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입법 권력, 사법‧행정 통제 시도…野 '삼권분립 훼손' 논란
시행령 개정 때마다 '국회 검사 받으라'며 행정권한 압박하기도
'표적수사·법왜곡' 잡겠다며 형법·형소법 개정으로 사법부도 견제
사법 시스템 향한 자의적 판단, 이재명 방탄 비판 논란 불가피
총선 표심 등에 업은 野…'與 국회 보이콧' 발판삼아 입법속도 지속할 듯
지난 총선에서 192석을 얻은 거대 야당이 의석수를 등에 업고 초유의 입법권력 행사에 나서고 있다. 헌법으로 보장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을 제한하는가 하면, 행정부와 사법부의 고유권한을 통제하는 내용의 법안들을 발의하고 있다.
여당은 이 같은 행태를 '입법 독재'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 또한 야당의 일방적 원구성에 반발하며 원(院) 구성이나 상임위 활동에는 불참하면서, 야권 인사에 대한 기소 등 사법 시스템에만 기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헌법이 보장한 '거부권 제한'하는 법률안…시행령 개정도 국회가 통제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재임 2년 간 거부권을 14번 사용한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 것"이며, 사적이해관계자인 본인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특별검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해충돌이자 사익을 추구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공익이 아닌 사익을 추구한 것"이기 때문에 헌법상에서 허용한 거부권의 범위를 벗어난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하위법인 법률로 상위법인 헌법을 제한할 수 있다는 위헌 우려를 낳는다. 전 의원은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헌법상 권한이지만, 그 권한은 무분별하게 행사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한이 아닌 헌법의 원칙상 내재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며 이해충돌방지법으로 거부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법에는 '이의가 있을 때'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외의 내용은 담기지 않아 위헌 논란을 피하기 쉽지 않다. 이해충돌방지법 개정안은 위헌 논란 외에도 대통령의 행정 행위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민주당의 행정권한 침해 논란은 정부의 시행령 개정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에서도 일고 있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정부가 시행령 개정에 나설 경우 입법예고안을 소관 상임위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고, 시행령이 위법한지 여부를 상임위가 판단해 수정·변경을 요청할 경우 정부가 처리 계획을 즉시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민 의원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검찰 직접수사권 확대 등을 통해 확인했 듯 정부가 상위법을 멋대로 활용하거나, 권한을 넘어서는 시행령을 만듦으로써 국회 입법권을 무력화하고 있다며 이 같은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행령 제·개정은 정부의 고유권한으로, 상임위가 피감기관의 행위를 감사하는 것은 맞지만 모든 시행령을 들여다보는 것은 행정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 될 수 있다.
'법 왜곡'할 경우 사법부도 통제하자는 野…'이재명 방탄' 비판 피하기 어려워
같은 당 이건태 의원은 수사기관이 '표적수사'를 할 경우 이를 금지하고, 관련한 영장도 발부받지 못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수사기관이 범죄혐의가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정당하지 못한 절차·방법으로 수사를 하거나, 특정인 처벌을 위해 계속해서 범죄행위를 찾아내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표적수사'라는 의심이 들 경우 판사가 영장을 기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수사기관이 실적을 위해 지나치게 수사에 나서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지만, 이들 법안 또한 수사기관이나 사법부의 고유권한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사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위가 과도한지 아닌지, 법을 왜곡했는지 아닌지, 표적수사인지 아닌지 여부를 추가적으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자의적 판단' 논란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 법안의 발의는 '이재명 방탄'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민주당이 불신을 보내고 있는 대표적인 재판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최근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은 대북 송금 재판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 후 대북 송금 관련 혐의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기소했는데, 민주당은 이 같은 법원의 판단과 검찰의 행보가 신뢰할 수 없는 재판이자 이 대표를 표적으로 한 수사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심판도 선출하자"며 '판사 선출제'까지 거론했다.
與 "사법부 파괴" 비난하지만 '사법 의존'은 마찬가지…野 '입법 속도감' 한동안 지속될 듯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의 이 같은 행보가 입법 독주를 넘어서 '폭주'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의 행위가 그간 정부여당 심판, 검찰독재 등을 강조하며 보여 왔던 수위를 넘어서서 아예 사법부까지 입맛에 맞게 휘두르려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판사 선출제까지 운운하며 입법부 파괴도 모자라 사법부를 파괴하려 들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하지만 정부·여당도 '사법 정치'라는 논란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간 주요 현안을 사법부 판단에 맡기거나, 수사에 의존하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대 증원 문제를 의료계와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풀어내지 못하면서 사법부의 판단에 맡겼다. 서울고등법원은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배분 처분을 멈춰달라며 의대생·교수·전공의·수험생의 신청한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기각했다. 대북 송금 재판과 관련해 추 원내대표는 사법부를 향해 "신속한 재판을 통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대한민국 헌정 전체의 리스크로 증폭되지 않도록 해서 사법부의 존재 이유를 확실히 보여 달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당분간 입법 행보의 속도를 줄이지 않을 전망이다. 야권에 압도적 의석을 몰아준 총선 민심을 따른 다는 것과, 국민의힘이 야당의 일방적인 원 구성에 불만을 표하며 입법 활동에 해태하고 있다는 점이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다선 의원은 "국민의힘이 상임위에 들어와서 반대 의견이라도 제기해야 토론이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표출될 수 있다"며 "하지만 여당이 모든 일정을 보이콧하고 있으니 민주당이 입맛에 맞는 법안을 빠르게 처리하더라도 걸릴 것이 전혀 없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현재 원내에 형성돼 있는 입법 전선은 우리로서는 나쁠 것이 없는 전선"이라며 "민주당은 총선 이후 민주당에 기대하고 있는 당원과 국민의 정치 효능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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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준규 기자 findlov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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