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특화단지를 잡아라… 전국 지자체 경쟁 치열
전북·충북 전략적 제휴 맺고 공동 대응
수도권 '기반' 비수도권 '균형발전' 강조
'무주공산' 바이오 분야 선도 가능해
투자 취약한 특성…대책도 마련해야
전국 11개 지자체가 공모한 정부의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바이오 특화단지) 선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바이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신속 인허가 처리가 가능해지고, 인프라 구축 시 국비 지원, 공유재산 사용료 감면, 입주기업 부담금 감면, 예타 면제 등의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전국 지자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는 이유다.
13일 정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상반기 중 국무총리 주재 첨단전략산업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바이오 특화단지를 지정할 예정이다.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동물세포 배양 및 정제 기술과 오가노이드(유사 장기) 분화 및 배양기술 분야다. 구체적인 선정 시기와 조성 규모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 달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막바지 유치전에 나선 지자체들의 셈법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업무협약 체결은 물론 경쟁자끼리 전략적 제휴도
전북도와 충북도는 '적과의 동침'을 택했다. 두 지자체는 오가노이드 분야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산업부가 지정 지역 수에 제한을 두지 않은 만큼 공동펀드 조성, 협력과제 발굴 등 제휴를 맺어 동시 선정을 노린다. 충북도는 국내 최대 바이오 단지인 오송바이오밸리가 지난해 7월 바이오소부장(소재·부품·장비)특화단지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전북도는 국가연구기관 27개, 연구개발(R&D) 장비 4,100여 종 등을 보유한 점이 강점이다. 전북도는 바이오 연구기관과 기업체 등이 모여 있는 전주, 익산, 정읍 3곳을 삼각벨트로 묶어 특화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전주 오가노이드 기반 소부장 산업화 촉진 지구 △익산 글로벌 인체‧동물 첨단바이오 생산지구 △정읍은 중개연구‧비임상기반 바이오소재 공급지구 등이다.
전남도는 연관 기업들과 업무협약을 맺으며 세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써모피셔 사이언티픽, 포스백스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써모피셔 사이언티픽은 미국에 본사를 둔 연 매출 400억 달러 규모의 과학기술 기업이고 포스백스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분야 백신기업이다. 도는 15개 국가·공공기관이 모여 있는 화순 백신특구를 활용, 백신, 면역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신약 특화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비수도권 지자체 "지역 균형발전 고려해야"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비수도권 중 유일하게 첨단산업 특화단지가 없는 강원도는 지난달 초 한림대, 하버드 의과대학, 매사추세츠 의과대학으로 구성된 ‘의료AI 글로벌 융합인재 양성 사업단’과 협력하기로 했다. 춘천시는 지난 1998년부터 바이오산업을 육성한 노하우를, 홍천군은 국가항체클러스터를 앞세운 치료제 개발과 감염병 신속대응 등 연구인프라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경북도는 포항과 안동에 특화단지를 유치할 예정이다. 포항은 첨단 연구 기반과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을 갖추고 있고 안동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 등 코로나19 백신국산화 선도기업 등이 있는 만큼 이를 발판 삼아 바이오·백신 생산 기지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수도권은 "기반시설 들어찬 우리가 최적지"
반면 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자체들은 이미 갖춰져 있는 기반시설을 내세우고 있다. 경기 시흥시는 지역에 들어설 서울대 캠퍼스, 서울대병원과 함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유치에 뛰어들었다. 수원시는 신흥 중심 상권으로 떠오른 광교에 조성하는 바이오 클러스터를 내세운다. 고양시는 국립암센터와 6개 대형병원 등 풍부한 의료 인력과 우수한 교통여건을 강조하고 있으며 성남시는 바이오 특화단지 유치를 목표로 바이오헬스 첨단 클러스터를 추진 중이다.
인천시는 '바이오-트라이앵글 특화단지 조성'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SK바이오사이언스·롯데바이오로직스 등이 입주한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와 바이오 원·부자재 및 소부장 기업이 밀집한 '남동국가산업단지', 인천국제공항이 자리한 '영종도'라는 세 축을 연결해 특화단지를 만드는 방안이다.
지난해 반도체 분야 특화단지 유치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대전시도 탄탄한 바이오 연구개발 및 산업 기반,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알테오젠, 머크 등 앵커기업과 이를 뒷받침하는 10개 선도기업을 내세워 최적지임을 강조한다.
바이오 기금 등 활성화 대책 필요
전국 지자체들이 바이오 특화단지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이번 결정이 지역의 향후 미래 100년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박기영 순천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바이오는 고용창출 효과가 매우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고급 인력과 일자리를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다"며 "특히 반도체나 2차 전지와 달리 아직 국내에 뚜렷한 강자가 없어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다만 바이오 산업은 자본집약적 특성상 투자 유치 유무에 매우 취약하다"며 "단순 특화단지 조성을 넘어 바이오 기금·펀드 조성 등 산업 활성화를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화순=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전주= 김혜지 기자 foin@hankookilbo.com
인천=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오송=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시흥=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춘천=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대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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