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물고…책방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요 [책&생각]

한겨레 2024. 6. 1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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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책방은요 │ 책과아이들

책과아이들 내부 모습.

1996년 아이들이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모인 부산 ‘동화 읽는 어른 모임’ 1기로 강정아 대표가 활동하고 있었죠. 부산에 어린이 전문서점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더니, 1997년말 양정 현대아파트 상가 4층에 12평짜리 ‘책과아이들’ 서점을 열었어요. 그 공간에서 모임도 하고, 작가만남, 어린이문학감상프로그램인 연령별 회원의 날을 했어요. 시작하고 3년 뒤 제가 회사를 명퇴하고 합류했지요. 명퇴를 결정하게 해 준 책이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에요. 그 책을 우리 가족이 함께 읽게 되었는데 강 대표가 저에게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냐고 물었어요. 제가 양계장이라고 말하니까 당장 그만두고 함께 하자고 했어요. 그 당시 회사에서 제가 좀 힘든 시기였거든요. 그렇게 해서 교통이 좋은 교대 앞으로 이사를 하게 됩니다. 1층으로 공간은 15평 정도였지만, 부부가 함께 하는 책방 시대가 열린 거죠. 그때부터 아이와 부모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는 행사를 더 다양하게 기획했어요. 공간의 필요성이 생기게 되고, 책사랑방을 조그만 다락방에서 2층 공간으로 확장하면서 행사도 함께 했어요. 3층까지 공간을 확장해 활동하다가 마당이 있는 책방을 생각하게 된 거지요. 그래서 지금의 책방이 있게 된 겁니다.

책과아이들 내부 공간 ‘구름빵’의 모습.
책과아이들에서 기획한 생활연극 공연 장면.

책과아이들은 어린이·청소년 전문서점을 넘어 마을책방입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전시 판매하기 위해 출발했는데, 이젠 가족 모두가 어린이문학을 즐길 수 있는 독서 프로그램과 공간이 있는 마을 문화 사랑방이 된 거죠. 서점에는 약 2만6000권의 판매용 책이 있는데, 그림책, 동화책, 청소년소설, 인문학 도서 등 가족 단위로 책을 고를 수 있습니다. 또 연령별, 작가별, 주제별, 장르별 큐레이션이 되어 있고 책 추천도 받을 수 있습니다. 책사랑방인 ‘구름빵’ 공간은 마을도서관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으며, 작가만남 등 행사를 하고 있어요. 2층 나눔 공간에선 그림책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4층엔 독서 모임을 위한 워크숍룸과 북스테이룸이 있습니다. 5층 갤러리에서는 그림책 원화와 도서를 전시하고 있어요.

독서프로그램으로는 책방 서가에 꽂혀있는 책을 이야기와 노래, 빛그림으로 들려줌으로써 문학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프로그램과 친구와 함께 책 읽고 느낀 점을 나누는 프로그램, 청소년 가족과 함께 인문학을 읽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거기에 작가만남, 북콘서트, 작가와 함께 하는 워크숍, ‘세이레 책 읽기’, 독서 캠프, 그림책 원화 전시 등으로 지속적인 책 읽기에 도움을 주고 있어요. 또한 부모와 함께 책방을 오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한반 서점 나들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이 주말에 부모를 모시고 오는 사례도 늘고 있어요. 시민들이 참여하고 전문가가 지원하는 생활연극은 동화를 소재로 각색한 것을 2~3개월간 준비하여 무대에 올리는데 지금까지 16개 작품을 했어요. 연극의 재미에 책 깊게 읽기까지 더해져 참여도와 관객 호응도가 매우 높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도서관과 학교에서 의뢰 받아 진행하는 맞춤형 어린이문학감상 프로그램이 있어요. 음악가와 책읽어 주는 온북읽기팀이 협업하여 북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원화 전시 및 작가와 함께하는 독서 캠프도 진행합니다. 지원 사업을 통해서도 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책과아이들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팽나무를 그리는 마음’이 열리는 모습.
책과아이들 5층 갤러리에서 원화 전시가 열리는 모습.
1996년 처음 문을 열었던 책과아이들 첫 번째 서점에서 작가 만남이 열리고 있는 모습.

책방이 하나의 책이 되고 프로그램이 또 하나의 책이 되는 그런 경험을 합니다.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느낌이지요. 책방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하나씩 만들어진 공간 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양한 문화 행사들이 펼쳐집니다. 그 행사에 시민들이 참여하게 되니 문화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거지요. 우리가 하는 행사는 책과 관련이 있어요. 책 속 이야기를 다양한 형태로 풀어내는 것이지요.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이야기가 사람들 마음 속에서 어떻게 반응을 일으켜 어떻게 발현되는가를 경험해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책과아이들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부산/글·그림 김영수 책과아이들 대표

책과아이들

부산광역시 연제구 교대로16번길 20(거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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