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680억 헐값 매각… “망할 일 없다”던 뉴욕 오피스 빌딩의 추락

이혜운 기자 2024. 6. 14.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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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자 손실 주의보
일본 도쿄 전경. /AFP 연합뉴스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망하지 않을 것”이라던 미국 뉴욕 맨해튼 오피스 빌딩마저 공실을 견디지 못하고 헐값에 나오면서 ‘상업용 부동산 투자 주의보’가 내려지고 있다. 고금리 압박과 재택 근무 증가로 공실률이 높아지면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미국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10층짜리 상업용 건물이 5000만달러(약 680억원) 미만 가격에 매각 합의됐다. 2018년 부동산 개발회사 릴레이티드펀드매니지먼트가 1억5300만달러에 구매했던 건물이라 3분의 1 가격으로 떨어진 셈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은행 대출액보다 더 낮은 가격에 매각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은행들은 공실이 많은 부동산 관리를 떠안기보다 채무자와 협의해 새로운 구매자를 구해 넘기는 쪽을 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사모펀드 회사인 블랙스톤도 2014년 6억5000만달러에 구매했던 브로드웨이의 빌딩을 1억8600만달러에 매각하기로 대출 기관과 협의했다. 신용 평가 기관 무디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상업용 부동산 관련 모기지 대출 연체율은 6.4%로, 2018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래픽=송윤혜

◇전 세계 상업용 부동산 한파

유럽·중국 등도 상황이 비슷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1분기 유럽 상업용 부동산 거래는 1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자료에 따르면, 유럽의 1분기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은 345억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26% 줄었다. 7분기 연속 감소세다. 부동산 분석 업체 그린 스트리트는 “유럽 사무실 가치는 2022년 최고치에 비해 약 37% 하락했다”고 밝혔다. FT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높은 이자율로 인해 ‘잔혹한 조정’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경우 많은 기업이 중국과 서방의 관계 단절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을 떠나고 있는 것도 공실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현재 베이징의 A급 오피스 임대료는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올해도 약 6%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시에는 최고 수준의 사무실이 4분의 1가량 비어 있다”고 보도했다.

그래픽=송윤혜

◇국내 투자자 손실 주의보

그러다 보니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도 크다.

당장 이지스자산운용 펀드를 통해 독일 트리아논 오피스 빌딩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3일 ‘이지스 글로벌 부동산 투자신탁 229호(파생형)’의 대출 연장이 불발됐다고 밝혔다. 트리아논 펀드는 2018년 총 3700억원 규모로 설정돼 자금을 모집했지만, 건물 주요 임차인인 데카방크가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지 않아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는 54개로, 연초 이후 이들의 평균 수익률은 -6.63%다. 해외 주식형 펀드가 14.51%의 수익률을 올린 것과 비교된다. 지역별로는 미국·유럽 등이 포함된 해외부동산기타투자가 -7.47%로 가장 좋지 않았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부동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좋지 않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플러스인 것은 단 4개로 그나마 국내 부동산 투자 비율이 높은 펀드들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9일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시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주로 홍콩과 중국이 주도했다”면서 “그러나 중국 경기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글로벌 기업의 시선은 한국과 인도, 베트남으로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CBRE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임대료는 5%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팬더믹으로 인한 건축 차질로 2021년부터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서울 성수동 크래프톤 신사옥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펀딩에 3조원이 몰리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신세계가 이마트 본점을 크래프톤에 매각했던 것으로, 당초 펀딩 목표 금액은 2조원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 금융 리파이낸싱도 선순위 대출 2조4000억원을 조달하는데 5조원 이상이 몰린 것으로 전해진다”며 “금리가 하반기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 서울 오피스의 투자 심리가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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