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나는 아직 ‘리틀 포레스트’를 꿈꾼다

관리자 2024. 6. 1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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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귀농 초기의 우리 농장 자료를 취합할 일이 있어 지역 귀농·귀촌 누리집에 접속했다.

당시 우리의 확인도 없이 서울 지하철 역사 내 광고 전광판에도 귀농·귀촌 홍보용으로 걸렸던 그 사진을 보면 지금도 씁쓸하다.

덩치만 커졌지 어려운 현실 앞에서 농업으로 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려다보니 이제 '리틀 포레스트'는 아직 귀농 전인 그 누군가의 꿈이 돼버린 것 같다.

귀농 전 꿈꾸던 그 '리틀 포레스트'를 이룰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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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귀농 초기의 우리 농장 자료를 취합할 일이 있어 지역 귀농·귀촌 누리집에 접속했다. 메인 배너에는 반갑지 않은 사진이 여전히 걸려 있었다. 약 6년 전 첫아이 돌이 갓 지났을 때 밭 한가운데서 촬영했던 우리 가족사진이다. 당시 우리의 확인도 없이 서울 지하철 역사 내 광고 전광판에도 귀농·귀촌 홍보용으로 걸렸던 그 사진을 보면 지금도 씁쓸하다. 사진을 본 도시 지인들의 “걱정 많이 했는데 성공했다” “귀농하더니 유명인 다 됐네”라는 전화를 몇차례 받으며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는 자가용도 없이 하우스 안 컨테이너 농막에서 반찬값을 걱정하며, 비탈진 밭만 빌려 농사를 짓던 때였다. 시작은 어렵지만 자연 속에서 소비 지상주의와 반대되는 소농의 가치관을 가지고 건강한 신체로 생태적 연결을 이어나가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같은 안락한 귀농 생활을 일궈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가계부를 쓰면 쓸수록 그리고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리틀 포레스트’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이제는 트랙터가 두대에 관리기도 보유하고 있고 남편 명의의 땅도 생겼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갚아야 할 빚일 뿐만 아니라 1만5000평 규모의 유기농 농사가 이뤄지는 곳은 모두 임차농지다. 세 아이들과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은 지을 엄두도 못 낸다. 덩치만 커졌지 어려운 현실 앞에서 농업으로 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려다보니 이제 ‘리틀 포레스트’는 아직 귀농 전인 그 누군가의 꿈이 돼버린 것 같다.

“시골 가면 지원 많이 해주지?” 만나는 도시 지인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지원사업이 적지 않은 것은 맞다. 그러나 다양한 청년들이 다양한 삶의 형태로 농업을 영위하고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사업들은 아니다. 현행 지원 정책들은 정부가 투자할 만한 생산성을 보유한 청년농민을 청년 사업가로 개조해 농업분야의 성과로 내세우는 쪽에 가깝다. 농민이 되기를 선택하는 대부분의 청년은 자연이 좋아서,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가족이 함께 건강하게 지내며, 생태와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우리들에게 농업 지원 사업과 정책은 계속해서 수치화한 성과를 간판으로 내걸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영역으로 옮겨 오라고 손짓한다. 국가의 필수산업인 농업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청년인구의 유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지원사업의 목적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귀농 전 꿈꾸던 그 ‘리틀 포레스트’를 이룰 수 있도록 말이다.

김지영 라온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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