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지구당 부활’ 논의에 대한 단상

경기일보 2024. 6. 1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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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지구당 부활'이다.

2004년 지구당이 폐지된 이후 지구당 부활은 꾸준히 제기되는 의제였다.

최근 지구당 부활 논의도 마찬가지다.

지구당 부활이 현역 정치인에게 유리한가 아닌가, 어느 지역이 더 유리한가 등의 지엽적인 논의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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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욱 광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실장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지구당 부활’이다. 2004년 지구당이 폐지된 이후 지구당 부활은 꾸준히 제기되는 의제였다.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 지구당 부활 논의도 마찬가지다. 누가 어떤 의도로 제기했는가는 차치하더라도 현재 논의 방향은 본질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지구당 부활이 현역 정치인에게 유리한가 아닌가, 어느 지역이 더 유리한가 등의 지엽적인 논의만 있다. 이것이 무의미하다고 하지는 않겠지만 정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가 묻는다면 동의하기 어렵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흔히 ‘시민의 직접 참여가 보장되는 체제’로 이해하는데 정확히는 ‘정당의 지역 하부 기반’을 말한다. 즉, 지구당은 정당이 지역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조직해 대표하는 활동의 가장 기초적인 지역 기반이다.

2004년 ‘돈 안 드는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겠다며 여야 합의로 추진한 개혁 의제 중 하나가 지구당 폐지였다. 결과는 참혹했다. 돈 안 드는 정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실상은 가난한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길을 없애 버렸다. 변호사, 의사, 임대업자, 사업가 등 중·상층 계층의 시민들만이 정치를 할 수 있는 ‘신(新)금권정치’가 확대됐다. 현재 여야 정당 가릴 것 없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집단이 법조인이라는 사실만큼 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다.

무엇보다 지구당이 폐지되면서 정당이 시민들의 삶에 뿌리내릴 수 있는 토대가 무너졌다. 정당은 선거 때만 요란하게 등장해 표를 구걸하다가 선거가 끝나면 사라지는 ‘정치 떴다방’으로 전락했다. 힘겨운 서민들의 삶의 문제가 정치라는 공론의 장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여야 모두 입으로는 서민을 말하지만 누구도 책임 있게 실천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지구당 부활은 이런 관점에서 논의돼야 한다. 시민들의 삶에 뿌리 내리는 정당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가난하고 힘없는 시민도 정당을 조직해 그들의 대표를 의회로 보낼 수 있는 정치체계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그간 우리 정치가 외면해 왔던 이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는 정치세력이 향후 한국 정치를 주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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