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누구를 위한 할당관세인가

김상영 기자 2024. 6. 1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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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당관세.

2007년 농업분야에서 할당관세가 적용된 품목은 모두 18개였다.

이처럼 할당관세는 농산물 생산비 절감에 없어서는 안될 요긴한 제도다.

그렇지만 2010년부터 농업계 내에선 '할당관세는 나쁜 제도'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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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6월말 종료 예정인 과일류 28종의 할당관세를 하반기까지 연장하고, 채소류 4종에도 할당관세를 신규·연장 적용하기로 했다.”(6월4일 물가관계장관회의 결과 중)

할당관세. 참 어려운 용어다. ‘관세법’은 ‘원활한 물자수급이나 국내 가격 안정을 위해 관세를 한시적으로 40%포인트까지 가감(加減)하는 제도’라고 정의한다.

사료업계나 주류업계, 그중에서도 원료수급 담당자나 알 만한 이 용어가 최근 신문지상에 자주 오르고, 농민단체 성명서에도 등장한다. 사료·술 원료에 적용하던 게 일반 농산물로 확대되면서 농민·소비자의 체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007년 농업분야에서 할당관세가 적용된 품목은 모두 18개였다. 맥주보리나 향료를 빼면 대부분 사료곡물이다. 축산농가의 사료비 부담을 덜어 주려고 원료곡 관세를 낮춘 것이다. 이듬해에는 비료 주성분인 요소와 농약 원제로 확대됐다. 환율이 폭등하고 원자재 시세가 급등했던 시기다. 이처럼 할당관세는 농산물 생산비 절감에 없어서는 안될 요긴한 제도다.

그렇지만 2010년부터 농업계 내에선 ‘할당관세는 나쁜 제도’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사단은 배추에서 터졌다. 그해 추석을 전후로 금배추 파동이 빚어지자 정부는 배추에 할당관세를 적용, 관세를 한시적으로 없애버렸다. 이듬해 배추값이 폭락했지만 배추 할당관세는 ‘선제적 대응’이란 명분 아래 다시 등장했다. 올해도 10월말까지 수입하는 배추 전량에 할당관세 0%가 적용된다.

물가안정 차원에서 할당관세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곰곰이 짚어 봐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우선 적용 품목이 너무 많다. 2020년 21개였던 게 올 상반기에만 61개로 늘었다. 물가잡기에 할당관세가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것이다. 게다가 61개 가운데 40개는 물량 제한마저 없다. 해당 품목 농민들이 지레 겁을 먹는 것은 당연하다.

할당관세와 엇비슷한 저율관세할당(TRQ) 역시 마찬가지다. 일정 물량까지는 낮은 관세를, 이를 초과하는 물량부터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이중관세의 하나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당시 우리 같은 농산물 순수입국들이 관세를 크게 깎는 부담을 덜려고 도입했다. 이 역시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참깨 관세는 630%로, 보호막이 두터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630%를 물고 수입한 참깨는 거의 없다. UR 협정에 따라 40%의 저율관세로 수입해야 하는 참깨 TRQ는 연간 6731t에 불과하지만, 정부는 참깨 TRQ를 기본량의 10배를 웃도는 7만1000t으로 늘렸다. 국내 전체 수요량에 버금가는 양이다. 이런 품목이 땅콩·녹두·팥 등 부지기수다.

할당관세와 TRQ는 소비자에게 유익한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두 제도의 확대는 농산물가격안정기금과 축산발전기금으로 흘러갈 관세수입 감소를 초래한다. 당장 구입가격이 싸서 좋겠지만 관세 감소분만큼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하는 세금이 늘어난다.

할당관세·TRQ의 반복적인 시행은 생산자의 자율적 수급 조절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밥상물가 고공행진이 전세계적으로 빚어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국내 생산기반을 지킬 수 있느냐’다. 생산기반이 무너지면 수출국의 작황에 따라 우리 밥상이 좌우되고, 나중에는 수입 가격이 치솟더라도 대안을 찾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김상영 뉴스콘텐츠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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