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뇌의 구글 맵이 목표”…在美 한국 과학자 3D 뇌 지도 개발

이병철 기자 2024. 6. 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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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훈 미국 MIT 교수 사이언스에 발표
“10여년 뇌 영상 연구, 뇌질환 새 치료법 찾겠다”
2019년 1월 21일 오후 정광훈 미 MIT 교수는 서울 연세대 IBS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신경세포의 내부를 훤히 들여다보는 3차원 지도를 만들어 뇌 질환의 근본 원인을 찾겠다”고 말했다. /조선DB

인간의 뇌세포들이 연결된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3D(입체) 영상 기술이 개발됐다. 뇌세포 연결망이 잘못 되면 바로 뇌 기능이 떨어지고 질환이 생긴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가 새로운 뇌 질환 치료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광훈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교수 연구진은 14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뇌세포의 3D 연결망을 촬영할 수 있는 영상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뇌세포 연결이 잘못되면서 나타나는 알츠하이머병 같은 뇌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을 찾는 데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정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뇌 조직을 고해상으로 촬영하고 생체 분자 같은 중요 정보를 얻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기술을 개발했다”며 “특히 기존 영상 기술로는 알 수 없는 세포의 연결성을 그대로 보존해 인간 뇌의 ‘구글 맵’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인간의 뇌는 2000억개의 세포가 모인 조직이다. 뇌를 구성하는 세포는 수천 가지나 되는데, 이들은 각기 다른 생체 분자를 만들어 서로 신호를 주고 받으며 사고 활동, 감정표현 같은 다양한 기능을 한다. 뇌세포들이 과도하게 연결되거나 끊어지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질병을 일으킨다.

뇌 질환의 치료법을 찾으려면 뇌 연결망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세포 단위의 뇌 조직 영상을 3D로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해 뇌 질환 연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구진은 3D 뇌 영상을 세포 단위로 정밀하게 촬영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영상 촬영의 핵심 세 단계에서 장비의 성능을 끌어 올려 고해상도에서도 3D 뇌 연결망을 촬영할 수 있었다.

우선 인간 뇌 조직을 손상 없이 자르는 ‘메가톰(MEGAtome)’을 이용해 세포의 연결성을 보존했다. 3D 영상은 마치 치즈를 여러 조각으로 얇게 자른 후 단면을 촬영해 다시 하나의 덩어리를 만드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뇌 조직을 자르는 과정에서 표면이 손상되면 세포의 연결성에 대한 정보가 사라진다. 메가톰은 초고정밀 절단 장비로, 개별 뇌 세포의 연결 정보를 보전했다.

메가톰으로 절단한 뇌 조직은 ‘엠엘라스트(mELAST)’를 이용해 투명한 하이드로겔로 만들었다. 하이드로겔은 성분의 90%가 물로 이뤄져 있으나 지지체를 이용해 고체와 액체의 특징을 동시에 갖는 물질이다. 정 교수는 2013년 스탠퍼드대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엠엘라스트 기술을 처음 개발했다.

그는 생쥐의 뇌에서 지방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묵 같은 하이드로겔을 넣어 투명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세포의 연결성 같은 물리적 정보와 단백질, 디옥시리보핵산(DNA), 리보핵산(RNA) 같은 생체 분자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이언스는 이 연구를 그해 10대 연구 성과로 선정했다.

정 교수는 “하이드로겔은 고무처럼 늘어나 조직의 크기를 팽창시킬 수도 있다”며 “엠엘라스트를 이용하면 뇌 조직을 다양한 해상도로 촬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생체 분자 정보를 얻고 이를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뇌 조직은 단면은 ‘언슬라이스(UNSLICE)’를 이용해 3D 영상으로 재구성했다. 언슬라이스는 마치 끊어진 전선 다발을 정교하게 연결하듯 메가톰으로 잘리 세포의 연결 부위를 원래 상태로 이어 붙이는 기술이다.

정광훈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뇌 조직의 3D 연결성을 확인하는 영상 기술을 개발했다. 뇌는 2000억개의 세포가 모여 서로 연결돼 복잡한 사고 활동과 감정 표현 같은 기능을 한다. 뇌 연결성은 뇌 질환에도 밀접하게 연관된다./픽사베이

연구진은 세 가지 기술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3D 뇌 지도를 그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서 신경세포 연결이 끊어진 것을 확인했다. 알츠하이머병 후기에 나타나는 전두엽 피질의 연결성 손상 증상도 3D 영상에 그대로 드러났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난 10년간 뇌 영상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결정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으로 고해상도 영상으로 뇌 세포의 연결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라며 “앞으로 더 많은 인간의 뇌를 연구해 질환에 따른 연결성 변화 패턴과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나와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뇌를 투명하게 만든 연구 성과를 발표하자 MIT·프린스턴대·조지아공대 등 유명 대학들이 그를 교수로 영입하려고 경쟁을 벌였다. 정 교수는 신임 교수 연구비로 역대 최고액인 250만달러(33억원)를 내건 MIT를 선택했다.

참고 자료

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h9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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