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아프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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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봄으로 기억한다.
첫아이의 시력이 좋지 않았다.
대학병원 소아안과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외래진료 신청을 하려다 깜짝 놀랐다.
지금 6월에 접수하면 9월에나 진료를 받을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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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봄으로 기억한다. 첫아이의 시력이 좋지 않았다. 대학병원 소아안과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외래진료 신청을 하려다 깜짝 놀랐다. 지금 6월에 접수하면 9월에나 진료를 받을 수 있단다. 15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대학병원 예약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일부 인기 과(?) 진료를 받으려면 한두 달 걸리는 건 당연한 일이 됐다.
대학병원은 중병을 앓는 환자들이 간다. 아픈 사람들은 절박하지만 환자는 많고 의사는 적다 보니 병원 갈 때마다 예약 걱정부터 앞서 마음이 급하다.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아 주는 의사가 없어 구급차를 타고 전전하다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지는 요즘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족이나 주변 지인 중에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학병원 환자 쏠림 현상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경미한 병에도 동네 의원보다 대학병원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동네 의원 의사를 주치의로 두자는 캠페인도 벌였다. 돌이켜 생각하면 당시 의료체계 개선이나 의사 증원을 논의하기보다 낮은 국민성 문제를 더 부각한 계몽운동이었다.
정치권력, 사법권력과 함께 의사는 또 다른 권력 집단이 됐다. 물론 막무가내식 의사 증원을 발표한 정부의 방식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점은 우리 사회에서 의사들만 빼고 다 공감하는 의제다.
의사 집단은 더 똘똘 뭉치는 모양새다. 의사협회가 집단 휴진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급기야 이른바 ‘빅5’ 종합병원들도 집단 휴진에 동참한다고 한다.
지난 12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조가 내건 대자보 제목이 인상 깊다. ‘히포크라테스의 절규’라는 제목이다. 새내기 의사들이 한다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비꼬는 내용이다. 의사 집단에서도 할 말은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본연의 의무를 저버린 채 절박한 환자를 두고 거리로 나온 의사들은 국민들 눈에는 ‘제 밥그릇 지키기’에 나선 탐욕스러운 집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런 시대에 우리 스스로 아프지 않는 것이 최선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씁쓸할 뿐이다.
이선호 기자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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