯 기존 캐릭터 육성 및 투자 비용 역시 보장되지 않았다. 신규 대륙 파푸니카 입장권만 손에 겨우 쥐어주는 수준이라고나 할까.

물론 신규 유저들이 페이튼과 낙원의 문을 헤메고 있을 때, 기존 유저가 선발대로 파푸니카에 먼저 진입해 본 이득이 없지는 않았다. 시즌1 캐릭터에 부은 시간과 재화들을 고려하면 가치 보존이 제대로 이뤄졌다 말하기는 어렵다.

시즌2 초반 로스트아크 공식 홈페이지 커뮤니티를 보면 "스크롤 뼈 빠지게 증폭해 놨더니 미부여 스크롤 쟁인 사람만 이득이네", "열심히 키웠는데 아이템 레벨은 떨어지고 또 재련해야 파푸니카 갈 수 있네" 등의 반발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개발진은 시즌1의 좋지 않은 평가를 반전시키기 위해 로스트아크를 전혀 다른 게임으로 만들었다. 뼈아프지만 죽어가는 게임을 다시 살리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유저들의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시즌2 리셋을 겪은 유저들 역시 "게임이 좀 더 재밌어진다니까 참았다", "6개월 없데이트, 시즌2 초반은 힘들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리셋 잘 한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 시즌3 소프트 리셋 "아직은 납득이 안 되네"

- 로아온 썸머에서 시즌3 심연의 끝을 마주한 자가 공개됐다

시즌3는 시즌2 시절과 다르다. 이미 로스트아크는 한국 대표 MMORPG 중 하나로 불릴 만큼 재미와 게임성을 인정받았다. 기존 메인 콘텐츠인 가디언 토벌, 카오스 던전, 어비스 던전, 군단장 레이드, 에픽 레이드는 그대로 유지한다. 성장 방식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재련, 보석, 품질, 카드, 팔찌, 엘릭서, 초월 등 시간이 흐르면서 누적되는 성장 요소에 유저들이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신규, 복귀 유저들은 '슈퍼 모코코 익스프레스'와 같은 지원을 받아도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MMORPG는 유저 수와 재미가 비례하는 장르다. 로스트아크 개발진도 이를 알고 있기에 신규, 복귀 유저들이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허들을 낮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복되는 계승과 재련, 몇 년째 쓰고 있는 유물 세트 옵션에 매너리즘을 느끼는 기존 유저들 역시 판단의 근거가 됐다.

콘텐츠에 문제가 있어 시즌3를 도입하는 게 아니니, 플레이 가치를 계승시켜 기존 유저들의 불만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자유로운 세팅을 위한 아크 패시브가 새롭게 도입되지만 일정 구간까지는 기존 각인 시스템 사용이 가능하다. 순식간에 기존 세팅을 휴지 조각으로 만든 시즌2에 비하면 선녀나 다름 없다.

개발진은 시즌3에서 기존 유저의 경우 더 원활한 콘텐츠 진입이 가능하며, 시즌2 초반처럼 낮아진 스탯 합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일도 없을 것이라 약속했다. 이 정도면 소프트 리셋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저들은 왜 불안감을 느낄까? 

- 품질이 계승된다지만 120 찍어야하는 건 똑같다

가장 큰 문제는 시즌2 도입 당시와 달리 체감하기 힘든 당위성이다. 품질을 예로 들어보자. 개발진은 지난 로아온에서 "장비 품질은 계승된다. 장기백 개념인 명인의 의지도 도입하겠다"고 말하며 품질 최대치를 120으로 상승시켰다.

품질작은 애초에 성공 실패가 아닌 0부터 120 구간을 확률로 지정하는 개념이다. 0에서 시작하나 100에서 시작하나 120 가는 확률은 동일하다. 기껏해야 명인의 의지 쌓는데서 미세하게 이득을 볼 뿐이다.

품질은 성장 요소라고는 하나 커트라인이 명확하지 않았다. 엘릭서, 초월, 상급 재련처럼 필수 스펙업 요소가 아니었다는 소리다. 기자 역시 무기 강화와 초월 여부, 상급 재련 정도만 체크했지 품질 몇 이하라고 걸러본 적은 없다. 

신규 유저를 위해서라며 사실상의 리셋을 당한 것도 납득이 안 되는데, 노란색 낭만 보겠답시고 최고 품질 100 열심히 찍어놨더니 흔한 파란색 품질이 됐다. 유저들은 "기존 색은 유지하되 새로운 색을 도입했다면 불쾌한 감성은 덜했을 것", "계승이 되면 뭐하나 120 또 찍는 확률은 동일한데"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팔찌도 비슷하다. 교환도 천장도 없는 랜덤 옵션인지라 2특성에 부여 특수 옵션 하나 정도면 다들 그러려니 했다. 엔드 콘텐츠 베히모스에 2특성 달랑 들고 온 서포터를 본 적도 있었다.

애초에 진입 장벽인 적이 없었는데, 이를 이유로 다짜고짜 리셋한다고 하니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유저들은 "언제부터 팔찌 옵션이 나생문이 됐냐", "차라리 카드가 팔찌보다 진입 장벽에 가깝겠네" 등 불만을 토로했다.

보석 역시 결이 비슷하다. 개발진은 아크 패시브 도입이 자유로운 직업 각인 세팅을 위함이라 밝혔다. 아크 패시브가 도입되면 관문마다 직업 각인을 바꿀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직업 각인 자유 전환에 가장 지장을 주는 보석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었다.

티어4 전환은 그렇다고 치자. 각 직업 각인마다 필요한 멸화와 홍염 갯수가 다르고 장착 스킬도 다르다. 10레벨 변환하는데 깨지는 실링, 멸화 홍염 간 가치 차이를 고려하면 고작 아크 패시브 하나로 자유로운 세팅이 가능할 리 없다.

유저들은 "개발진이 게임을 안 하고 패치하는 것 같다", "세팅 값 비싸다는 게 진짜 장신구 가격이 비싸다는 얘기인 줄 아네", "보석 안 건드리고 자유로운 세팅이 되겠냐" 등 냉소를 보냈다. 멸화 홍염 간 자유 전환, 직업 귀속 확정 변환 등의 의견을 제시하는 유저들도 있었다.

리셋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하드 리셋이었던 시즌2도 초반엔 잡음이 많았지만 군단장 레이드 등 킬러 콘텐츠가 히트하며 대성공을 거두지 않았는가. 유저들은 로스트아크 개발진의 합리적인 이유 및 후속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

suminh@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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