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제까지 농식품부 농산물, 산림청 농산물 타령할 텐가

사과대추·산딸기 임산물 맞지않아
재배 임산물은 농산물로 분류해야

충남 부여에서 사과대추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사과대추가 ‘임산물’로 분류돼 영농자금 대출 등 여러가지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한다. 사과대추는 딸기농가들이 작목을 바꿔 시설하우스에서 재배해 지역농협을 통해 판매하고 있음에도 ‘농산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책자금을 농협에서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부산 강서지역의 산딸기농가들 역시 산딸기가 임산물이라는 이유로 ‘농업에너지 이용 효율화사업’ 지원 대상에 빠져 시설하우스 자동화가 차질을 빚고 있는 모양이다.

농업에 조예가 깊다는 사람들도 ‘농림축산식품부’ 농산물과 ‘산림청’ 농산물이 따로 있다는 사실까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느타리버섯’과 ‘표고버섯’, ‘단감’과 ‘떫은 감’은 똑같은 버섯과 감이지만 족보가 다르다. 느타리버섯과 단감은 농식품부 농산물이고, 표고버섯과 떫은 감은 산림청 농산물, 즉 임산물이다. 표고버섯을 산속에서 참나무 ‘골목(榾木)’으로 생산하고, 논밭 둑이나 임야에서 자생하는 감나무에서 딴 떫은 감은 그럭저럭 이유가 됐다. 하지만 버섯재배사에서 느타리버섯과 같이 배지접종으로 생산한 표고버섯과 밭에서 단감처럼 재배한 떫은 감 ‘청도반시’를 임산물로 분류하는 것은 얼토당토않다.

농산물은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농업식품기본법)’에, 임산물은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농산물과 임산물은 뿌리가 다른 듯 보인다. 하지만 ‘농업식품기본법’ 제3조는 ‘농업’을 농작물재배업뿐만 아니라 축산업과 임업까지 포괄해 정의하고 있어 임업도 농업의 한부분이다. 그렇다면 임산물도 마찬가지다. 물론 14종 146개 임산물 품목 가운데 용재나 토석·조림·조경 등은 당연히 농산물이 아니다.

반면 임야에서 ‘채취’가 아닌 논과 밭에서 ‘재배’를 통해 생산한 임산물은 농산물로 분류해 농민들에게 규제 아닌 규제로 작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시설하우스에서 함께 재배한 베리(berry)인데 ‘블루베리’는 농산물, ‘라즈베리(산딸기)’는 임산물이라는 분류 기준과 근거는 행정 만능주의, 부처 이기주의 말고는 다른 설명이 불가능하다. 케케묵은 농산물·임산물 타령은 새로운 소득작목을 개발하고 전환하려는 농민들의 영농의지를 꺾고 발목만 잡는 ‘보이지 않는 규제’일 뿐이라는 점을 농정당국이 분명하게 인식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